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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입엄마 Feb 09. 2022

출산 후 남편은 밉상이 되었다



아이를 낳기 전 우리는 꽤 돈독한 부부였다.

큰 소리를 내며 싸운 적 없었고,

적당히 티격태격하며 사이좋은 부부였다.

오히려 출산 후 내가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으면 어쩌나 걱정까지 했었다.


하지만

출산과 동시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사랑스럽던 남편은 한순간에 구박덩어리로 전락됐다.


나도 처음부터 짜증을 낸 것은 아니다!

너무도 작은 이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동시에 휘몰아치는 불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데다가 귀는 반쯤 열어놓고 자며,

피할 수 없는 산후우울증까지.

자연스럽게 내 몸은 예민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췄다.


남편도 모든 것이 처음이니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

이성적으로 나도 알고 있다.

그래 맞다..

모든 엄마들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다!


하루 종일 일하고 왔는데

집에 오자마자 쉼 없이 와이프의 눈치와 타박을 받으며

육아를 해야 하는 극한직업의 아빠라는 것을.

하지만 미숙하고 궁뎅짝 무거운 남편을 보고 있노라면

왜 이렇게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미숙하면 '애 아빠가 왜 저걸 하나 알아서 못할까?'

여유로우면 '나는 하루 종일 바쁜데 저 남편은 왜 저리도 여유롭고 맘 편하게 있는가?'

회식을 그렇게도 싫어하는 나였는데 '남편의 회식이 왜 이리도 부러운 것인가?'

육아를 하면 할수록 남편은 점점 더 밉상이 되어갔다.

이해되지만 이해하기 싫은 그런 존재가 되었다.


모든 것은 시간이 약이라 했던가.

1년이 지나고 육아도 익숙해지고 어린이집도 가고 나니,

이제야 제정신이 드는 기분이다.

지나고 보니 그땐 몸의 호르몬도 상황도 그럴 수밖에 없는 때였다.

의지하고 이야기할 곳이라곤 남편밖에 없으니,

모든 화살이 남편에게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냐고?

이제는 밉상까진 아니지만...

때때로 골칫덩이가 되는 정도?


남편이 들으면 슬퍼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절대적인 존재가 생긴 이상, 모든 시간과 정성은 아이에게로 향한다.

그렇게 쏟아붓고 난 후 남은 체력과 신경을 남편에게 쏟는다.

예전만큼 받지 못하니 남편도 서운하겠지만...

난 몸이 하나고 챙겨야 하는 이는 둘이니.. 어쩔 수 없는 일..


그대의 노고는 알고 있으나..

내 체력이 이것이 한계라는 것을 알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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