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척박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나는 어린 시절 독서를 무진장 싫어했다. 가끔가다 그 당시 유행했던 만화책 또는 애니메이션은 굉장히 좋아했기에 공부는 안 하고, 밤새 덕질하는 아이 었다. 그런 나를 보고 엄마는 자꾸만 셰익스피어, 삼국지 등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하게도 하기 싫은 것을 하라고 하면 오히려 나는 더 하기 싫어지는 편이다. 그러다 어느 날 엄마께서 그토록 읽으라 했던 책인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햄릿과 숨은 그림 찾기, 만화로 된 과학 도서에 관심을 갖고, ‘그래 한번 읽어나 볼까?’하며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뜨문뜨문 읽었지만 어느 순간 바닥에 푹신한 이불을 깔아 두고, 하루 종일 빠져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나는 삶에서 글과는 거리가 멀거라는 생각을 했고, 심지어 이렇게 글을 쓰고 있을 거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최근 읽었던 책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 잘 쓰는 법>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글을 쓰게 된 이유를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연구 또는 작업 결과를 공유하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정서적인 이유로, 심리적인 이유로 글을 쓰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 책 저자는 자신이 책을 쓴 이유 중 두 번째 정서적 이유, 심리적 이유로 글을 쓰게 되었다고 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처음 문학에 대한 부담감과 막연함을 가지고 있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당시 정말 마음이 힘들었고, 아픈 엄마와 사업에 힘든 아빠를 보며, 늦둥이 외동딸로 가진 책임감,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던 시기이자 심지어 진로에 대한 고민까지 있었던 시기로 굉장히 힘들었었다.
그때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건 SNS 올라오는 글귀를 보며 마음의 안식처를 갖고, 삶을 조금 더 버텨나가자라는 작은 희망을 얻었다. 그러다 보니 인간관계에서 힘이 들 때면 책을 찾았고, 책을 읽고 나서 글로 간단히 SNS와 온라인 카페에 기록을 했다.
그것이 첫 시작이었고, 더 이상 지친 마음을 이끌고 삶을 살아낼 자신이 없어 좋아하는 작가님의 sns에 있던 글들을 하나둘씩 읽다가 책 쓰기 공부하는 곳을 알게 되었다. 어두컴컴한 얼굴을 한 채, 그곳을 찾아가 글쓰기 수업을 들었다. 생각보다 큰 금액이었기에 간신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갚아나갔다.
책 쓰기 수업에 사용한 비용은 적은 금액이 아니었기에 물론 아까울 수도 있었지만 나는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힘들었을 때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것들을 글로 표현한 덕분인지 단단한 내면을 만들 수 있는 계기 그리고 주변 인간관계에 대한 사고 전환, 살아왔던 과거를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 덕분에 다시 삶을 살아갈 작은 희망과 용기를 얻었고,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조금은 유연하게 대처할 힘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단지 마음 치유만을 위한 글이었다면 상관이 없었겠지만 글을 쓰면서도 욕심이 생겼다. 나처럼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되고자 하는 욕심이...
뒤늦게야 알게 된 사실은 모든 일은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모든 일을 지속하려면 100%의 만족 중 첫 시작은 50%부터 시작하여 조금씩 수정하고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치 이 글을 쓰며 몇 번이고, 반복해서 수정하고, 다시 쓰고, 지우고, 읽고 있는 것처럼.
물론 그 과정은 굉장히 괴로우면서도 즐겁기도 하다. 다듬어지는 글들을 읽다 보면
'아 이런 마음이 들었구나', '아 난 이렇게 살아왔구나'라며 또 다른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제 척척박사인 완벽한 척은 그만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