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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Aug 07. 2024

나는 yo 발표래퍼

'혹시나'가 '역시나'가 될 줄이야!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신청했던 프로젝트형 레지던시 입주 1차 서류심사 통과 후, 인터뷰로 진행되는 2차 심사가 다가왔다. 급하게 만들어서 냈던 PPT 파일을 열어 발표 연습을 했다. 서류 작업을 대부분 내가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대표인 동생에게 사정이 생겨 준비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해서다.


발표 전 날 혹시나 빠뜨린 것이 있을지 몰라 대구예술발전소 홈피에서 공지사항을 찾아봤다. 자세히 읽어보니 대충 넘겼던 부분이 큰 글씨로 '두둥'하며 떠올랐다. ‘5분 발표 10분 질의응답’?!


왜 이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지,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말해야 하고, 우리가 그것을 할 수 있을만한 사람들인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면...5분으로는 모자라지 않을까? 하며 지나쳤던 것 같다. 설마 5분 안에 발표를 끝내라고 할까.. 설마...하면서...


최소한으로 연습해 봐도 10분은 족히 걸리는데... 10분 발표에 5분 질의면 괜찮지 않나? 하면서도 혹시나 싶어 7분 정도까지는 줄여놨다.


인터뷰 당일, 아침을 일찍 먹고 기차를 타고 면접 장소에 도착했다. 면접을 보러 가보니 실제로 12개 팀이 신청서를 제출했고, 4개 팀만을 선정하려고 했기 때문에 3 배수 이하가 되어서 열두 팀이 모두 인터뷰 기회를 얻게 된 것 같았다. 한 팀만 더 신청했어도 면접 볼 찬스조차 얻지 못했을 수 있다는 생각에 휴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모든 이들이 하루 종일 기다리지 않도록 네 개의 시간대로 나누어 각각 3팀씩 미리 대기하도록 하였는데, 우리 해피투유 팀은 세 번째 타임의 첫 번째 순서로 배정되어 있었다. 너무 일찍 도착했기에 건물 전체를 둘러보며 전시도 구경하고 1층 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 하며 시간을 보냈다.


두 번째 타임이 마무리될 때쯤 대기실로 올라갔다. 편안하게 기다리는 척했지만 설득력 있게 발표하고 싶다는 소망 때문에 머릿속으로는 계속해서 어떻게 프레젠테이션 할까 고민하고 있던 터였다. 세 번째 타임 모든 팀이 모이자 대기실 담당자는 발표에 관해 다시 한번 공지사항을 안내해 주었다.


"이제 발표하러 들어가시면 준비하신 PPT화면이 스크린에 나오도록 되어 있고, 발표하시는 분과 다른 팀원 한 분만 같이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발표 시간은 5분, 질의응답에 10분으로 인터뷰는 진행될 것이고....."


혹시나 했는데 진짜로 발표에 5분이라니!!! 이런!! 그 뒤의 이야기가 더 있었지만 머리에 지진이 일어나서 무슨 내용인지 입력이 되지 않았다. 앗.. 게다가 나는 지금 타임 첫 번째 발표잖아! 수정하고 삭제할 시간도 없이 그렇게 인터뷰 장소로 끌려갔다.


준비했던 내용은 모두 최소한으로 줄였다는 생각에 그 무엇 하나 포기하지 못하고 ㅠ 결국 평소에도 남보다 빠른 말하기를 조금 더 속도감 있게 하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래퍼가 된 듯 다다다닥 발사하는 소리에

과연 이야기가 잘 전달될까 걱정하면서도

초초초초초 스피드로 발표를 해 나갔다.


준비한 것의 80% 정도를 다다닥 토해냈을 때 갑자기 땡! 하며 종이 울렸다!


대체 이건 무슨 소리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띵~하는 느낌이 들었다!


방송에서 아마추어 래퍼들의 입이 냉동되는 순간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것이 마구 떠올랐다.


발표를 끝낼 수 있을까?

나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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