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확장하고 나를 표현하기
해피투유 2차 프로젝트, <나, 나 그리고 우리>의 세 번째 활동은 '인물등신대 만들기'이다. 지난 두 주간 작은 나를 만들고 핵개인화를 체험한 후 서로를 불러주며 시민 멤버들은 작은 예술 공동체로 태어났다. 이번 주에는 아주 큰 사이즈의 나를 만나볼 차례!
이번 활동은 미술분야 네이버 인플루언서이자 개인전 및 큰 미술대전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요고코드님께서 맡아 진행하시기로 했다.
이번 활동 직전 새로운 멤버의 신청이 들어왔다! 어린아이 둘과 성인 두 분이 함께 신청을 해주신 것이다! 어떤 분들이 오실지 무척 기대도 되고 떨리기도 했다.
이번 작업을 위해 해피투유 팀은 꽤나 많은 시간을 들여 준비를 했다. 일반적으로 '인물등신대'는 연예인 사진을 그 사람의 원래 크기에 맞게 프린트하여 우드락에 붙인 후 거치대에 설치한다. 그러나 우리는 미술작품을 만들고 나서 서 있도록 하기 위한 재료를 찾아내느라 고생을 했다. 회의를 통해 결정한 재료는 대형 스티로폼과 안내 포스터 스탠드, 아크릴 물감이다.
하지만 한 가지 어려움이 남아있었으니! 바로 '시간'이다. 한 타이밍에 2시간 밖에 없어서 스티로폼에 스케치를 하고 자를 여유가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요고코드님은 여러 가지 느낌의 인물 실루엣을 미리 잘라두셨다.
그 후, 두 시간 안에 작업이 완료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인과 함께 스티로폼에 아크릴을 칠하는 활동을 해보았다. 마지막으로 랩실에 비닐을 깔고 물감을 세팅하여 인물등신대 만들기 활동 준비를 마쳤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큰 붓, 많은 양의 물감에 쉽게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 요고코드님은 미리 시범을 보여주셨다. 물감 농도 조절과 여러 방향으로 붓질하는 것이 비법이라는 걸 여러 번 강조하셨다. 또한 색을 하는 순서와 무늬를 올리는 방법도 알려주셨다.
요고코드님은 지인과 함께 작업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참여하는 시민 멤버들이 어렵지 않게 작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자료를 만들어 오셨다.
그 후 미리 잘라 둔 인물등신대 스티로폼 선택하기 위해 숫자가 쓰여 있는 제비 뽑기를 했다. 시민멤버들이 재미있게 참여해주셔서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순서에 따라 하얀 스티로폼 등신대 재료를 골랐는데 대부분 자신이 원하던 모양을 고를 수 있었다며 기뻐하셨다. 시간과 작업 속도를 고려해 새롭게 참여하시는 두 아이의 부모님은 자녀분들과 공동작업을 해보시기로 했다.
책상 앞 비닐 위에 선택한 스티로폼을 놓아두고 어떤 식으로 인물등신대를 꾸밀지 미리 구상하도록 했다. 시민 멤버들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색과 모양을 디자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드디어 스티로폼에 붓으로 아크릴물감을 칠해볼 차례! 시민멤버들은 스티로폼에 아크릴물감이라는 생소한 재료를 마주하였다. 처음에는 물감과 물의 양을 조절하고, 스티로폼과 붓의 마찰에 적응하느라 조금 곤란한 얼굴을 하는 시민 멤버들도 있었으나 이내 자신이 좋아하는 농도를 찾아내신 것을 볼 수 있었다.
각자 미리 구상한 디자인에 따라 여러 가지 색상의 물감을 푹푹 짜고 물통에 붓을 찍어가며 열정적으로 활동에 임하셨다. 뜨개질할 때처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분위기가 아니라 슥슥 삭삭 소리만으로 가득한 조용하고 진지한 작업실이 연출되었다.
작업에 대한 느낌을 중간중간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등신대를 만드는 작업이 어떤 느낌인지 계속 대화를 나누었다. 시민 멤버들은 스티로폼과 아크릴물감에 적응하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갈수록 재미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평소 아기자기한 물건을 창작하시기를 좋아하시는 한 시민 멤버분께서는 왜 예술가들이 아주 큰 작품을 하는지 알 것 같다며, 자신의 지인 중 벽화를 그리시는 분이 이해가 된다는 말씀도 나눠주셨다.
작업이 손에 익자 대부분 매우 빨리 등신대 채색을 완료해 주셔서 작업대를 정리한 후 자리에 앉아 등신대의 이름을 소개하고 소감을 나누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예쁜 색깔에서 위로를 얻었다는 분, 물감이 마르지 않은 채 무늬를 올려 고생했다는 남학생, 재미있었다는 꼬마친구, 작업 중간중간 느꼈던 것을 나눠주시는 분. 함께 예술활동에 참여하고 이렇게 나눔을 가지며 또한 우리는 하나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물등신대를 떠올린 건 '나'이지만 '타자'인 나를 만나보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시간이 정말 많았다면 모든 멤버들이 자신의 키와 같은 크기로 스티로폼에 직접 스케치를 하도록 하고 잘라볼 수 있도록 하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아주 큰 나'를 제작해 보고 나 자신과 마주하도록 하는 중심 주제이므로 주어진 시간에 맞게 구상 및 채색에 비중을 두어 활동을 하기로 했다.
사람 실루엣을 제공했으나 시민 멤버들은 아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채색을 하시는 걸 볼 수 있었다. 사람이라고 하면 눈코입귀가 있는 얼굴, 팔, 다리, 몸통을 떠올리기가 쉽지만 사람이 자신을 인식하는 것,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이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등신대에 칠한 아크릴물감이 마를 시간이 필요해서 공동체 놀이는 다음 주 시작하면서 해보기로 했다! 한 주 동안 예쁘게 건조된 등신대를 들고 우리는 어떤 놀이를 하고 또 어떤 것을 느끼게 될까? 기대감에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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