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내가 작은 너와 만나다!
지난주, 프로젝트가 끝난 후 회의를 통해 ‘오늘의 활동 (mini Me 완성 및 공동체 놀이)’을 조금 수정하기로 했다. 참여해 주신 시민멤버 다섯 분 중 코바늘 뜨기에 완전히 초보이신 분은 두 분이시고 나머지 세 분은 경력자셔서 이미 지난 시간에 완성하셨기에 또 작업하도록 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보여서다.
그래서 11월 마지막 주 활동으로 하려고 하는 '니트레터링'을 미리 경험해 보시도록 했다. 원래는 한 타임에 두 시간으로 잡았기 때문에 니트레터링 활동을 하기 전에 해피투유 팀원들이 미리 니트레터링을 위한 준비를 다 해두려고 했었다. 하지만 니트레터링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멤버들도 계시고 직접 자신이 엮은 니트로 레터링을 하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것 같아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고 강사님과도 미리 강의 계획을 조율했다.
지난주에 코바늘 기초를 배우신 두 분은 코바늘과 실을 대여해 가셔서 집에서 해보시겠다고 했다. 어릴 적에 혼자 코바늘을 가지고 놀아봤던 경험으로 손에 실을 걸고 사슬 뜨기 한 번을 해내는 게 되게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사슬들이 균일하게 나오게 하기 위해 코바늘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아는데도 꽤나 오래 걸렸던 기억이 있기에 흔쾌히 빌려드렸다.
안타깝게도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참여하셨던 시민분께서 못 오시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자녀분이 손가락을 다쳐서 병원에 가게 되셨다고ㅠㅠ 코바늘 뜨기에 관심이 있는 딸을 위해 함께 참여하기로 하셨던 터라 한 주 쉬어 가시기로 하신 것 같았다. 다른 시민 분은 집에서 연습을 해보시다가 다 풀어서 실뭉치 째 가지고 오셨다. 강사님께 1:1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도안대로 mini Me를 계속 만들어 보시도록 했다.
아무리 쉬운 것이라도 하나하나 계속 가르쳐주시는 강사님 덕분에 즐겁게 작품으로 빠져들었고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 시간 넘게 작업하여 도안의 1/2 정도를 완성하실 정도로 말이다! 도안을 모두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스스로 뿌듯해하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코바늘 뜨기 경력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모두 작품이 완성되었기 때문에 니트레터링을 해보자고 말씀드리니 무척 즐거워하셨다. 안 그래도 니트레터링이 있는 것은 아는데 어떻게 하는 것인지 많이 궁금했다며 눈을 반짝이셨다. 니트레터링을 시작하기 전 실과 기계를 나눠드리기 위해 준비물이 있는 테이블로 모였다. 맘에 드는 색깔을 두 개씩 고르고 기계를 하나씩 받아 자리로 이동했다.
니트레터링 기계에 실을 넣고 매듭을 만들어 준 후에는 기계 옆에 손잡이를 돌리면서 엮어져 나오는 니트 부분을 조금씩 당겨주면 되는데 기계와 적응하는 것이 조금 어려우신 것 같았다. 눈으로 보기만 할 때는 몰랐는데 직접 해보니 손이 많이 가고 고민이 많이 담긴 작품이구나 하시며 어려운데 재밌다고 하셨다.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 나도 겪었던 시행착오를 그대로 겪으시는 것 같아 함께 고민하면서 기계를 한 번씩 바꿔서 다시 시도해 보았다.
니트레터링 기계가 잘 작동하기 시작하자 워낙에 솜씨가 있는 분들이셔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작업해내셔서 엄청 신기했다. 실 한 타래씩을 가지고 시작해서 한 시간 넘게 기계를 돌렸더니 완성하신 것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뭔가 잘 안 되는 건 오랜만이라며 답답해하셨는데 나중에는 레터링을 미리 준비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는 말씀을 들으니 무척 기뻤다.
이제 드디어 공동체 놀이를 할 시간!
공동체 놀이는 다음의 순서대로 진행했다.
1) 병에 갇힌 핵개인
2) 나를 불러줘요!
3) mini Me 소개하기
4) 공동체 놀이(아이엠그라운드, 아파트)
5) 소감나누기
mini Me의 이름을 적은 병에 완성된 작품을 넣어 핵개인화를 체험하고, ‘호명하기’를 통해 자신을 소개하고 병 밖으로 나온다. 지난주에 미리 부탁드렸던 내용 중 'mini Me'가 자주 하는 말을 이용해 랜덤게임을 해보았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기억하고 불러주는 게임은 하나가 되고 공동체로 세워지는 여정을 앞당겨주는 효과가 있다. '아이엠그라운드‘를 수차례 하면서 즐거워진 분위기를 요즘 유행하는 ’ 아파트‘로 연결해 보았다. 젊은이들만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자신도 하게 되어 너무 즐겁다는 시민 멤버들의 소감을 들으니 즉석에서 아파트 게임을 떠올린 것이 무척 뿌듯했다.
모두 활달하신 분들이셔서 이미 친밀해진 상태라 공동체 놀이를 진행하기가 매우 수월했다. 활동하는 내내 밝았던 분위기가 공동체 놀이를 통해 더욱 밝아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잠시지만 병에 갇힌 느낌이 아주 답답하고 외로웠다며 함께 하는 멤버들이 이름을 불러주어 나오게 되어 너무나 큰 자유로움과 연결됨을 느낄 수 있었다는 시민 멤버들의 소감을 들으니 정말 감사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함께 돌아보고 나누고자 하는 핵심주제를 공유하게 되어서 말이다.
외국에서도 ‘빨리빨리’라는 말이 통할 정도로 한국인들의 급한 성격 덕분에 우리나라는 찬란한 문화와 발달한 경제적 환경을 조성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너무나 빠른 것만 좇다 보면 주변과 나를 잊기 십상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렇게 핵개인이 될 때까지 달려온 지금 잠시 멈춰 서서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두 주에 걸친 활동을 통해 시민 멤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과 모양, 특징을 담은 mini Me를 제작하고 고립되고 다시 연결되는 작업을 했다.
다음 주에는 큰 나를 만나볼 차례다. 인물등신대 활동은 큰 스티로폼에 자신의 생각을 부여하여 아크릴 물감을 칠하고 그걸 활용하여 색다른 방식의 공동체 놀이를 할 계획이다! 새로운 참여자분들이 더 신청해 주셔서 한층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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