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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Nov 29. 2021

여유 생길 때, 글쓰기

지난 주말, 인사이트 나이트 강연을 맡게 되어 몇 주간 무척 바빴다. 잘 마무리하고 드디어 새로운 주가 시작되었다.


넘 오랜만에 맛보는 여유 시간, 브런치에 접속했다.


따땃하게 달궈진 방바닥, 발그레레 상기된 두 볼, 무선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럴. 살짝 졸린 듯한 눈, 음악에 맞춰 제멋대로 움직이는 손가락. 생각은 어릴 적 가졌던 크리스마스 환상 속으로 빠져든다.


왜 하필 이런 여유를 모니터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며 보내는 걸까?


첫째, 기록하고 싶어서다. 대체 무엇을? 바쁜 일상 속에서 떠오른 생각들이 휘발되어 사라지기 전에 글자로 붙잡아두려고. 또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여유를 기록하고 싶은 것이다.


둘째, 여유를 즐기고 싶어서다. 평일 저녁 식사 후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쓸 기회가 별로 없었다. 바빴던 순간들! 그렇게도 가지고 싶었던 여유! 그것을 누리고 싶다!


셋째, 나중에 읽어보고 싶어서다. 마음이 급해 숨 돌릴 틈이 없을 만큼 바빠질 때 이 글을 읽고 싶다. 그리고 다음번의 여유를 만난 날은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해서다.


아주 바쁠 때 누구나 여유로움과 여가 시간을 꿈꾼다. 그 시간에 굳이 글쓰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 여유를 최대한 길게 최대한 여유롭게 풍부하게 느끼고 싶어서겠지? 그럼 오늘의 여유를 통해 누린 건 무엇일까?


따스한 방이 가져다 준 포근함과 아늑함

큰 일을 잘 마치고 난 후에 찾아오는 후련함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흐르는 것 같은 느긋함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들 뜬 느낌

느릿한 캐럴 선율 속을 거니는 감미로움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며 들떴던 추억

나에게로의 집중과 몰입이 주는 충만감

생각의 흐름과 비슷한 속도의 음악이 가져다준 흥겨움

해야 할 것들을 온전히 벗어던진 가벼움


글자로 적고 다시 읽어보니 오늘의 여유가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진다. 이런 날들만 한없이 계속되어도 좋을 것 같다. 잠자리에 들 일만 남은 한가함이 너무 좋다!



이미지출처: Pixabay@AdelinaZ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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