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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Oct 25. 2021

KT 먹통과 삶의 단절

오늘 오전 11시 30분 전후로 KT 인터넷 및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했다.


처음엔 내 전화기만 문제인 줄 알았다. 바꾼 지 3주도 안 된 새 전화기가 6년 된 헌 전화기처럼 버벅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위치서비스 기반으로 움직이는 날씨 앱이 멈췄다. 그러더니 카톡이 먹통이 되었다. 내가 보내려는 메시지들을 죄다 반사시켰다. 와이파이를 끄고 5G를 켜도 카톡이 살아나지 않았다. 포털 사이트를 눌러봐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급한 일은 없어서 일단 마트에나 가야지 나서는데 남편도 전화기가 먹통이라고 갑자기 옆 방에서 뛰쳐나왔다. 줌으로 대학원 수업을 받던 중이라 황당했던 모양이다. 우리 집 문제인가 싶어 와이파이와 인터넷 연결을 다시 확인해보았지만 아무래 재설정을 여러 번 눌러도 계속 그대로였다.


시간 지나면 괜찮겠지 하며 마트에 갔다. 카드 하나 달랑 들고. 마트 입구에 들어서는데 캐셔로 일하시는 분이 여러 어르신들께 뭔가 설명하고 계셨다. 내 이야기 아니려니 하며 지나쳤다. 바구니에 잔뜩 담아서 나오는데 지금 KT 전산 오류로 인해 카드 결제가 불능이라고 했다. 아까 못 들은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구만. 아, 어쩐다 꼭 사 가지고 가야 하는 것들인데! 캐셔분께 봐달라고 하고 현금을 가지러 뛰어갔다. 헐레벌떡 현금을 들고 와서 결제하고 다시 마트에서 나오면서 뭔가 평소에 느끼지 못하던 불편함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솟아났다.


인터넷이 되지 않고 와이파이가 멈췄는데 자동차는 달리고 있었다. 전기도 흐르고 수도에 물도 나온다. 가스레인지에 불꽃도 멀쩡하다. 그런데 왜 뭔가 큰 거 하나를 잃어버린 기분이 드는 거지? 그리고 나 혼자만의 섬에 뚝 떨어져 버린 이 소외감은 또 뭐지?


'네트워크'에 연결된 세상에서 너무 편리하게 살고 있어서 몰랐는데, 정말 내가 연결된 네트워크 세상에는 문제가 없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꼭 연결되어 있어야 할 사람들과의 관계성은 건강했는지 돌아보았다. 마냥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행복하다'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면서.


전화도 문자도, 카톡 하나도 보낼 수 없는 세상에 잠시 갇혀 있는 느낌은 또한 희한한 자유를 선사하기도 했다. 그 누구도 그 고립을 깨뜨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오롯이 혼자 존재했던 약 20분간. 약간의 소외감과 조금의 두려움, 무한한 자유를 느끼며 다른 사람들은 오늘의 사태를 어떻게 느끼고 기억하실지 마구 나누고 싶은 오후다.





KT 네트워크 통신 이상으로 인해 발생한 여러 불편함을 브런치에 발행해보았는데요. 

그 때 아주 빠르게 시의 적절하게 발행했던 이 글은 브런치 카카오톡 채널에 소개되기도 하였죠!

무척 기뻤습니다. 함께 실린 글은 저와 함께 팀라이트에서 활동하고 계신 마마뮤 작가님의 글이랍니다.

둘이 팀 채팅방에서 관련 대화를 나누다가 '글로 놀아보자'며 발행했던 거라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이미지출처: 매일 경제, 연합뉴스/브런치 카카오톡 채널 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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