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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Jan 06. 2021

우리 집 사는 개 이름, 견이라지요!

G Y E O N! G Y E O N! G Y E O N! 견이는 개이름

어느 틈엔가 내 곁에 와서 견이라 불리는 어떤 동물이 뺨을 핥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 녀석의 이름은 견이다. 개 견(). 나중에 엄마한테 들어서 알게 된 거지만, 우리 할아버지네서 키우는 모든 개의 이름은 견이었다고 한다. 누렁 색이어도 견이, 짙은 고동색이어도 견이, 검은색이어도 견이, 얼룩덜룩해도 견이. 수컷이어도, 암컷이어도. 모두 견이.


몇 대째 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안동군 풍산읍에서 나도 몇 마리의 견이와 함께 지냈다. 견이들은 대체로 순했고, 할머니의 말을 잘 들었다. 집을 잘 지켰고, 우리 가족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물론 복날이 되어서 돌아가신 견이도 있을 것이고, 가끔은 로드킬로 운명하신 견이도 있겠지만.


사실 '견아~'라고 부르는 것은 개한테 '개야~'라고 부르는 거랑 똑같다. 아주 어릴 때는 견이가 그냥 이름인가 보다 했지만, 개 견이라서 견이라니... 참으로 희한한 이름이다. 누가 지었을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우리 아빠일 거다. 평소에도 아재 개그를 즐기는 양반이셨으니까.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사시는 동네에서는 거의 집집마다 개가 한 마리씩 있었다. 밤에는 대부분 집에 묶여 있었지만, 낮동안에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형태로 살고 있었다. 그래서 해가 있을 때에는 마을을 뛰어다녀도 잠은 주인집에 들어와 자기 우리에서 자곤 했다. 개가 많다 보니 밤에 몇 마리의 개가 울면, 따라서 우는 개들도 있었다. 어두컴컴한 동네에서 개 울음소리가 울리면 '에헤이, 시끄럽다.'며 어른들이 자기 집 개를 혼내셨다.


그런데 희한하게 내 기억에는 개들이 가끔 한 군데에 모일 때가 있었다. 그러면 동네 아이들도 다 모여든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나도 가봤는데 개들이 동그랗게 모여있었고, 그 중앙에 개 두 마리가 엉켜 있었다. 뭔가 싸우는 거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닌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아이들이 그걸 보고 있어도 어른들이 와서 말리거나 하지도 않았다. 동네 꼬마들은 누구나 그 장면을 다 보았고 그러다 뭔지 모르겠다며 하나둘씩 돌아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장터에서 건어물 가게를 하셨다. 할아버지 집이 그 마을에 있던 교회 입구 좌편에 있었는데, 입구 우편에 집이 2채가 있었다. 그중 첫 집인 뱀집 남매, 민정이 언니와 정훈이, 그 옆집 야채장수 아줌마 딸인 미희 언니 이렇게 4명이 가장 친했다. 그래서 어디 급하게 가게 되면 서로 아이들을 맡길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그래서 건어물 가게에 와서 앉아 있으면 같이 놀자고 세 사람이 나타났다.


교회 입구에서 꼬마 4명이 이런저런 놀이를 하고 있으면 목사님 딸도 나오고, 시장 맞은편에 사는 아이들도 놀러 나왔다. 왁자지껄 깔깔 웃으며 시장 마당을 타다닥 뛰어다니고 술래잡기도 하며 놀았다. 가끔은 고무줄놀이도 하고 숨바꼭질도 했다. 교회 입구 양쪽을 흘러가는 개방형 하수구에 오줌 싸기 놀이도 했다. 아직 남녀 성 구분이 잘 되지 않아 여자아이들도 서서 누다가 옷을 다 버리곤 했다. 그리고 가끔은 교회 화장실에 쪼르르 달려가서 한꺼번에 같이 오줌누기도 해보았다. 땅을 뚫어놓고 그 위에 길고 큰 판자 2개를 놓아둔 다소 위험해 보이는 화장실이었다. 4명이 모두 들어가 바지를 내리고 같이 쉬하면서 뭔가 이상한 쾌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러다 빨리 눈 친구들은 먼저 가버려서 당혹스럽기도 했다.


나랑 가장 친했던 건 4명 중에 민정이 언니였다. 언니랑 교회 마당에서 소꿉놀이도 하고, 맛있는 것을 사 먹으러 다니기도 하고, 냇가에 놀러 가기도 했다. 언니가 나를 많이 귀여워해서 잘 놀아주었다. 정훈이는 나랑 나이가 같지만 남자아이라 그런지 언니가 나랑 노는 걸 재밌어한 것 같았다. 가끔은 할머니 댁에서 놀기도 하고, 다른 때는 언니 집에 놀러 가기도 했다. 언니네 아버지는 땅군이셨는데 뱀을 잡아서 파는 일을 하고 계셨다. 그러다가 예전에 뱀에 물린 적도 있어서 다리를 한쪽 절고 계셨지만 지금은 다 나으셨고 계속 그 일을 하신다고 했다. 그 집에 가면 하얀색으로 칠해진 희한한 찬장이 한쪽 벽에 자리 잡고 있었다. 뱀장. 뱀을 넣는 입구와 벽에 붙은 쪽은 판자로 막혀있었지만 다른 쪽 양편은 모기장 같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아마도 숨구멍일 테지.  그 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뭔가 스르르륵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구렁이라고 했다. 최근에 잡아온. 이렇게 잡아온 것을 그대로 팔기도 하고, 언니제 집에서 고아서 팔거나 또는 술에 담아뒀다가 팔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언니네 집에 가면 늘 매쾌하면서 답답하면서 숲 속 향 같은 것이 계속 났는데 아마도 뱀 냄새인 것 같다. 그리고 술에 담긴 뱀들이 유리병에 담긴 채로 아주 여러 마리 진열되어 있었다.


이렇게 어린 시절을 풍산이라는 곳에 자라면서 얼굴이 까맣게 되도록 태양 아래서 뛰고 뛰고 또 뛰어다녔다. 동네 아이들과 모여서 같이 뛰어다니고 참 즐거웠다. 무슨 특별한 생각할 것도 없이 그냥 오늘은 뭐하고 놀까? 어제 했던 거 재밌던데 또 할까? 오늘은 민정이 언니랑 어딜 가지? 어제 했던 고무줄은 좀 어렵던데 어떡하지? 그저 노는 거 외에는 아무 걱정할 것이 없는 그런 시절. 동네 강아지들처럼 컹컹거리면서 펄떡펄떡 뛰면서 마을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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