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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해 Jul 14. 2020

당신은 어떤 엄마입니까

#좀비아이 

<<사이코지만 괜찮아>>(tvN, 2020)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는 모성애다.


문강태(김수현)는 엄마가 자폐 스팩트럼이 있는 상태(오정세) 형만 보살펴서 어렸을 때 느꼈던 애정 결핍과 보호자로서 형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에 힘들어한다.


고문영(서예지) 작가는 사람들로부터 고립시키고, 불안한 상태로 자신을 양육하다 갑자기 사라진 엄마, 이런 자신을 지키지 못하고 자신을 죽이려 한 아버지로 인해 힘들어한다.


이 둘의 모습을 가장 잘 그려낸 드라마 속 동화가 <<좀비 아이>>다. 이 책은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현재 예약 판매 중이다. 내용은 이렇다.


감정이 없고 식욕만 있는 아이를 엄마가 가두고 몰래 키웠다. 다른 사람들의 가축을 훔쳐 먹였다. 역병이 돌아 사람들이 다 떠나 먹을 게 없자 엄마는 아이에게 자신의 한쪽 팔, 한쪽 다리를 주었다. 더 이상 줄 것이 없는 몸통만 남은 엄마는 기어서 아이에게 자신의 몸을 내준다. 그때 처음 아이가 말을 한다.


"엄마는 참 따뜻하구나."


#좀비엄마 

주말을 지내고 나면 월요일에 파김치가 된다. 주중에 하지 못한 엄마 노릇과 더불어 집안일을 하느라 (사실 그 집안일이라는 게 어찌 보면 별거 없지만 끊임없이 생기는 일, 성과 측면에서 무엇을 했냐 물어보면 사실 없다.)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엄마, 놀아줘!"


그릇을 정리하고, 밥을 준비하면서 빨랫감을 세탁기에 넣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나에게 아이가 외친다.


"어, 미안, 엄마 이것만 하고."


어렵게 가진 아이라 아이를 항상 최우선에 둔다고 생각했지만, 실상 아이보다는 잡다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늘 아이는 뒷전이었다. 아이는 혼자 놀다 지겨워 떼를 쓴다. 하던 일을 마치기 위해 티브이를 틀어준다. 아이는 티브이 앞에서 혼자 논다.


겨우 설거지든, 밥이든, 정리든 끝내고 잠시 소파에 앉으면 아이는 이미 영상에 빠져있다.


“엄마랑 이제 놀자.”

“싫어! 이거 볼 거야!”

“티브이 그만 봐! 안 그럼 끈다.”

“으앙, 엄마 미워!!”


아이와 함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적은데, 그 시간에 나는 다른 잡다한 일을 처리하느라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아이를 방치한다.


난, 좀비 아이 엄마처럼 먹을 것만 주는 엄마일까? 울컥 눈물이 난다.


#로봇 엄마 

<<그녀, 안드로이드>>(넷플릭스 오리지널, 2018)라는 영화가 있다.


인간 같은 로봇, '아리사'라는 로봇이 나온다. 이 로봇은 자신이 함께할 가족을 직접 선택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 그녀를 만지려고 하면, 거절하다 못해 죽인다.


주인공인 게오르기는 이전엔 뛰어난 의사였지만 현재는 시체 검시소에서 부검을 하는 일을 한다. 이혼한 게오르기는 주말에 열여섯 아들 '예고르'와 여섯 살 딸 '소니야'와 함께 일주일에 한 번 주말을 보낸다. 갑자기 검시소에 시체가 들어와 아이를 차에 두고 검시소에 가는데 이때 소니야는 아리사와 처음 만나게 된다. 이때 아리사는 소니야를 자신의 사용자로 등록한다. 아리사와 소니야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까워진다.


다른 할 일이 없어서이거나, 스스로 선택한 일이 아이와 놀아주는 일이어서 그런지 아리사는 아이가 하자는 대로 잘 놀아준다. 로봇과 노는 아이는 정말 즐겁고 행복해한다. 상반되게 소니야의 엄마는 늘 아이에게 무엇인가 지시하고, 바쁘다. 놀아주지 않는 엄마에게 소니야는 서운하다.


게오르기 가족을 사용자로 등록한 아리사는 게오르기 전처는 사용자로 등록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처와 잘 지내려고 하는 게오르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전처를 질투한다. 게오르기에게 아리사가 말한다. 자신이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고.


아이와 몰입해서 놀아주는 로봇의 모습을 보며 나를 반성한다.


'난 로봇만도 못한 엄마인가...'


#반성, 그리고

사랑은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지금 나와 있는 그 시간을 몰입해서 함께 할 때 가장 강렬하게 느낄 수 있다. 나의 모습을 돌아본다. 내가 나와 같은 사람과 연애한다면 행복할까?


항상 다른 일을 생각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정작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 없고, 나와 함께 하는 시간조차도 다른 일을 하느라 바쁜... 그 사람을 내가 사랑하고 있다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할까?


그런 모습을 보이는 남편에게 가끔 외로움을 느껴 열폭하면서 정작 나는 아이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엄마, 이 사탕 먹고 싶어~라고 말해."

"이 사탕 먹고 싶어~"

"안돼!"

"힝..."

"그럼 내가 한번 먹게 해 줄까?"

"응~"

"자, 여기 있어, 한번 만져봐."

"고마워~ 정말 착한 친구네~"


아이와 놀아주는 건 쉽다. 아이가 설정한 상황에서 시키는대로 하면 된다. 그래도 즐거워한다. 그냥 그렇게 놀아주면 되는 것인데, 그게 뭐라고 못하는 걸까? 그냥 먹을 것을 주고, 장난감을 사주고, 그냥 좀비 아이 엄마처럼 아이의 물리적 허기만 채우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엄마의 따뜻함은 잊은 채.


해야 할 일도 많고, 체력도 달리지만 그래도 아이와 함께 하는 그 짧은 시간이라도 집중하리라 다짐해본다.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집중하는 시간, 그 시간 속에 아이는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랑으로 무럭 자랄 것임에. 그리고 그 사랑으로 나도 행복할 것임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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