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소해 Jun 06. 2019

내 마음 근육은 8년 전 보다 강해졌다. 복근과는 반대

회복탄력성을 읽고

이 책을 고른 이유

회복탄력성은 2011년에 사고 대충 읽은 책이었다. 당시 많이 회자되었으나 내 상황이 탄력성을 갖기에는 자존감이 낮아지고 힘든 때였다. 탄력성을 갖고 싶었으나 마인드 전환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탄력성이 낮을 때는 이 책에 나온 방식대로 할 의욕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책은 제대로 읽히지 못하고 책장에 있었다.


최근 성장판 서평 모임에서 이 책이 서평 목록에 올랐을 때 김민식 피디님의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라는 책 대신 이 책을 택했다. 나도 모르게. 아마 무의식 중에 이젠 어느 정도 회복탄력성을 회복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렇다. 모든 일이 이렇게 역설적이다. 정말 들어야 할 사람들에게 이런 말들은 들리지 않는다. 물에 빠져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데, 생존 수영법을 가르쳐준다고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이 편안하게 읽히는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한다.




책 내용은...


저자는 커뮤니케이션학의 박사이자 언론홍보영상 학부 교수로 주로 내면 소통, 명상, 마음 근력, 소통 능력에 대한 강의를 많이 하고 계시는 김주환 교수님이다. 내용이 명쾌하다. 목록도 매우 심플하면서 명확하다. 회복탄력성은 무엇인가? 내 점수는 몇 점일까? 회복 탄력성을 이루는 요소는 무엇이며 어떻게 강화시키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책에 숨어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의 독자를 정상적인 사람으로 정의했다. 정상적인 사람들이 더 좋은 사람이 되는 책을 쓰고 싶으셨다고 한다. 좋은 사람들은 소통 능력이 좋은 사람이며, 마음 능력이 좋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가지며 행복감이 높다. 회복 탄력성은 자기 조절 능력, 대인 관계 능력으로 이루어진다. 회복 탄력성을 강화시키는 방법은 긍정성을 높여서 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긍정성을 높이는 방법은 자신의 대표 강점을 발견하고 강화시키는 것 그리고 감사하기와 운동하기가 있다.


회복 탄력성이란


자신에게 닥치는 온갖 역경과 어려움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힘


몸 근육이 몸의 면역력을 높이듯이 마음 근육은 마음의 면역력을 높여서 마음의 병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회복탄력성은 마음 근육으로 볼 수 있다. 역경을 만나면 딛고 일어나는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과 맥없이 무너지고 굴복하는 탄력성이 낮은 사람들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책과 방송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이다.


사실 살면서 자신의 탄력성을 실험해볼 기회를 만나지 않기를 바란다.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생존 근육이 회복 탄력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에 사례로 나오신 분들의 삶의 스토리가 너무나 대단하다. 이 정도가 되어야 회복탄력성이라고 하나 싶다. 책에 나오신 이상묵 교수님의 최신 기사를 접했다. 이상묵 교수님은 교통사고로 하루아침에 팔다리를 못쓰게 되는 불운을 겪으셨지만 6개월 만에 불행을 딛고 일어서신 분이다. 이교수님은 서울대 2019 학년 입학식에서 신입생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한국일보 기사


당신의 삶이 나락으로 빠졌을 때 학문이 구원의 손길이 될 것입니다. 삶은 우리 인간이 원대한 우주 안에서 존재의 의미를 이해해 나아가는 과정이기에 오직 진리만이 우리의 앞길을 밝히는 유일한 빛입니다.


바닥을 겪어보신 분들이 갖는 인생에 대한 혜안이 담긴 말씀이다.


회복탄력성 이해에 도움이 되는 다중 지능 개념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은 IQ라는 환상을 깨고 나온 개념으로 인간의 능력이 한 가지 지능이 아닌 여러 개의 지능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론이다. 인간의 지능은 언어지능, 논리-수학 지능, 시각-공간지능, 음악지능, 신체-운동 지능, 자연 지능, 대인 지능, 자기 이해 지능이라는 독립적인 하위 요소로 구성된다. 이중 회복탄력성과 관련 있는 지능은 대인 지능과 자기 이해 지능이다.


대인 지능은 다른 사람의 마음 상태나 의도를 파악하고 대인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능력이고, 자기 이해 지능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의 감정 상태를 스스로 파악하고 통제하는 능력이다. 자기 이해 지능은 특이하게 다른 지능이 효율적으로 발휘되도록 돕는 지능으로 자기 분야에 뛰어난 업적을 남기는 사람들은 관련 분야 지능과 더불어 자기 이해 지능이 높다고 한다.


회복 탄력성 요소 1 - 자기 조절 능력


회복탄력성의 한 요소인 자기 조절 능력은 감정 조절력, 충동 통제력과 원인 분석력으로 이루어진다. 스스로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으로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스스로 부정적 감정을 통제하고 (감정 조절력), 충동적 반응을 억제하고(충동 통제력), 객관적이며 정확하게 판단해서 대처 방안을 찾아내는 능력(원인 분석력)을 의미한다.


자기 조절 능력은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을 긍정적으로 일으켜 세우는 힘이다. 이 근간에는 긍정적 정서가 깔려있다. 긍정적 정서는 자기 조절 능력뿐만 아니라 대인관계 능력도 향상해준다. 긍정적 정서는 창의성 증가와 업무수행능력 향상뿐만 아니라 폭넓은 사유와 마음을 갖게 한다. “긍정적인 태도”는 영향력이 크다. 성공은 중요한 일이 닥쳤을 때 스스로 얼마만큼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켜 신나게 일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성공의 기본 요소도 긍정적 정서다.


자기 조절 능력에서 충동 통제력은 한국인의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한다. 교육의 힘인지, 한국 사람들은 힘들어도 참는 것을 잘한다. 하지만 회복탄력성은 낮다. 그 이유는 회복탄력성에 필요한 충동 통제력은 억지로 참는 것이 아닌 자율성에 기반한, 결핍이 아닌 성장에 기반을 둔 충동 통제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금 행복하면서도 미래의 성취와 성공을 위해 더 많은 것을 준비하는 사람.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그런 음식을 먹듯 인생을 사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 이런 사람이 회복탄력성이 높다.


원인 분석력은 내게 닥친 문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도록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해내는 능력이라고 한다. 객관적인 일이 나에게 기분 나쁜 일, 슬픈 일, 화나는 일, 짜증 나는 일이 되려면 나의 해석이 필요하다. 내가 어떤 스토리텔링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역시 긍정적 태도가 중요하다. 세상은 낙천적인 희망 주의자 덕분에 존속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항상 희망을 보면서 노력하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비행기도 타고, 인터넷도 하고, 상상도 못 한 물건들이 가득한 세상에 산다.


살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 중에 늘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하고,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정적이거나 짜증 내는 것을 싫어하고 가능한 좋게 좋게 넘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에게 늘 비극을 써내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희극적 요소를 알려주어도 비극으로 끝난다. 딸아이의 책 중에 늘 화만 내는 고슴도치가 화낼 때마다 머리 위 검은 구름이 점점 커져서 나중엔 다른 친구들과 놀 수 없게 되었다는 책이 있다. 도치는 원인 분석력이 약한 친구였나 보다.


회복 탄력성 요소 2 - 대인관계 능력


역시 사람이다. 회복탄력성에 있어서 두 번째 요소는 대인관계 능력이다. 대인 관계 능력은 다른 사람의 마음과 감정 상태를 빨리 파악하고 깊이 이해하고 공감함으로써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능력이다. 대인관계 능력이 좋은 사람은 힘들 때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서 심리적인 안정과 지지감으로 어려움을 빨리 털고 일어날 수 있다. 우리가 힘들 때 가족과 친구 등 기댈 사람을 찾는 걸 보면 인지상정이다. 인상적인 것인 내용 중 하나는 친구관계에 대한 뇌 연구였다. 친한 친구를 봤을 때 뇌가 활성화되는 부위가 알코올 중독자가 술병을 눈으로 봤을 때 활성화되는 부위와 같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친구들의 반응이 웃기다.


책에 언급된 카우아이 섬 연구 자료 분석을 보면 극빈층에 희망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자란 아이들 중에서도 정상적인 삶을 살고 행복하게 사는 아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연구를 진행한 워너 교수는 그 원인을 가족, 인간관계라고 해석했다. 어린 시절 부모나 가족들로부터 헌신적인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자란 사람은 회복탄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런 사람이 없어도 회복탄력성은 다음과 같은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서도 키울 수 있다.


회복탄력성 강화하기 - 대표 강점 찾기 및 수행 + 알파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회복탄력성을 높이려면 자기 조절 능력과 대인관계 능력을 향상해야 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길러주는 것은 바로 긍정적 정서이다. 쉽게 말하면 내가 행복해야 스스로 통제가 가능하고 자신의 행복을 타인에게 나눠줌으로써 내가 힘들 때 그들의 지지를 받으며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의 뇌는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다르다고 한다. 책에 나온 인지심리학 연구 결과의 내용을 보면 개인이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할 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바로 자기 모니터링 능력이다. 자기 모니터링을 잘하는 것과 관련된 능력이 실수 탐지 능력이다. 자신의 실수를 금방 알아차리고 고치려는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의 뇌는 높은 수준의 실수 관련 부적 전위를 보인다고 한다. 반면 회복탄력성이 낮은 사람은 실패율은 적지만 실패를 너무 두려워해서 실수 또는 역경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반전은 실수를 덜하지만 정작 실수를 했을 때 뇌가 반응하지 않는다. 즉 실수를 인정하고 수정하려기보다는 무시하고 억누르려는 본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을 읽는데 김연아 선수가  떠올랐다. 그녀는 경기중에서 실수해도 크게 개의치 않고 다음 순서를 이어간다. 언제든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수가 나면 고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아사다 마오는 한번 실수 혹은 실패가 다음 경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녀는 김연아 선수보다 회복탄력성이 낮은 것이다.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 긍정적 정서를 강화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의 대표 강점을 찾아내서 이를 강화하는 것이다.

저자는 무료로 자신의 강점을 측정해볼 수 있는 셀리그만 교수의 사이트를 소개한다.


https://www.authentichappiness.sas.upenn.edu/questionnaires/brief-strengths-test


자신의 강점을 찾았다면 매일 일상에서 꾸준히 수행하라. 강점의 수행만이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 행복해야 긍정적인 뇌를 만들고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긍정성을 높이는 것을 도와주는 습관으로 것과 함께 감사하기와 운동하기를 제안한다. 최근 연구에서 감사와 운동이 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이 밝혀졌다. 심장은 뇌처럼 일종의 지각 능력이 있는 기관이며 뇌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기관이다. 심장이 약한 사람은 짜증도 잘 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화를 내서 심장병에 걸린다기보다는 심장이 약해서 평소에 신경질을 잘 낸다는 것이다. 공황 장애 역시 불규칙한 심장 박동 때문이라고 한다. 감사하기는 휴식이나 수면 상태에 있을 때 보다 심장박동수의 변화 주기를 더 일정하게 만든다고 한다. 나 또한 출산 후 여러 이유로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고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때 심리적으로 급격한 불안감에 휩싸일 때가 많았다. 그 상관관계를 인지하고 있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인지하게 되었다.

운동은 집중력과 침착성을 높이고 충동성을 낮추고 성년의 뇌세포 재건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계획력, 조직력, 문제 해결 능력 등 향상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규칙적인 운동이 학습능력, 집중력, 추상적 사고 능력을 15% 이상 향상하고 치매와 알츠하이머에도 탁월하다. 만병통치약이다. 운동의 최소 조건은 일주일에 세 번씩 30분 이상, 최대 심박수의 60~80% 정도의 세기로 8주 이상 하는 것이다.


회복 탄력성 지수 (KRQ-53 테스트)

책에는 회복 탄력성의 항목을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의 회복 탄력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회복 탄력성 지수 체크리스트가 제공된다. 53가지의 긴 설문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이루어진다. 각각 따로 점수를 매기고 평균과 자신의 점수를 비교해볼 수 있다. 내 점수는 총점 215점이다(한국인의 평균 195점). 주로  긍정성에서 점수가 높았다. 나머지는 평균 수준이다. 이 책의 독서 중 자신의 회복 탄력성 지수를 측정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어떤 부분이 약한지 알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려고 하지 말고 점수가 높은 부분. 탄력성이 높은 부분에 더 집중하자.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렇게 좋은 내용을 가진 이 책의 역설은 정작 회복탄력성이 낮을 때는 책의 내용을 읽고 스스로를 개선할 마음조차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탄력성이 어느 정도 있거나, 시련이 오지 않은 상태일 때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보험 들듯이 미리 근육을 키워놓는 것이다. 정 어렵다면 감사하기라도 열심히 하자. 감사하기와 운동하기. 돈 안 들이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데...  Why Not?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