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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해 Jul 14. 2019

당신의 뇌는 디즈니랜드에 사나요?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


행복한 삶은 뇌를 행복하게 한다.


행복하니?


고등학교 때 아주 친하지는 않았지만 전화를 할 정도로 가깝진 않았던 친구가 어느 날 밤에 전화를 해선 다짜고짜 물었다. 행복하냐고. 그때 난 멋진 말을 하고 싶었다. 모호함을 코팅해서 애매하게 대답했다. 곰곰이 듣던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행복한 것도 아닌 것도 아니구나." 그리고 말했다. "행복해라! 친구야!"


당시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충격이 컸다. 반 친구들의 1/3 정도는 고등학교 과정을 이미 다 마스터하고 온 상태였다. 나는 수학의 정석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당연히 사전 학습량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었다. 중학교 때까지 상위권으로 항상 우등생이던 나는 뒤에서 세는 것이 빠른 등수가 되었다. 52명 중 47등. 처음 성적표를 받아 드니 믿기지 않았다. 물리적인 시간의 제약으로 나는 그 등수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대부분 부유한 집 친구들에 날씬하고 이뻤다. 난 공부도 못하고, 집도 부유하지 않은데, 사춘기에 뚱뚱하고 못생긴 아이였다. 친구도 많지 않았다. 우울해졌다. 우울함이 극도로 심했던 시기에 배웠던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학교에 가기 싫어서 늘 지각했다. 우울하면 뇌의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기억이 희미한 것 같다. 게다가 일주일에 4킬로그램이 찔 정도로 갑자기 살이 쪘었다. 학습 능력과 기억력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 사이클로 들어선 것이다. 나중에 그 차이를 극복해 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했다. 그때 뇌 과학을 알았다면 좀 더 효율적으로 했을 텐데 아쉽다.



체육관으로 간 뇌 과학자

갑자기 고등학교 시절 기억을 불러일으킨 트리거는 <<체육관으로 간 뇌 과학자>> 라는 책이었다. 실험실에 갇혀 살던 중년의 싱글인 뇌과학자가 뚱뚱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이야기였다. 저자가 대중 과학 커뮤니케이터라 그런지 어려운 내용을 쉽게 잘 설명해서 글이 읽기 쉬웠다. 게다가 재미있었다.

저자는 자신의 성장 스토리와 뇌 과학 이론을 연결해서 설명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녀의 성장과 더불어 우리의 뇌 과학 지식도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 뇌 과학의 이야기를 이렇게 친밀한 방식으로 소개하는 저자는 처음이라 신선했다. 과학 교양서인데 마치 소설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처럼 낯선 곳에 가서 살아보고 싶었고, 연애 이야기에 같이 공감했다. 무엇보다 몇 번이나 읽다 말고 밖에 나가 뛰고 싶었다. 작가의 경쾌한 말투와 운동 펌프질이 운동을 좋아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못하고 있었던 내게 강렬한 자극을 주었다. 그 결과, 그동안 안 하고 있었던 아침 스트레칭을 다시 시작했다. 동작이 많지도 않고 길어야 5분도 안되는 시간이지만 스트레칭을 통해 전보다 조금 집중도가 높아졌다.


아래 유튜브 링크를 통해 그녀의 강연과 책에 나온 인텐사티 동작 일부를 볼 수 있다. 동작과 구호가 아주 경쾌하고 활기차다.

https://youtu.be/BHY0FxzoKZE?t=705 


지루한 삶은 멍청해 지는 길


왜 바쁜지는 모르겠지만 바쁘다. 그리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바빠서 운동할 시간도, 사랑하는 사람과 보낼 시간도 없다. 핸드폰 보고, 인터넷 하고, 유튜브 보고, SNS 하고, 카톡 하고, 티브이도 봐야 한다. 잠잘 시간도 없다.


최근 갑자기 컨디션이 안 좋아지면서 생각 없이 바쁘게 지내던 루틴을 멈춰야 했다. 생각할 시간이 생겼다. 도대체 왜 바쁠까? 삶의 근본을 건드리지 못하고 주변만 빙빙 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란 늘 정리해도 어지럽혀져 있는 집과 같다. 빨래하고 청소하고 먹고 치우고 해도 늘 다시 돌아서면 제자리인. 그 루틴을 반복하기 위해 이렇게 바쁜 걸까?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늘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해졌다. 뭘 먹어도 맛난 게 없고, 딱히 재미난 것도 없다. 낙엽만 굴러가도 꺄르르 웃고, 신나고 짜릿한 일들로 가득 찼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인 젊은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 


그. 런. 데.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에 따르면 이런 상태라면 큰일이다.


새로운 자극을 박탈하거나 매일 지루한 일상을 반복하면 시냅스 연결이 약화되고 뇌 크기는 감소할 것이다. 내가 매일 뇌의 형태를 빚고 있으며 당신도 그렇다는 것이다. p30, 34


뇌가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같이 변화하는 능력을 뇌가소성이라고 한다. 환경이 변하면 이에 따라 뇌도 변한 다니 ‘이 나이에 배우 뭐해?”라는 핑계로 더 이상 공부하지 않는 어른들에게는 나이는 단지 핑계가 되었다.


이 책에도 나오고 다른 곳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실험에 따르면 "디즈니랜드"로 불릴 만큼 풍족한 환경에서 지낸 쥐들은 장난감도 친구도 없는 환경에서 지낸 쥐들에 비해 더 큰 뇌를 가진다고 한다. 행복하면 머리가 좋다. 극단적으로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여태까지 지루한 삶을 살고 있었다면, 억지로라도 재미난 삶을 살아야 한다. 쪼그라진 뇌로 살지 않으려면 말이다. 저자는 아래와 같이 뇌를 자극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브레인 헥스: 뇌를 자극하는 여섯 가지 방법

1. 운동하기: 새로운 안무 배운 후 가장 좋아하는 음악에 맞추어 4분간 춤추기
2. 새로운 음식 먹기: 한 번도 안 먹어본 음식 먹기, 암흑 속에서 식사해 보기
3. 생소한 주제의 글을 읽기
4. 낯선 예술 작품을 4분 동안 바라보기
5. 낯선 음악을 들어보기
6. 향이 강한 음식 냄새를 맡기


브레인 헥스의 6번째를 적다 보니 시험 기간에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글이 생각난다. 그 글에서는 외워야 할 것이 있다면 화장실에 가서 외우라고 제안했다. 암모니아 냄새의 강렬함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강렬한 자극이 뇌를 자극한다는 맥락 상으로 보면 암모니아 냄새도 강렬한 자극인 만큼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카페에서 공부가 잘되는 이유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대부분 카페에서 공부가 잘되는 이유를 백색 소음이라고 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카페가 생각보다 새로운 자극이 많아서가 아닐까 한다. 카페에는 늘 새로운 사람들이 늘 새로운 대화를 하고, 진한 커피 향이 가득하니까 말이다. 이런 환경 자체가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추정해본다.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 치매를 이기는 방법 - 강렬한 감정 그리고 새로움


저자는 아버지의 사례를 통해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이 사례는 마음이 짠하면서 아름다워서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아버지가 치매를 진단받은 날 엄청난 무력감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기억에 대한 연구, 뇌에 대한 연구를 하는 사람인데, 사랑하는 가족에게 어떤 것도 해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가족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용기를 낸다.


있잖아요, 엄마. 생각해보니 통화하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이제부터 그런 말을 해보면 어떨까요?


그녀의 용기가 치매에 걸려 더 이상 새로운 기억을 갖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아버지에게 새로운 기억을 선사했다. 아버지는 딸이 명절에 방문한 것은 기억하지 못해도 통화 끝에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잊지 않으셨다고 한다. 


이것은 기억을 강화하는 감정의 힘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예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는 내 말에 아버지는 사랑과 자부심을 느꼈을 테고 그 감정이 치매를 이겨내고 새로운 장기 기억을 형성하게 했던 것이다. 어떤 사건이나 정보가 감정을 불러일으키면 감정 처리에 매우 중요한 편도체가 활성화되면서 해마에 의해 처리된 기억을 강화시킨다. 이것은 감정과 인지 또는 감각과 학습이 얼마나 상호 의존적인지 보여준다.


아버지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을 기억하시게 된 이유 중 또 하나는 그 사건이 색다른 일이었기 때문이다. 뇌는 늘 새로운 것에 주목하는 특성이 있다. 새로움이 위험이 될지 아닌지 파악하기 위한 본능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보가 기존에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연결되면 더 빨리 기억한다고 한다. 저자가 알려주는 기억력 향상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기억력 향상 방법

1. 자주 기억해 내기, 반복하기
2. 새로운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연결하기
3. 감정과 연결해서 기억을 강화하기
4. 새로운 경험으로 만들기


저자는 치매와 알츠하이머를 다음과 같이 구분했다. 치매는 일상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기억을 잘 못하는 증상을 포괄적으로 의미한다고 한다. 기억력, 계획력, 의사 결정, 기타 사고 관련 기능의 감퇴를 포함한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라고 한다. 치매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60-80 퍼센트는 알츠하이머병을 앓는다고 한다. 이름과 최근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알츠하이머는 베타 아밀로이드 조각들이 응집되고 타우 단백질이 엉켜서 생긴다고 한다. 아주 작은 단백질이 왜 갑자기 뭉치고 엉켜서 우리 뇌를 망가트리는지, 우리는 뇌를 가진 위대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너무나 약한 존재다.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은 운동이다. 주 3회 이상 운동하는 사람에게는 치매 발병률이 32퍼센트 낮게 나타난다고 한다.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고강도 운동은 치매 발명률이 낮게 하고, 운동량을 증가시키면 주의력이 향상되고 해마의 크기가 커진다고 한다. 운동은 만병 통치약 같다. 취학 연령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봐도 유산소 운동은 학업 성취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체질량지수는 학업 성취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뚱뚱하면 공부를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학생의 기억력을 향상 시키는 방법은 참신하거나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학생들에게 강렬한 기억을 선사하기 위해 자신의 첫 수업 시간에 엄청난 퍼포먼스를 한다고 한다. 역시 뇌 과학자다. 저자의 첫 수업 퍼포먼스는 책의 175페이지에 있다.


저자는 시간이 없어 운동을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다음과 같은 팁도 제공해준다.

 

4분 운동법

1. 빠른 템포의 음악 들으면서 계단을 올라가기
2. 직장에서 하루 4분씩 책상 위에서 팔 굽혀 펴기나 스쾃 하기
3. 4분 동안 양치질하면서 스쾃 하거나 스트레칭하기
4. 4분 동안 빠른 속도로 집안 일하기
5. 4분 동안 어린아이처럼 훌라후프 하기
4분 운동법은 실천하기 쉬워 보인다. 시작 해야겠다.


스트레스 & 행복한 뇌 만들기

 

아픈데 원인을 모르면 다 스트레스 때문이다. 우리가 앓는 대부분 병의 원인이 다 스트레스가 아닐까? 만병의 근원이라 불리는 스트레스, 정말 나쁜 걸까? 이 책에 따르면 약간의 스트레스는 뇌의 신경계를 깨워 기억력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적당한 스트레스는 심혈관계를 강화하고, 상처를 빠르게 회복시켜 주고, 위급 시 생명을 유지시키는 필요한 경보 시스템이다.

 

하. 지. 만. 과유불급. 현대인은 만성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다. 현대의 삶은 뇌가 인지하는 스트레스와는 성격이 다른 스트레스 자극으로 가득 차있다. 따라서 뇌는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아니고 위급 사태가 아닌데도 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위급 사태로 분류한다. 세금으로 인한 스트레스인지, 사자가 달려들 때의 스트레스인지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위급 상황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현대 문명의 짧은 역사로 아직 뇌가 적응을 못한 것 이이라.

 

만성 스트레스는 심혈관 질환, 우울증, 암, 기타 병 등으로 이어진다. 스트레스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뇌의 해마, 전전두엽피질, 편도체가 영향을 받는다. 특히 해마는 코르티솔 농도에 민감해서 고농도에 노출되면 노화가 돼서 장기 기억 기능이 떨어진다고 한다. 전전두엽피질은 작업 기억, 의사 결정, 계획, 유연한 사고 등 주요 인지 기능에 필수적이다. 가벼운 스트레스도 전전두엽피질의 작업 기억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편도체의 스트레스는 감정, 특히 혐오 자극에 민감하게 한다고 한다.

 

모든 현대인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듯하다. 스트레스로 인해 장기 기억이 떨어지고, 융통성이 떨어지고, 실수하고, 건망증이 심해졌다고, 오늘 어제일이 기억이 잘 안 난고, 자신과 조금만 다르거나 자극이 와도 과도하게 화를 내거나 싸우거나 살인을 저지른다. 기사에서도 이런 상황을 종종 접할 수 있다. 화가 난다고 국보 1호 남대문을 태웠고, 부모를 죽였고, 익명의 사람들을 화장실에서 죽였다.

 

그렇다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다음 방법을 제시한다. 이 방법을 취할 만큼 전전두엽피질이 정상이길 바란다.

 

1. 사랑하는 사람/동물과 포옹이나 키스하라.
2. 4분간 차나 커피를 마시면서 자신에게 집중하라.
3. 가장 친한 친구에게 안부 전화를 한다.
4. 가장 좋아하는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라.
5. 줄넘기나 훌라후프를 하라.
6. 손/발 마사지를 하라.
7. 감사편지를 써라.
8. 유튜브에서 동물 영상을 보라.


습관, 결국 습관인가


1회성 활동으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행동을 지속시키는 것은 습관이다. 습관을 지속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저자도 엄청나게 충격적인 계기가 있었고, 운동이라는 변화를 유지하기 위해 온갖 정신, 정서, 신체 에너지를 쏟았으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저자처럼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최근 유행했던 이 방법을 제안한다. 새로운 습관을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서 이미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일과 결합시키는 것이다.

 

Tiny Habit + Routine

예를 들어 양치질과 확언을 함께 하는 것이다. 양치질이 끝나면 바로 나만의 확언을 말한다. 이 방식이 습관화가 되면 다른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한다. 새로운 습관을 작은 단위로 쪼개야 뇌의 거부감이 없다고 하니 아주 작게. 뇌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쪼개자. 난 이 방식을 이렇게 부르고 싶다.


다 된 밥상에 숟가락 얹기.
이미 하고 있는 일상에
새로운 습관 끼워 넣기


다음으로 보상체계를 동작시켜 뇌를 기분 좋게 하는 것이다. 뇌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결국 안 좋은 습관을 끊고, 좋은 습관을 만들고, 뇌가 건강해지고 삶의 퀄리티가 올라가는 길이다.

 

뇌 웃게 만들기

1. 낯선 사람 도와주기
2. 모르는 사람에게 미소 지으며 인사하기
3. 싫어하는 사람에게 친절 베풀기
4. 길거리나 해변에서 쓰레기 줍기
5. 감사편지 쓰기
6. 지식을 나눠주기


이 책을 읽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언제나 진리는 단순하다. 모양만 바뀔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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