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9 At Sea
승선 이후 가장 행복했던 날.
세상 다 품을듯 행복한 하루의 마무리.
어제부터 머리가 너무 아픈데다가 오전타임에 업무를 동료들이 나한테 온전히 다 맡기는 바람에 아침부터 혼자 머리카락을 얼마나 쥐어 뜯었는지.
이후, 점심먹고 평소에 들리지도 않는 승무원마트를 얼떨결에 들어갔다가 한국 컵라면을 보고 내 눈이 삔줄 알았다. 실화인가. 신라면 4개가 전시되어있었다. 양심상 두개만 샀다. 하나에 한국돈 2000원이지만 뭐 어때. 라면을 손에 쥐자마자 무슨 감정이였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눈물이 났다. 나 진짜 제대로 미쳐가는구나.ㅠㅠ 8년 기숙사 생활하면서 평생 먹을 라면 다 먹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라면에 눈물이라니. 나 스스로 얼척이 없다.
그래도 뭐 어때. 컵라면 두개를 아주 뿌듯하게 방에 들고와서 엄빠한테 전화했다. 엄빠가 당장 다시가서 남은 두개 사와란다. 이런데에 양심 안써도 된다고. 니가 저걸 자꾸 없애야 잘 팔리는줄알고 계속 들어올꺼라고. 그러고보니 맞는말이네.ㅋㅋ
두번째 근무 타임. 밤 11시 퇴근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10:57분에 할머니 게스트 두분이 같이 다가왔다. 세상에서 제일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으면서 대했다. 두분이 뭔가를 상의하는거 같아서 귀기울여 들어보니 한국말이다..! 다급하게 ‘저 한국사람이에요!’라고 외치다시피 내 존재를 알렸다. 엄청 반가워 하시며 한국말로 이런저런 질문을 하셨다. 평소에 싫어하는 질문들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한국인이라는 자체가 너-무 반갑고 엄청 위로되서 또 울뻔했다. 여기와서 완전 울보됬다.ㅠㅠ 그리고 한국말 3주가량 안썼다고 말 더듬는거 보고 스스로에게 충격 먹었다.
그렇게 나는 오버타임으로 퇴근을 했지만 룰루랄라 방으로 돌아오면서 혹시나하고 다시 승무원마트를 들렸는데 컵라면 두개가 여전히 계신다. 마저 사들고 방으로 왔다. 마음이 아주 든든하고 위로되는 하루의 마무리다.
#소소한행복 #아주큰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