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깜짝 이벤트 (극감동주의) #day33

2018.03.22 Cozumel, Mexico - 아빠의 써프라이즈-

by 오미

#감동주의


내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승선 이후로 엄빠랑 매일 통화. 근데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거의 매일 울어대는 딸을 보고 가만히 있을 엄빠가 아녔다는걸 깜빡했다. 뱅기표 끊은 카톡이 왔다. 세상에 마상에. 약 14개월만에 아빠를 멕시코에서 보게 생겼다.


심지어 그날이 내 첫 야간 근무. 자정 출근해서 오전 6시 퇴근. 오전 7시에 멕시코 정박 그리고 오후 3시 출항. 승선 이후 처음으로 8시간 full로 놀수있는 스케줄을 아빠와 함께라니.

아빠 만날 설렘 덕에 무사히 퇴근하고 정박 하자마자 나갔더니, 아빠가 항구 앞에 서있다. 실감이 안나서 눈물이 난다. 고생했다며 집에가자고 안아주는데 눈물이 난다. 너무 고마워서,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난다. 웃고 싶은데 자꾸 눈물이 난다.

멀리서 보이는 우리 배를 배경으로 한 컷 :)

잠깐이라도 집처럼 편히 쉬게 해줄려고 좋은 숙소를 잡았단다. 갔더니 아침을 차려놨다. 힘들때는 새우죽이 좋다며, 너가 그리워하고 먹고 싶을것 같았던 된장국이랑 김치도 어제 도착하고 주변 마트 장봐서 만들었다며. 나주려고 사놓은 간식거리도 이빠이다. 생전 처음 와본 숙소가 그냥 집이 되버렸다. 그리고 나중에 헤어지고 사진 다시 보다가 아빠 그릇에는 새우가 없다는걸 발견했다. 어떻게 눈물이 안날수가 있어.

코스타리카에서 요만큼씩 싸온 재료들 그리고 없는 재료 장봐서 차려준 밥상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든든하고 따뜻해서 감동이었다.

밥먹고 바다 보이는 까페가서 인생 토킹을 했다. 결론은 하나님 어메이징. 그리고 엄빠는 무조건 내 편.


잘하고 싶은 동시에 매일 그만두고 싶은 갈등 속에서 헤매는 나를, 어떤 선택을 하던 무조건적으로 품어주고 지지하고 존중한다는 아빠의 모든 말이 너무 든든했다. 자꾸 눈물나. 울보. 하나님 나 잘하고 싶어요. 근데 어른되기 너무 힘들고 아파요.ㅠㅠ

점심도 아빠가 근사하게 차려줬다. 그 사이에 나는 잠깐, 아주 편히 잠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에게 집은 세상 어디든 엄빠가 있는 곳이라는걸. 점심은 아빠가 좋아하는 재즈를 배경으로 랍스타랑 스테이크. 레스토랑이 따로 없다. 아 진짜 왜케 슬프냐아.


맨번 혼자 외롭고 우울하게 가던 곳들을 아빠랑 함께가니 세상 예쁘고 아름답다. 맨날 사람들한테 치이고 짙밟히다가, 감히 계산 할 수 없을 만큼 사랑 듬뿍받는 이 기분 너무 오랜만이고 너무 좋다.

헤어질때 너무 슬펐다. 정말 너-무 슬펐다. 14개월만에 멕시코에서 아빠를 만났는데, 몇시간 만에 헤어져야한다는 사실이 너무 마음 아프고 애틋하고 슬펐다. 우리 가족은 언제쯤 다같이 살 수 있을까.

그래도 오늘 아빠와 함께하며 위로도 용기도 많이 얻었다. 버텨야만 한다는 용기가 아닌, 앞으로 내 인생의 모든 선택에 대한 용기. 당장은 남은 5개월을 과연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내 모든 선택을 믿어주고 지지해주겠다는 엄빠가 있어서 감사하다.

하나님 오늘 선물 너무 감사해요. 벌써 보고싶다. 엄청 행복한 꿈꾼거 같은데 아빠 사진으로 가득한 사진첩보니 현실이긴 했나보다. 아씨 나 어뜨카냐. 엉엉ㅠㅠ

아빠가 이것저것 챙겨준 짐도 한뭉치다.ㅠㅠ


#가족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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