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5
#밀린일기3
이렇게 보면 마냥 평범한 데스크랑 백오피스 같은데, 하루도 빠짐없이 크고 작은 일들이 터져나는 곳…. 전쟁터..
그래도 이제는 어느정도 익숙해졌는지, 이제 손님 걸음걸이나 눈빛만 봐도 제법 짐작이 간다. 항구정보, 크루즈 스케줄, 멀미약 요구, 등 척하면 척 미리 준비도 한다. 그들의 입맛대로 데스크에 도착하기도 전에 미리 준비 되있으니 제법 좋아라한다.
#에피소드6
한 부부가 나에게 편지봉투를 건낸다. 두분 표정이 묘해서 도저히 짐작이 안간다. 여자가 나한테 그 봉투를 쭉 내밀면서 내 남자 다른 여자랑 크루즈 예약한거 아닌지 확인 해달한다. 두둥
알고보니 Future Cruises (크루즈 승선중에 다음 크루징을 예약하면 할인해주는 부서) 측에서 부부의 객실로 편지를 보냈는데, 편지에 객실번호 그리고 남자분 이름은 정확한데, 여자분 이름이 완전히 다른 것.
확인 해보니, FC 측에서 전 크루징때 그 객실을 썼던 여성분의 이름 그리고 이번 크루징의 남자분 이름을 실수로 같이 프린트 해서 보낸 것ㅋㅋ
내가 누명을 벗은 마냥 웃으면서 당당히 두분의 이름으로 크루즈 예약한게 맞다고, 편지는 우리 측 실수라고 사과하니, 여자분이 씨-익 웃으면서 ‘역시 넌 바람 필 사람이 아니지, 굿보이’라며 칭찬을 한닼ㅋㅋㅋ
그러자 남자분이 세상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허세와 박력 가득한 어깨동무를 뽷 하더니 데스크를 떠난닼ㅋㅋㅋ 첨엔 좀 긴장했지만, 결론은 졸귀탱 부부를 만나버린 셈이 되어서 좋았다.
#에피소드7
일단, 크루즈에는 Onboard Credit (OBC)라는 포인트 개념의 시스템이 있다. 즉, 크루즈 예매할때 돈으로 포인트를 미리 사는 것. 예를 들어, $200 OBC를 승선 전에 $180에 구매해서, 승선해서는 $200의 값어치 만큼 사용 할 수 있는 것.
퇴근 시간이 얼마 안 남은 시각, 스트레스가 쌓일대로 쌓여있는 나에게 한 아주머니가 다가온다. 표정부터 불길하다. 쉬운 상대는 아닐꺼 같은 직감이 온다.
데스크로 오더니, 자기는 OBC $300을 받아야 하는데 객실 티비에 내역을 보니, 적용이 안되있길래 확인하러 왔단다. (객실 티비로 남은 금액, 쓴 금액, 등 크루징 카드 내역을 편히 볼 수 있는 체널이 연결 되있다)
체널이 자주 에러가 나는걸 알기에, 차분히 설명 드리고서 컴터로 자세히 확인 해보니, $300 정확히 적용이 되어있길래, 그렇다고 말씀드렸다.
근데 왠걸. 자기 객실 티비에 안나오기 때문에 적용이 안된거라고 막무가내로 우기기 시작한다. 적용이 됬으면 티비에 나와야되는거 아니냐고, 너 나한테 사기 치냐고, 내 돈 내놔라고 쌩 난리 난장판을 펼친다. 솔직히 그 순간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쉩... 인간 잘못 걸렸다’.
우기고, 소리 지르고, 데스크 내려치고, 침 튀기고, 거기다 내 설명은 귓등으로도 안 들으니까, 나도 웃으면서 시작했는데 점점 속이 부글. 그래서 아무 말 없이 그 고객의 전체 내역을 프린트해서 형광펜으로 칠해서 확실하게 보여줬더니, 자존심 상했는지 갑자기 무시하냐며 괴성을 지른다. 주여...
‘지금 내가 틀렸고 니가 맞다는거냐!? 니가 뭔데 니 말은 맞고 내말은 틀렸냐!? 니는 생긴 꼬라지부터 마음에 안든다! 역시 동양인들은 멍청해! 태어나서 너같은 불친절한 사람 처음 본다! 꼴 보기 싫다! 내 눈 앞에 띄지 마라!’ 소리를 꽥꽥 지르면서 사방에 내 욕을 해댄다. 이쯤되니 나도 열을 받을때로 받아서, 바들바들 떨리는 몸 컨트롤 하랴, 멘탈 붙잡으랴, 그 와중에도 친절하게 대해보려는 안간힘.... 다시 생각해도 화나.
근데 그렇게 참고 참다가 결국 터졌다. ‘니 이름 뭐야!! 너 메니저한테 다 보고할꺼야! 너도 무시 당해봐라!’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성의 끈을 놓아 버렸다. 그래 다 일러 받쳐라 나도 더 이상 니 따위 인간들 땜에 못해 먹겠다는 생각에 명찰 그대로 뜯고, 명함도 다섯장 꺼내서 그 인간 프린트물에 스테이플로 박아서 그대로 데스크에 내려쳐 꽂아버렸닼ㅋㅋㅋ 나란 인간... 후아
그 사이에 안절부절 지켜보던 동료가 어시스턴트 메니저 (AFDM)에게 보고를 했고, AFDM이 오더니 걱정말고 여기서부터는 자기가 해결 하겠다고, 너는 얼른 들어가서 쉬어라고, you had a hard day라고 토닥여주며 퇴근 임명. 넌 정말 여러모로 최고야.ㅠㅠ
#여전히성장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