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오미 Jan 27. 2021

왜 굳이 미국 간호대 편입인가?

한국 사람이면 한국 간호대로 편입하는 게 더 쉽지 않나?


나오미는 자연계열 전공 출신


내가 졸업한 대학은, 특이하게도 전교생이 입학하고 1년은 자율 전공의 커리큘럼을 따른다. 그리고 1학년이 끝나기 전에 전공을 선택해서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전공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는 문과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학교 때는 자연계열 전공인 생명과학과 상담심리를 복수 전공으로 선택해서 공부를 하고 졸업을 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여유 있는 형편의 가정이 아니어서 1학년 때부터 기본적인 학비와 숙식비를 스스로 해결을 했었다. 그런데 내가 디자인을 전공하게 된다면 2학년부터 필요하게 될 재료 값, 높은 성능의 노트북, 등 추가적으로 드는 모든 비용을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찰 거 같아서  미련 없이 빠른 포기를 했었다. 그렇게 나는 2학년이 되기 전에 전공을 선택할 때, 첫 번째 순위를 포기하고, 부모님 직업의 영향이 커서 두 번째 순위에 두었던 생명과학, 그리고 사람을 좋아한다면 재밌을 거라던 선배의 말에 홀려서 세 번째 순위에 두었던 상담심리를 전공으로 선택하게 되었었다.


솔직히 말해서 전공 공부는 정말 재미없고 의욕 없이 했었다. 사실   없이 선택했던 전공이었으니,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남들처럼 대학 생활 동안 열심히 공부했다기보다는 그냥 해야 하는 만큼의 최소한으로만  했고, 오히려 자기개발에  집중했던 시기를 보냈다.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고,  많이 읽고, 문화생활 다양하게 하고, 운동 열심히 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 쓰고, 매일같이 기도실에 가서 기도도 열심히 했던 4년의 생활이었다. 공부는 그냥 시간 남으면 하는 정도?ㅎㅎ


이제 와서 돌아보면 그 당시 20살의 나는 큰 마음 없이 전공을 선택해서, 의미 없는 공부를 4년씩이나 버티고 했다는 자체가 용감했구나 싶지만, 그 의미 없던 공부가 간호대를 준비했던 과정과 간호대를 다니고 있는 지금까지도 도움이 될 줄이야.. 뭐든 해두면 다 쓸모 있는 날이 온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다.




왜 굳이 미국 간호대?


개척자 마냥 새로운 길을 여러 번 걸어 봤지만, 또 한 번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것은 그전에 여러 번 해봤다는 것과 상관없이 여전히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처음 시작할 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결국 그냥 나답게 손이 가는 대로 노트북을 켜고 "미국", "간호대", "미국 간호사", "미국 간호대 편입"이라는 단어의 조합으로 가능한 모든 검색부터 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검색을 하다 보니 머릿속에 점점 미국 간호대에 대한 정보들이 쌓이기 시작했고, 이해도도 어느 정도 생겼을 때 반가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전 편에, 크루즈 간호사로 5년 버는 돈이랑 GRO 크루즈 승무원으로 15년 버는 돈이랑 얼추 비슷하다는 계산을 했을 때, 내가 간호대를 재입학해서 졸업하고 경력까지 쌓고 돌아가도 이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때 사실 연달아 들었던 생각이, 이왕 간호대를 갈 거라면 내가 원하는 크루즈가 미국 회사니까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는 게 낫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단은 미국 간호대 위주로 선택을 해서 알아보고 있었는데, 검색하고 정보를 찾다 보니 내가 생명과학 그리고 상담심리를 전공을 했다는 이유로 미국 간호대로 엄청난 양의 학점을 인정받고 편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와우..!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방법이었는데, 우연인지 그분의 예비하심인지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래서 더 자세히 알아봤더니, 내가 생명과학 그리고 상담심리를 전공하면서 들었던 과목들이, 미국 간호대에서 첫 2년 동안 듣는 과목들이랑 겹치는 게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나는 빠르면 1년 반 그리고 아무리 늦어도 2년 반이라는 시간 내에는 미국 간호 자격증을 딸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 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내가 예상했던 4년이라는 시간이 하루아침에 반이상 단축되어버린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내가 이번 새로운 도전에 조금은 더 과감하게 몸을 던질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다.

 

정말 의미 없이 공부했던 생명과학과 상담심리라는 전공이 졸업한 지 2년 만에 보이지 않던 나의 앞길을 밝혀주고 비춰줄 줄이야 그 누구도 상상 못 했을 것이다. 하늘에 계신 그분은 역시나 대단하신 분이다. 어쩌면 스릴을 즐기시는 분인가 싶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크루즈 간호사가 되고 싶다면 뭐부터 시작하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