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잠이 깨지 않은 손목 비틀어
가까운 동네 중고서점에 다녀왔지
항상 미소 짓는 그녀 날 반겨
벽에 빈틈없이 채워진 책들이 철옹성 되어
언제든 허물어져 그녀의 온몸을 삼키리라
설마 두려워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지문指紋을 알아볼 수 없는 허름한 책들
이별 여행을 다녀온 캐리어는 딱딱한 입 벌려
가시나무에 그들 주렁주렁 꿰뚫어 매달아
바닥에 흘러내리는 페이지 더미 모른 체하고
바짝 마른 홰에 불을 붙여 건네준 자
하필이면 그녀라니
맙소사
왼쪽 손목을 날카롭게 가로지른 흉터
이젠 봉긋 솟아올라 제법 무뎌 보여 다행이야
그녀는 쿨한 미소를 지으며
불티 기어오르는 홰 받아 들지
망설임 없이 뿌리내린 불기둥 솟아오르고
비명을 지르는 책들 낱장 휘날리며 발버둥 치느라
뜯어진 살점 피비린내 가득한 재꽃 휘날려
그녀의 손목 숨겨진 칼날 가느스름한 눈 뜨고
티 없이 맑은 눈동자 가득 담긴
뒷걸음치는 불구덩이에 물구나무 떨어질 찰나
벌건 눈 치켜뜬 그녀의 손목 부여잡아
번쩍 들어 올려 안고는 차곡차곡 책 더미 쌓아 올린
수술대에 강제로 몸 눕힌다
마취 없이 가시 돋친 상처를 봉합하는
응급실의 비명 소리 그칠 줄 모르고
활활 타오르던 눈동자 조용히 눈을 가린다
뒤꿈치로 미끄러지는 바닥은 붉은 재 뿌려지고
수북이 쌓인 봉분의 모양새 봉긋하니 이뻐서
안녕하고 이제야
손을 흔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