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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잇템을 장착하다

귀가 움직이는 토끼 모자를 써보자

by 라미루이

올해는 초겨울 날씨도 어찌나 야멸차고 쌀쌀맞게 돌아서는지,

한참 늦은 더운 날씨에 긴 비가 내리더니 15도나 기온이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그 바람에 매서운 추위를 버티게 해 줄 아이들의 잇템인 '토끼 모자'를 옷장에서 찾아 건네주니

바로 머리에 쓰고는 양쪽 귀를 번갈아 움직여본다.


왼쪽 귀 들어, 오른 귀 내려

양쪽 귀 번쩍 올려

바른 귀 올리지 말고, 왼쪽 귀 올려

...


처음엔 곧잘 웃으며 아빠의 구호를 따라 하다가,

말이 점점 길어지고 배배 꼬이자 아이들은 더 이상 관심 없다는 듯 제멋대로 핑크색 귀를 올렸다 내린다.


둘째 연이 눌러쓴 토끼 모자의 한쪽 귀가 축 늘어져 빠릿빠릿 서질 않길래 안에 공기가 드나드는 관을 바로 연결하니 멀쩡히 동작한다.


첫눈이 오면 저 털모자를 눈썹 아래로 덮어쓰고는 눈밭을 뒹굴고 내달리고 파헤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겠지.

아이들도 아빠와 똑같은 상상을 하는지 서로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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