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랜만에 근처 도서관 들렀더니
입구에서부터 이래저래 성가시다
바닥의 발바닥 표지에 멈춰 서서 체온을 측정하고
포커스가 흔들리는 단말기에 QR 코드를 인식시킨다.
그제야
지상 최대의 천국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스르륵 열린다.
습관적으로
승강기 한켠에 마련된 손 소독제의 레버를 꾹 누르는 순간
뭔가 잘못됐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다)
은밀하게 설치된 부비트랩이 폭발하듯
수풀에 몸을 숨긴 코브라가 치명적인 독을 날리듯
내 왼 눈자위를 향해 긴 꼬리 그리며
분출하는 점액질이 눈부시다
흐악!
불의의 기습에 한 손으로 눈 가리고
몸을 움츠렸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재수 옴 붙은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 깨진다더니,
어디선가 날아온 활활 타오르는 불화살에
눈알을 관통당할 줄이야
어디선가 메아리친다
전장에서 왼쪽 눈을 잃은 맹장 하후돈의 외마디 비명
그는 화살에 박힌 자신의 눈알을 뽑아내
꿀꺽 삼켰다지
덜컹
엘베 문이 열리자마자 끈적한 액체 줄줄 흘러내리는
한쪽 눈 감싸 쥐고 뛰쳐나오는 내 모습
기겁하는 사람들 헤치고 가까운 화장실로 달려간다
마주 오던 한 사내 허둥대며 달려드는 내 꼴을 보고 옆으로 비켜선다
허겁지겁 수전에 다가가 찬물 세게 틀고
연신 눈을 훔쳐내고는 벽거울에 조심스레 비춰본다
다행히 흰자위의 핏발이 바짝 곤두섰을 뿐
벌건 피 줄줄 흘러내리거나
터진 계란 노른자처럼
눈깔이 흐물흐물 녹아내리진 않았다
2.
길게 머무르는 번잡스러운 마음에
손에 잡히지 않아 눈에 들어오지 않아
미처 다 읽지 못한 책 한 권
오늘을 넘기면 연체라길래 두터운 마스크 쓰고
애써 자네를 찾았건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회사처럼 출퇴근하던 이곳을 멀리함에
서운하고 억한 기운이 도처에 흘러넘쳐
모처럼 들른 내게 그런 숭악한 횡액을 날렸는지.
어쩌면 멀쩡한 외눈 뽑아 맹하후盲夏侯가 환생한 꼴을 보려는 심보인지
어허 자네,
그간 쌓인 정이 몇 겹인데 간만에
얼굴 보인 내게 이럴 수가 있는가
자네를 향한 내 애정이 식어 한 줄의 글이라도 더 읽고 말겠다는
내 의지가 흐트러진 거라면 그 벌 달게 받겠지만
온 세상에 퍼진 코로나라는 돌림병 땜시
사람 많은 곳에 좀체 가까이 다가갈 수가 있어야지
그 빌어먹을 망할 역병 때문에
해묵은 종이 냄새 가득한 자네 품속 깊이 안길 수 없음이
빼곡히 채워진 서고를 정처 없이 헤맬 수 없음이
뭇사람 고픈 외로움보다
견디기 어려웠다고 버티기 괴로웠다고
이제는 고백할 수 있네
몹쓸 바이러스의 기세가 자연의 섭리에 의해
우리 인간의 미약한 깨달음에 의해
수그러들면 나도 예전처럼 자주 들릴 것이니
부디 오늘처럼 미처 예상치 못한 곳에 숨어
우연인 척 아닌 척 반가워
치켜뜬 눈을 멀게 하는 치명적인
독침을 뱉지는 말아주게 해도 해도 너무했네
발길이 뜸한 날 그리워하는 자네 마음 익히 알고 있으니
조금만 더 참고 견디어 보세
혹시 몰라 위층에 근무하는 사서에게 귀띔하여
구멍이 단단히 막힌 소독약제는 치워달라 부탁했네
영문 모를 아이들 눈에라도 들어가는 날엔
대성통곡 큰일 치를 거 같아서 말이지
우연을 가장한 불의의 사고는
나 하나로 족하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