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들의 놀이터에 초대합니다!

<명동 고양이놀이터>에 가다

by 라미루이







솔과 연이 하도 냐옹야옹, 냥이 보러 가자 노래를 불러대서 냥이 카페를 찾아 나섰어요.

처음에는 교외로 멀리 빠져서 고양이 역 카페로 가자 했는데, 하필이면 오늘 쉬는 날이라 다른 카페를 물색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결국 여기저기 검색도 하고 이런저런 평도 살피면서 찾아낸 곳이 명동역 근처 냥이 카페였어요. 4호선 명동역 8번 출구에서 가깝다고 하는데 경사진 계단이 가로막아서 바로 옆 7번 출구로 나왔어요. 착착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부실한 무릎과 발목을 편하게 해 주네요. 지상으로 나오니 최근에 오픈한 'HBAF 콘셉트 스토어'가 우리를 반겨요. 일단 냥이 카페에 들른 후에 여기를 꼭, 반드시 들르기로 아이들과 약속했어요.



5분 정도 걸어 어느 빌딩 3층으로 올라가니 줄 서서 웨이팅 하는 외국인 여행객들이 눈에 띄네요. 내부 공간이 비좁지만, 엘베가 설치되어 있어 이용하시면 될 거 같아요. 저희는 운동 삼아 계단을 이용했습니다. 문 앞 대기 공간이 협소해서 비좁은 나선형 계단에 줄지어 서야 하는 점은 아이들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하고 위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좁은 공간에서 발을 헛디뎌 다치지 않도록 주의 필요합니다.

몇몇 외국인 방문객들이 주섬주섬 외투를 챙겨 빠져나옵니다. 다행히 얼마 기다리지 않고 입장할 수 있었어요. 실내 공간은 넓은 편이지만 오늘이 연휴 막날이라 그런지 북적북적합니다. 호텔이 즐비한 명동이라는 장소 특성상, 테이블 여기저기서 영어에 일본어도 들리고, 드센 억양의 중국어에 꼬부랑 진 프랑스어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여기 머무르는 고양이 50여 마리는 각양각색의 다국적 집사들 구경하느라 심심하지는 않을 듯해요.


저 맑고 영롱한 눈동자에 퐁당, 빠지고 싶어라!


성인/어린이로 구분된 입장료를 지불하면 음료 1잔이 제공됩니다. 추르 간식은 따로 구매해야 해요. 시간이 무제한이라는 게, 타 냥이 카페와 구별되는 큰 장점으로 다가오네요. 다른 냥이 카페는 1시간 30분, 2시간.. 이렇게 시간이 제한되어 있는 곳이 많답니다. 실내는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어요. 당연히 냥이들도 눈곱이 끼거나 상처 난 곳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 노란 스카프가 간식을 제한한다는 표시입니다. 추르 앞에서 입맛 다시는 게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푸른 스카프 두른 아이들은 소심 예민 냥이들이니 만질 때 조심하라는 표시입니다. 냥이들 천성과 취향을 존중하는 게 좋겠지요.


카페 운영의 묘라고나 할까.. 칭찬하고 싶은 점이 하나 있는데요. 다이어트를 해야 하거나 배탈, 알레르기 등으로 식단 관리를 해야 하는 냥이들은 목덜미에 '노란 스카프'를 두르고 있어요. 간식을 주지 말라는 주의 표시지요. 그리고 '파란 스카프'를 두르고 있는 냥이들도 눈에 띄어요. 이 아이들은 소심 예민한 냥이들이니 되도록 터치하지 말고, 조심스레 다가가거나 바라보기를 권한다는 알림 표식이에요. 카페 안에 활동하는 냥이들이 워낙 많아서 일일이 따라다니면서 관리하기 어려우니, 이렇게 스카프 색으로 집사들에게 알리는 것이지요. 덕분에 개성 넘치는 냥이들이 스트레스받지 않고, 컨디션도 유지하면서 집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거 같아요.


냥이들 프로필 사진이 줄줄이 걸려 있어요.


귀퉁이 벽면에 붙어 있는 애묘들의 출생연도, 묘종, 이름 등이 적힌 사진들이 빼곡해요. 이들 묘적 사항을 바탕으로 실제 냥이들을 물색하여 얼굴 도장 찍는 것도 나름 큰 재미랍니다. 저희는 3시간 넘게 머무르면서 거의 모든 냥순이, 냥돌이들을 찾아 각자의 이름을 불러준 거 같아요. 이름을 불러준 냥이들은 더 오래 곁에 머물면서 정을 나누며 친근하게 지낸 듯합니다.


솔과 연이 홀딱 반한 실버 먼치킨. 호기심이 넘치고 지치지 않는 체력을 지녔어요


솔과 연은 실버 먼치킨에 폭 빠졌어요. 한 이쁨 하는 마스크에 앙증맞은 숏다리도 매력이지만, 지치지 않는 체력에 호기심이 가득해서 아이들이 소소한 장난을 걸어도 매번 활기찬 리액션을 보여줬어요. 가능하다면 맛난 츄르로 유혹해서 품에 안아서는 저희 집으로 데려오고 싶은.. 어떻게든 냥택을 받아 전속 집사로 헌신하고픈 그런 귀염둥이 먼치킨이었답니다



다른 고양이들도 느긋하게 쉬거나, 애교를 뿜뿜 하다가는 너무 귀찮다 싶으면 짜증 섞인 냥펀치도 날리는 척하면서 각자의 영역을 지키고 있어요. 브리티시 숏헤어, 귀가 살짝 접힌 스코티시폴드, 먼치킨, 랙돌, 터키 앙고라, 샴, 노르웨이 숲, 스핑크스 종에 여러 묘종의 장점이 섞인 믹스 종까지.. 다양한 냥이들 곁에 무한정 머무를 수 있는 이 카페는 정말 고양이 천국인 거 같아요. 덕분에 저도 여러 야옹이들에게 둘러싸여 일일 집사 노릇 제대로 하고 왔네요. 주의할 점은 오후 4시 이후는 카페 냥이들이 지치고 졸려서 움직임이 느려지고 나른해질 시점이라 그 이전에 방문하길 권하고 싶어요. 주말에 들르면 약간의 웨이팅이 있을 수 있다는 거 참고 바랍니다.


다종다양한 냥이들과 신나게 놀아줄 자신 있는 분들, 한량없는 집사 노릇 자원하실 분들. 아이들 성화에 냥이를 집에 들여야 하나 고민 중이신 분들.. 방문하시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겁니다!








이 아이는 꽤 나이가 있는데.. 바스락대는 비닐 위에서 잠을 청하더군요. 너무 순해서 아이들이 험하게 터치해도 무던하게 넘기는 게 안쓰럽기도 했어요.


이 친구는 이마를 쓰다듬으면 인상을 찌그리네요. 집사가 감히 날 터치하다니.. 심히 마음이 불편하다, 별로라는 표현입니다.
정말 어여쁜 냥이인데 사진이 흔들렸어요. 미안해, 다음엔 쨍하게 찍어줄게!


오후 들어 노곤해진 냥이들이 꾸벅꾸벅 졸다가 잠을 청해요.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타니 피곤할 수밖에 없지요. 푹 쉬렴, 얘들아. 오늘도 고생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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