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 한 칸을 차지한
새로 뽑은 듯 번쩍거리는
오토바이 한 대를 공들여 닦는 사내
곁에는 딸아이 둘 맨바닥에 주저앉아
턱을 괴고 있다.
바로 옆이 놀이터 이건만
아이들은 시소와 미끄럼틀을 탈 생각도 안 하고
하염없이 아빠만 바라보고 있다.
아빠는 오토바이에 빠져있고
아이들은 아빠를 믿고
언제쯤 놀아줄까 심심하기 그지없는데
사내는 한참을 쇳덩이에 공들이더니
부르릉 시동을 걸고는 폼나게 어딘가로
바람처럼 가버렸다.
아이들은 어쩌다 둘이 왼발목을 다쳤는지 깁스를 한 채
같은 박자로 절뚝거리며
- 아빠아~ 어디가
주차장 입구까지 오토바이를 따라가다가 이내 포기하곤
시무룩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 걱정마라, 아빠 곧 오실 거야.
너희들 다리는 어쩌다 다쳤니?
묻는 말에 대답도 안 하고 주차장 구석의 그늘만큼
어두워진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이다가
이내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자매가 함께 절뚝거리니 안쓰럽기도 하고,
부질없는 오토바이에 홀딱 빠진 사내가
철딱서니 없어 보이기도 하고, 반면에
신나게 킥보드를 타는 우리 아이들은
얼굴 반을 마스크로 가려도 말간 웃음을 숨길 수 없으니
칸칸이 구획된 주차장, 사선으로 나뉜 볕바른 저 양지와 음지만큼
극적인 대조를 이루는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