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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루이 Nov 06. 2023

우리는 여전히 정체 중..

아이들은 어딘가로 날아가려 한다








아이가 목욕을 마치면 하얀 배냇 요를 돌돌

감아놓곤 했다 바깥세상 엄습하는 추위에

맨몸의 아이가 벌벌 떨지 않도록..

아이는 젖은 머리와 얼굴, 꼼질대는 발꼬락만

내놓은 채 방안을 돌아다녔다


온몸을 적신 물기가 마를수록

온기를 잃을수록 아이는

미지의 세계품어 자아낼 것처럼

실한 고치를 키우고 통통해졌다

매일매일 나날이 새롭게..

마침내 딱딱하고 거추장스러운 껍질을

벗어던진 아이는 저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비상한다


우리는 그저 멍하니 아이의

힘찬 날갯짓을 바라볼 뿐이다

손 위에 수북이 쌓인 순백의

실뭉치를 품 안에

고이 간직하면서


우리는 희망으로 빠지는 지름길을

직조하거나, 선을 넘어 역주행할

마음가짐을 갖지 못했다 

원형 그대로 방치하는 그 마음들은

여전히 정체


먼 훗날 오랜 비행을 마치고

옛 둥지로 찾아들 아이의

지친 날개를 벗기어 정성껏 씻기고

뚝뚝한 물기를 말리고,

보드라운 깃털을 쓰다듬을

그날을 꿈꾸며


우리는 교차로 언저리에서

영영 바뀌지 않을 신호를 기다리며

서성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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