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성당일기

예비 신자 교리 교육 3회차

by 매일의 기분

(천주교 교리에 대한 내용이 있으니, 종교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은 주의)


지난 주 미사(5/26)는 정동의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드렸다. 여차저차 하다보니 미사가 길어져 거의 1시간 반동안 진행되었는데, 무척 힘들었음.(...) 그래도 이번에는 미사 순서가 적힌 카드를 들고 가서 보면서 참여하니 더욱 이해가 되고 좋았다.

교육을 듣고 미사를 드리며 느끼는 것은 나도 몰랐던 내 안의 신앙심을 발견하는 것 같다. 3x년을 무신론자로 살아오다 종교를 갖게 되는 경험은 정말로 신비롭다.




5월 30일 : 예비 신자 교리 교육 3회차


정작 내가 교육을 받고 있는 ㅈ 성당에서는 미사를 한 번도 드리지 않아, 교육하는 곳 말고는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도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교육 전에 한 번 성당을 둘러보려고 조금 일찍 나왔다. 하지만 생각보다 집에서 성당까지 멀어서(...) 결국은 겨우 교육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오늘의 주제는 성경 중 '창세기'에 대한 내용이었다.


① 과학과 종교?
신부님께서 말하길 성경의 창세기에 따르면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한 순서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첫째날 : 빛, 어둠, 낮, 밤

둘째날 : 창공, 창공 위 아래의 문

셋째날 : 풀, 나무

넷째날 : 해, 달, 별

다섯째날 : 새, 물고기

여섯째날 : 동물, 사람

일곱째날: 휴식(창조 X)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일주일이 바로 성경에서 유래하고 있는 것이다. 미사를 주일에 하는 이유는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신 마지막 날(7일째) 쉬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도 주일에 쉴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미사를 드리는 것이다.

물론 이 창세기의 내용이 과학적으로는 옳지 않다. 일테면 논리적으로는 태양이 있어야 빛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성경에 따르면 해(태양)를 나중에(넷째날) 창조했는데, 빛은 첫째날 생겼다. 이것 외에도 성경에는 왜 공룡이 나오지 않나요, 같은 질문들도 그렇다. 이렇게 생각하면 과학과 신학은 마치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반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다. 신부님은 성경을 믿는다고 창조론을 믿으라는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물론 나도 과학적으로는 당연히 진화론을 믿는다.) 과학과 종교를 상반되는 것이 아닌, 별개의 것으로 보는 시선이 중요하다고 했다. 과학적 진리에 따르면 창세기의 내용은 틀린 것이 된다. 하지만 과학적 진리는 과학적 진리대로 따르되, 종교적 진리는 별개로 생각하면 창세기의 내용에 옳고 그름을 따질 것이 없다.

이 두 가지 진리를 평행적으로 보고, 논리/이성적으로는 과학이 옳다고 하고, 종교적으로는 성경이 옳다고 믿는 별개의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천주교가 과학적 진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② 하느님과 인간
창세기에 따르면 천주교에서는 인간을 존엄하다고 본다.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인간을 하느님과 닮게 창조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지향점이 하느님이기 때문에 인간 또한 자연스럽게 존엄해진다.

또한 하느님은 인간을 조화롭게 창조했다. 우선 인간 개인적으로는 영적이며 동시에 육체적인 존재로, 육과 영이 조화를 이루도록 창조하셨다. 다음으로는 인간은 서로를 도우며 살도록 창조하셨다. 하느님과 인간 / 인간과 인간 / 인간과 환경 / 인간과 사회라는 관계속에서 조화롭게 살아도록 창조하신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이러한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조화를 이루며, 서로 연대해야 한다. 나 또한 앞으로는 이런 가르침에 따라 약자의 편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교리 시간은 30분 정도로 짧게 끝났다.)




그 뒤로는 나눔 시간이 이어졌다.

나눔 시간에는 봉사자님의 진행에 따라 지난 한 주간 고마웠던 일들에 대해 말하거나, 성경에 적혀 있는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생각 등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다. 그런데 나에게 먼저 지난 한 주간 고마웠던 일을 말해보라고 하셨는데 나는 당황해서 잘 생각이 나지 않아서 그냥 '지난 한 주도 별다른 사고 없이 지나간 게 고마웠습니다'라고 했는데, 정말 무책임한 말 같았다.

이야기를 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주변 사람들의 소소한 도움들부터 여러가지 도움을 받았던 생각들이 났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별다른 일이 없었던 게 고맙다'고 말한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말인지를 다시 깨달았다. 도움을 그렇게 많이 받고 살고, 감사한 일이 그렇게나 많은데... 앞으로 매주 나눔 시작 시간에는 한 주동안 고마웠던 일을 말하자고 하셨는데, 이번 주에는 꼭 고마웠던 일들을 많이 되새기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부터 엊그제까지 무언가 신경이 많이 날카워져 있었다. 그 이유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상 생활을 하는 중에 작은 일에도 짜증이 쉽게 나고 기분이 나빠졌다. 나는 평소에는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겠지만 한결같이 늘 그럴 수는 없다. 가끔 나도 기분이 다운되고 비관적이게 될 때가 있는데, 최근 며칠이 그랬다.

그런데 이렇게 성당에 나가서 교육도 듣고, 하느님의 가르침이 조화와 사랑에 있다는 것을 듣고 나니 나도 조금 더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주변 것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며칠 간의 날카로움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마 종교가 가진 좋은 점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주변을 배려할 수 있는 좋은 마음. 부디 이 마음을 잘 지키고 더욱 키워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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