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교리에 대한 내용이 있으니, 종교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은 주의)
첫 교리 교육을 듣고, (신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 첫 미사를 보았다. 대단할 것은 없었지만 무언가 내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저련 얘기를 빙빙 돌리며 하다 어렵사리 성당에 다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부모님은 두 분 다 종교가 없기 때문에(엄마는 점보는 것은 좋아함. 약간 무속신앙은 있음.)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 걱정했는데 의외로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엄마가 '그건 니가 알아서 할 일이고'라며 싸늘하게 전화를 끊기에 말도 안 하고 다니기 시작해 서운한건가 했는데, 그 뒤로 다시 연락해보니 정말 별 관심이 없는 것이었음.(...)
교리 교육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정말 재미있게 듣고 있다. 역사적인 부분이나 교리의 이론적인 부분이 굉장히 흥미롭다. 워낙 세계사와 역사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조만간 교회사와 관련된 책을 한 권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가 끝나고 집에 잠깐 들러 이런 저런 집안일을 하다가 시간에 맞추어 성당에 갔다. 교육은 보통 2개 파트로 이루어지는데, 첫 시간은 신부님이 직접 해주는 교리 강의가 40~50분 정도 이어진다. 오늘은 4강으로 주제는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였다. 주요 내용은 '성경'에 대한 것이었는데 '성경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서부터 '성경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가'와 '성경은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같은 실용적인 내용까지 배웠다. 배운 것을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① 성경의 의미
우선 성경은 '거룩한 책'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느님의 말씀을 인간의 언어로 기록한 책이며 인간에 대한 구원과 사랑의 약속을 담은 책이다. 기원 전 10세기부터 기원 후 1세기까지 1,000년을 넘는 시간 동안 쓰여진 책이다. 성경은 크게 '구약'과 '신약' 두 개로 나뉘는데, 우선 '구약(舊約)'은 이름 그대로 '예전의 약속'이란 뜻이다. 구약은 하느님께서 유대인을 통해 이룬 인간 구원의 역사를 담은 책으로, 유대인의 역사서이기도 하다. '신약(新約)'은 구약과 대비되는 '새로운 구원의 약속'이란 의미로 구원자이자 메시아인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성경이 담고 있는 뜻이 이렇게 간단하게만 설명하기 어려운 개념이긴 하겠지만, 신부님도 워낙 짧은 시간 안에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간단히밖에 말하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성경은 어쨌든 신앙인으로서 계속 배우고 알아가야 할 교과서 같은 것이므로 나도 우선은 이정도까지만 정리했다.
② 성경을 받아들이는 방식의 차이
성경은 유대교와 천주교, 개신교 모두의 경전이기 때문에, 각각의 종교에서 받아들이는 것에 다소 차이가 있다. 그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유대교 : 구약 일부만 경전
-개신교 : 구약 일부 + 신약만 경전
-천주교 : 구약 + 신약 모두가 경전
유대교는 경전의 범위가 가장 좁다. 구약의 제1 경전 39권 만을 경전으로 인정하고 있다. 개신교는 구약의 제1 경전 39권에 신약 27권을 포함한 66권을 경전으로 인정한다. 그리고 천주교는 범위가 가장 넓은데 구약의 제1경전, 제2 경전 모두인 46권 + 신약 27권을 포함한 73권을 모두 경전(정경)으로 인정하고 있다. (각 경전은 그것이 쓰여진 언어를 통해 나누어진다.)
(+)자세한 내용이 있는 기사 : http://www.c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381643&path=201106
③ 거룩한 전승
이것 외에도 천주교는 유대교나 개신교와는 다른 개념이 하나 더 존재한다. 바로 거룩한 전승(성전)이라는 것인데, 이는 바로 하느님의 말씀이다. 개신교에서는 오로지 성경에 나온 말만을 가르침으로 믿고 전도하나, 천주교에서는 하느님과 그의 사도들이 하신 말씀들이 입에서 입으로 구전된 것도 가르침으로 믿고 따르고 있다고 한다.
개신교의 목사는 결혼을 하는 반면 천주교의 사제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전승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성경에서는 사제들이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어떠한 말도 없지만, 거룩한 전승에서는 사제들은 독신으로 하느님을 섬기라는 말이 있어서 그것을 믿고 따르는 것이라고 한다.
교리 교육의 두 번째 파트는 바로 '나눔'이라는 것이었다. 기존에 천주교 신자이신 봉사자분께서 예비 신자들과 함께 오늘 배운 내용을 돌아본다던가, 함께 성경을 읽고 느낀 점들에 대해 말하는 시간이었다. (아직 예비 신자들끼리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다소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나눔을 진행하다 '자신의 마음을 밭으로 비유해보라'는 질문에 나는 무심코 '싹이 막 나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었다. 교육이 모두 끝나고 집에 오며 내가 한 그 말을 다시 곱씹어 봤는데, 어쩐지 나도 모르는 새 정확히 말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산티아고를 걷고 여자친구를 따라 성당에 다녔을 때가 내 마음 속에 신앙의 씨앗이 심어 있던 것이고, 그것이 오랜 시간동안 묻혀 있다가 비로소 최근에야 싹이 트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