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자인 여자친구와 만나게 되며 성당에 처음 가보았다. 그 전까지 나는 천주교와 개신교의 차이도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교회에 가본 것도 초등학교 때 한 번 가본 것을 제외하면, 군대에 가기 전까지 한 번도 없었다.
여자친구는 크리스마스 같은 날 함께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길 원했는데, 나도 매일 가자는 것도 아니고 한두 번 정도야 같이 갈 수 있지 라고 생각하며 같이 가곤 했다.(하지만 가서 있기 싫다고 먼저 나가고 난리치기도 함 ㅎㅎ;;)
그리고 여자친구가 종종 같이 성당 다니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했지만, 나는 딱히 그럴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그냥 슬슬 웃어 넘기곤 했다. 아마 나는 평생 종교를 가질 일은 없을 것 같다는 확신에 찬 생각을 했었다.
그런 나에게 신앙의 씨앗이 결정적으로 심어진 것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였던 것 같다. 2012년 대학을 졸업한 백수 시절, 약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프랑스-스페인에 위치한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 길)을 걸었다.
신자가 아닌 단순한 여행객의 마음으로 시작했지만,(실제로 걷는 사람들 중 신자의 비율은 아주 낮다) 걷는 동안 만나는 많은 성당에 방문하고, 여러 번 미사를 드리기 시작했다. 천주교에 대한 지식은 전과 같이 거의 없는 수준이었지만, 성당에 방문하는 행위 속에서 미약한 신앙의 씨앗이 심어졌던 것 같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살면서도 딱히 종교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종교와는 상관 없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늘 그리워 했다. 그리고 아마 그 길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나를 천주교로 이끌었던 것 같다.
그 길을 늘 그리워하고 추억하다보니 그곳에서 했던 일들-성당에 가고 미사를 드렸던-을 자주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나도 자연스레 1/4쯤은 천주교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언젠가는 성당에 다니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산티아고 순례길에 가게 된다면, 그땐 꼭 신자로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신앙의 씨앗이 뿌려지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