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교리에 대한 내용이 있으니, 종교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은 주의)
종교와 신앙을 갖게 되면서 삶을 살아가는 태도 자체를 긍정적이고 겸허하게 하려고 하지만 쉽지많은 않다. 요즘 때때로 찾아오는 사람에 대한 미움이 강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일수록 '그리스도인'의 삶의 자세가 무엇인지 되새기곤 한다.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평소에 생각해두어야 한다. 감정이 태도가 되면 안된다. 평소에 충분한 생각 끝에 태도를 결정해야만 갑작스러운 상황들 속에서 후회가 없는 선택과 행동을 할 수 있다. 종교를 갖는다는 것은 그 태도를 선택한다는 뜻이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주말에는 간만에 명동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렸다. 겸손하고 소탈한 천주교인들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멋지다.
이번 주는 지난 주에 예고했던 대로 구약에 대해 배웠다. 신부님께서 이스라엘의 역사를 대략적으로 요약해 알려주셨는데, 그 속에서 하느님이 어떻게 이스라엘 민족에게 구원의 약속을 하시고 그것을 이루었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불교에 대해서는 군대에 있을 때 불경을 조금 읽어보기도 했고, 데즈카 오사무의 '붓다'를 읽은 적도 있어서 싯다르타의 삶은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예수님의 삶이나 성경의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하고 있는데, 앞으로 성경도 조금씩 읽어보고 예수님의 삶의 내용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건 종교와 믿음은 직관적인 것이고 심리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지식을 소홀히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지식의 영역은 내가 쉽게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니 천주교의 교리와 역사에 관한 부분은 조금씩이라도 알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구약에서는 하느님이 이스라엘 민족들에게 구원의 약속을 한 대신 그들이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 말씀을 하셨고, 그것이 그 유명한 십계명이다. 구원의 권리를 준 대신 십계명의 의무도 주신 것이다. 십계명은 워낙 유명하지만, 내가 제대로 배운 것은 처음이니 이곳에 다시 기록한다.
① ~ ③ : 하느님에 대한 사랑 (인간 ↔ 하느님)
①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
: 돈, 명예, 권력, 성, 사상 등을 좇지 말고, 하느님을 따르라는 의미.
②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 하느님의 이름을 팔아 개인적인 욕망을 해소하지 말라는 의미.
③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 주일과 축일에 하느님을 찬미하고 기도하며 휴식을 하라는 의미. 쉬는 날이 있고 남들에게 베풀 수 있을 가진 것에 감사하라는 뜻.
④ ~ ⑥ : 이웃에 대한 사랑 (인간 ↔ 인간)
④ 부모에게 효도하라.
가정적 유대를 굳건히 하라는 의미.
⑤ 사람을 죽이지 말라.
: 생명을 존중히 여기며, 인간의 존엄을 지키라는 의미.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생명 자체를 아름답게 가꾸고 지켜나가자는 뜻.
⑥ 간음하지 말라. ⑨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
: 성을 올바르게(아름답고 거룩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 결혼 생활을 보호해야 한다는 뜻.
⑦ 도둑질하지 말라. ⑩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말라.
: 재산과 소유권에 대한 부분. 돈은 죄가 없으며, 돈으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은 인간의 욕심이 문제라는 의미.
⑧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
: 인간 상호간의 믿음과 신뢰를 지키라는 의미.
10계명은 곧 하느님의 나라로 가는 나침반이며, 이것을 준수해야만 하느님께 다다를 수 있다.
교리 교육 말미에 신부님이 구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셨다. 개신교에서는 믿음(신앙)만으로 구원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반면, 천주교에서는 믿음과 그 믿음의 실천을 통해서 구원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우리들의 생각은 어떻냐는 질문이었다.
그것에 대한 나의 대답은 실천이 없는 믿음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내가 천주교를 믿고 호감을 갖게 된 것이, 하느님의 존재를 모르거나 기독교에 대한 믿음이 없더라도 선의 실천을 통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가르침에 있다. 현 교황이신 프란치스코 교황님 또한 '신앙이 없다면 양심에 따라 행동하면 된다'고 하신 적도 있다.
아직은 천주교에 대해 잘 모르고 앞으로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어진 나눔 시간에는 성경과 교재를 보고 서로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놀라운 것이 예비신자 교리교육을 받는 사람들끼리는 이곳에서 처음 만난 다소 어색한 사이일 수도 있는데, 나눔 시간에는 다들 진솔한 마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다. 종교와 신앙심 앞에서 솔직해지고 숨길 것 없다는 마음인지...
그래서 나도 되도록이면 솔직해지려고 노력한다. 일테면 어떤 질문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들은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려고 한다. 남들이 듣기에 그럭저럭 납득할만한 대답을 하는 것이 인간관계에 있어서 때론 필요한 미덕일 수 있지만, 하느님 앞에서는 그래도 조금은 더 솔직해지고 싶다는 생각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