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자리 숫자
처음 이 글들을 쓰기 시작하며 내가 목표한 것은, 총 10회의 에세이였다. 여행에 관한 에세이 10편을 우선 써보자는 생각으로 첫 글을 두드렸고, 다행히 10회를 무사히 달성했다.
지난 10편의 글을 쓰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역시 글을 쓰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동안은 여행을 다녀온 뒤, 시간의 순서대로 여행에 대한 후기를 쓰는 일은 계속 해왔었는데, 이 에세이를 쓰는 일은 그보다는 훨씬 힘들었다. 일상 속에서 느낀 것들을 여행이란 소재를 통해 풀어보려고 했는데, 과연 잘 되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좋았던 것도 있다. 지난 여행들에서 느꼈던 모호하고 막연했던 감정들을 조금은 더 잘 깨닫게 된 것이다. 어떤 감정들은 말이나 글, 즉 언어로 표현되기 전까지는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 모호했던 감정들이, 언어라는 틀에 갖혀 어떠한 가능성을 잃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 또한 나를 괴롭히고 있다.
글을 쓴다는 건 이렇게 오묘한 일이다.
어쨌건 확실한 것은 나는 이 글들을 '열심히' 썼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동안 최대한 열심히 잘 써보려고 노력했고, 꾸준히 써 보려고 노력했다. 각각의 글들을 쓴 평균 시간은 편당 대략 2~3시간 정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글을 쓰기 위해 생각-구상-했던 것까지 더한다면, 그 시간들은 더 길어질 거다.
갑자기 덥디덥던 여름의 날씨가 가을처럼 서늘해진 날은 쓰던 글을 멈추고 '도메인에서의 조깅'을 썼다. '고흐의 그림 속 아우라'는 지난 주말에 클래식 공연을 보고 쓰게 되었다.
꼭 오랜 시간 고민을 해서 짜냈다고 해서 꼭 만족스런 글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좋은 영감이 떠올라 한번에 쓴 글도 꼭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억지로 써야한다는 의무감에 두드린 글이 꼭 만족스럽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글이라는 것은 참 오묘하다.
'글'만 있는 매체가 갖는 힘이 점점 떨어져 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도 며칠간 이렇게 바둥대며 두드려 본 이유는 어떠한 종류의 '자가 치유'를 위한 과정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때로는 내 글이 너무도 유치하고 형편없어 보일 때가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 그렇다.
그래도 무언가 최소한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 계속 열심히 썼다. 어쨌든 당분간은 지칠 때까지 계속 무언가를 쓰고 싶다. 이 글은 10회라는 숫자에 무언가 의미를 부여하는 글이라기 보다는, 스스로를 치하하고 격려하는, 파이팅해보자는 의미의 글이다. 조금은 앞으로 걸어나간 느낌이다.
화가 척 클로스는 영감이 떠오를 때를 기다리고 있지 말라고 말했다. 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모두 작업을 하는 과정, 작업 그 자체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영감은 아마추어를 위한 거예요. 작가는 작업을 하지요.
그 말을 되새긴다. 앞으로는 꼭 여행에 대한 글만을 쓸 것 같지는 않다.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써보고 싶다. 우선 다음 목표는 글의 숫자가 3자리가 되는 것이다.
모쪼록 이 글을 보는 분들이 글을 읽는 동안 조금이나마 재미있었길 바라는 마음으로, 무엇이든 당분간은 계속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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