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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의 기분 Nov 13. 2019

주간 ㄱㄷㅎ 5-2

6.

어린이날 대체 휴일로 하루를 더 쉬었다. 일주일을 기준으로, 평소 대비 '단 하루'를 더 쉬는 것 뿐인데 왜 이렇게도 마음이 여유로운지 모르겠다. 

여자친구와 대림역에 있는 중국 사천요리 전문점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작년을 생각해보면 너무 감개무량한 마음이 든다. 나는 물론 여자친구 또한 '중국'에 대해 한국인이라면 의례 가질 만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더럽다 / 사람들의 도덕성이 떨어진다 / 가짜가 많다 등등 굉장히 부정적인 감정 위주의 편견 말이다. 

그래서 해외 여행으로 중국에 가볼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다. 예전에 뉴질랜드에 갈 때 상해에서 환승을 위해 잠시 들른 적이 있었는데, 아마 그것이 내가 중국 땅을 밟아보는 마지막 순간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작년에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를 보고 중국 사천성의 청두에 여행을 다녀왔다. 다녀오고 나서 느낀 점은, 뻔하지만 내 편견이 얼마나 '편견'일 뿐인지에 대한 반성 뿐이었다. (물론 중국인들의 도덕성은 참 별로였다.)

중국인들은 생각 이상으로 친절했고, 음식은 맛있었고, 구경거리도 많아 무척 즐거운 휴가를 보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여행 이후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게 바로 음식이었다. 나와 여자친구는 그때 이후로 주기적으로 '제대로 된 중국음식, 특히 마파두부'를 먹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한국의 중국집에서 파는 마파두부 덮밥 같은 것에서 나는 한국의 맛이 아닌, '중국의 맛' 말이다.

대림의 사천요리 전문점은 우리가 기대했던 '중국의 마파두부'를 만들어줬고, 우리는 즐겁게 그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한 번의 여행이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이란 정말 놀라운 것이다.

7. 

개인적으로 고민과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 많은 순간을 보내고 있는데, 너무 개인적인 내용이라 이곳에 적기 어렵다. 

월요일 하루를 더 쉬었을 땐 참 좋았지만, 막상 출근하고 나니 일들이 쌓여 있었다. 바쁘게 일들을 처리하는 와중에 상사는 또 다른 일을 던져주었다. 돈을 벌려면 별 수 없긴 하지만...

8.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하는 관계들에 대한 고민이 많다. 인간 관계 속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이다보니 평소에는 사람들을 잘 안 만나며 지내는 편인데,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하는 사람들 (직장이라던가) 을 겪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살다보니 나이를 먹고,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어렵다는 것이 늘 새롭고 놀랍고 서럽다.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

9.

회사 업무가 무언가를 정리하는 일이 많은데(정리해서 보고서 만들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평소 쓰는 글까지도 무언가를 정리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 그냥 써도 되는 글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기 편하도록 잘 정리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꽤 긍정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글이란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읽기 좋은 글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렇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잘 풀어서 쓰고 말한다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의 오해도 적지 않을까. 

10.

이번 주는 유독 한 주가 빨리 지나간 듯한 기분이었다. 한 주의 시작이 화요일부터였던 이유도 있고, 회사에서는 업무로 바빴고 개인적으로는 처리해야 하는 일들 때문에도 바빴다. 다행히 이런 저런 일들을 다 잘 처리하여 진행 상황은 순조롭다는 점이 좋다.  

이렇게 바빴던 주의 금요일은 어쩐지 좀 시간을 낭비하고 싶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유튜브를 오래 보고, 스마트폰을 하며 시간을 낭비했다. 봐야 할 책들도 밀려 있는 상황이지만 어쩐지 뇌를 열심히 쓰고 싶지 않다는 기분이 들어서 그렇게 했다. 하지만 피곤했던 한 주여서 그랬는지, 늦은 시간까지 시간을 낭비하지는 못했고 1시쯤 되어서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11.

독립출판물을 내 놓고는 별다른 홍보 활동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에 강연 제안 비슷한 게 하나 들어와서 냉큼 수락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강연 준비 뿐으로, 기획자 분이 따로 있어서 모객과 홍보, 장소 섭외 (독립서점) 등을 해주신다고 하기에 편하게 수락했다. 

그래서 오늘 시간을 맞추어 강연장으로 갔는데, 아쉽게도 모객이 거의 되지 않아 그냥 관계자들끼리 모여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는 정도로 모임이 진행되었다. 그 시간을 통해 다른 분들이 독립 출판을 하게 된 계기나, 하면서 느끼게 된 것들을 나누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이렇게 손은 많이 가고 결과물에 대한 보상(돈이든 명예든)은 거의 없는 일을 하는 게 쉽지는 않을텐데,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꾸준히 한다는 게 꽤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다만 이 독립출판이라는 분야가 워낙 시장 자체가 작아서 들이는 노력 대비 성과가 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은 개인적인 행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2.

주말이면 여자친구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다. 하지만 늘 그러긴 힘든데, 여름엔 더워서 겨울엔 추워서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걷기 좋은 요즘 날씨는 정말 좋다. 그래서 오늘도 무척 많이 걸었다. 종로에서 서촌으로, 서촌에서 정동공원을 거쳐 덕수궁으로, 다시 서울역으로 걸었다.

2~3 년째 주말이면 늘 종로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데, 아직도 전혀 질리지 않고 즐겁다. 난 서울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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