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 side

꾸며지는 삶

SNS

by 매일의 기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던 중 작은 마을의 한 알베르게에서 덴마크의 젊은 남자 하나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덴마크에서 대학을 다닌다는 그 친구는 자기 소개를 마친 뒤 덴마크 자랑을 엄청나게 해댔다. 학비는 들지 않는데, 방학이면 이렇게 나라에서 돈을 줘서 여행까지 다닌다는 것. 덴마크 국민이면 누구나 먹고 사는 데 큰 걱정이 없을 정도로 복지가 좋다고 했다. 질투와 부러움이란 감정이 동시에 생겨났다.

그러면서 다른 얘기도 덧붙였다. 덴마크는 이렇게 먹고 살 걱정이 거의 없다시피한 곳이다보니, 사람들이 가장 신경쓰는 것은 유명해지는 것이라는 얘기였다. 덴마크 사람들은 그저 페이스북이나 방송을 통해 유명해지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산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때 나는 먹고 사는, 1차원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명예욕이 생긴다는 게 진짜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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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명예욕이란 것은 굳이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자연스레 생기는 욕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먹고 사는 게 가장 고민인 우리나라 사람들도 SNS를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 나도 싸이월드 시절부터 꾸준히 SNS를 해왔다. 미니홈피, 네이버 블로그, 이글루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를 거쳐 지금은 이렇게 포스트, 브런치까지 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SNS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내가 이런 사람이다'라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 아닐까. 술자리에서 몇 시간 내내 자기 입으로 '내가 이런 사람이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SNS를 통해서라면 몇 년이고 '내가 이런 사람이다'라고 떠들 수 있으니, 그거야말로 SNS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우리는 보통, SNS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나의 가장 빛나는 부분, 가장 뽐내고 싶은 부분을 드러낸다. SNS라는 창을 통해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삶이 빛나보이기만 하는 것은 결코 착각이 아니다.



군대에서 후임으로 M과 처음 만났다. M은 내가 이전에 만났던 다른 모든 사람들과 비교해 봐도 가장 특별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마치고 한국에 들어와 외국인 학교에 다니다 다시 대학을 미국으로 갔었다. 한국말과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했고, 일본어와 스페인어도 할 줄 알았다. 입술 아래에 피어싱을 했고 오른쪽 팔에는 문신을 했다. 생각과 발상도 다른 사람들과 너무도 달라 보였다.

전역을 하고도 꾸준히 연락을 했는데, 그의 SNS는 정말로 멋져보였다. 다시 뉴욕으로 돌아간 그의 일상을 언듯 언듯 보여주는 SNS는 정말로, 나는 흉내도 낼 수 없는 특별한 무엇으로 보였다.



잠시 한국에 들어온 M과 만날 일이 있었다.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SNS 이야기까지 나왔다. 힙해보이고 쿨해보이는 M의 SNS가 정말 멋지다는 얘기를 했더니, 그가 이런 대꾸를 했다. 그렇게 보이려고 자기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알고보니 M도 SNS를 통해 자신의 보여지는 모습을 상당히 인식했고, 그것을 멋지게 보이기 위해 돈을 많이 쓰고,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잘 골라서 올린다고 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KakaoTalk_20160918_204239504.jpg 오늘 내 SNS에 올린 사진


그런 얘기를 듣고 보니 결국 '보여지는 삶'이란 똑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보다 멋지고 화려하게 사는 연예인들의 갑작스런 자살 소식을 듣는 일이 낯설지만은 않은 세상인 거다.



이런 소리를 했지만, 나도 오늘 SNS에 사진을 올렸고 그것에 달리는 반응들을 계속 체크해보고 있다.

SNS라는 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것은 인류가 발견한 불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SNS가 생기기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올린 인스타그램 속 사진은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까. 모쪼록 쿨하고 힙해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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