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와 여자친구
괜시리 눈물이 많아졌다. 얼마 전, 오랜만에 아다치 미츠루의 'H2'를 다시 보고 싶어져서 1권부터 찬찬히 읽었다. 잔잔한 특유의 감성은 여전히 좋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히까리의 엄마가 죽는 장면에서 펑펑 울어 버렸다.
'H2'를 읽을 때마다 늘 그 부분에서 울곤 하는데, 이번엔 내 자신이 민망할 정도로 눈물이 줄줄 흘렀다. 특히나 히로와 히까리가 철거를 앞둔 동네 공원에서 캐치볼을 하는 장면에서는 보던 만화책을 놓고 한참을 울었다. 왠지 마음이 잘 진정되지 않았다.
원래는 잘 울지 않는 편이었다. 중학교 때 이후로는 울었던 때가 언제였던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 시간동안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없다.
군대에 다녀오고 일년 정도 지났을까, 고모의 부고를 듣고 급히 고향에 내려갔다. 고모는 오랜 시간동안 대장암으로 고생하시다 떠나셨다. 사촌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고모의 영정에 절을 두 번 할 때까지도 역시 눈물은 나지 않았다.
눈물은 하관을 할 때 갑작스레 터졌다. 고모의 가족들은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한 데면데면한 관계였기에, 갑작스런 눈물에 나는 무척 당황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많은 눈물이 났다.
그 뒤론 수도꼭지가 열린 듯 눈물이 쉽게 났다. 조금만 슬픈 영화나 책을 봐도 눈물이 났다. 여자친구와 싸웠을 때도, 돈이 없어 서러울 때도 눈물이 줄줄 흘렀다. 누군가 내 몸 속의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
요즘은 이런 게 꼭 나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내가 내 감정을 표현하는 데 더 자유로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다. 'H2'를 보다가 뜬금없이 오열을 했을 때도, 처음엔 당황했지만 신나게 울고 나니 마음 속 뭔가가 후련해진 듯한 기분도 들었다.
그러던 어제는, 뜬금없이 걸그룹 '여자친구'의 직캠 영상을 보다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아이돌 그룹인 '여자친구'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는데, 그래서 '넘어지는 직캠'이 큰 화제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듣고, 흥미가 생겨 유튜브로 찾아봤다.(늦긴 늦었는지, 벌써 천 백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미 유명해질대로 유명해진 그 영상 속에서 세 번째로 멤버 중 하나가 넘어졌을 때 결국 나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말의 뜻 그대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그들의 모습은 'TIME'의 기사 제목처럼 나에게 어떤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왜인지, 나름대로 속상한 일들이 많았던 지난 몇 주 간의 시간들이 조금은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본래 나는, 서울대생이 졸업 후 붕어빵 장사를 한다는 식의 미담에도 쉽게 감동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눈물까지 많아졌으니, 눈물 참을 일, 흘릴 일도 많아졌다.
어쨌건 눈물이 많다는 건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의 솔직한 발산은 정신의 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더구나 연예인 누구의 말처럼 소리치며 울 수 있다는 건 좋은 ㄱㅓ ㄴㅣㄲㅏ...
:: contact _ napbock@naver.com
:: blog _ blog.naver.com/napb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