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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의 기분 Oct 23. 2016

건강한 중독

운동


학창시절에 가장 싫었던 과목 중 하나는 체육이었다. 운동 신경이 없는 편이다보니 운동을 잘 못했고, 잘 못하다보니 운동을 피했다. 운동을 피하니 더 늘지 않았고, 그 악순환은 반복됐었다. 그래서 체육 시간이 싫었다. (하지만 운동 신경은 나이 먹으면서 보니까 그냥 보통 정도는 되는 듯했다.)

이렇다보니 대체로 통통한 몸을 가지고 살았던 것 같다. 초등학교때는 통통~뚱뚱에 가까웠지만 중학교 때 키가 갑자기 크면서 통통~보통의 몸을 가지게 되었고, 군대에 가기 전까지 늘 그런 상태였다.
 



자발적으로 꾸준한 운동을 처음 하게 된 것은 21살(대학교 1학년-재수했기 때문에) 때였다. 군대에 가게 되면 체력도 필요할 것 같았고 살도 조금 빼고 싶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들을 시작했는데, 처음엔 줄넘기를 했다. 하지만 줄넘기를 하니 발목이 너무 아팠고, 그래서 줄넘기는 관두고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에 가서 5~6바퀴 정도를 돌곤 했다. 

음악을 들으면서 돌으니 시간도 잘 가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체력은 여전히 저질이라 10~15분 정도만 겨우 뛰다 걷다를 반복하고 집에 왔다. 그렇게 서너달 동안 하다 말다를 반복하다 군대에 가게 됐다.
 



군대에 대한 여러가지 잠언들이 있지만, 그 중에 '군대에 오면 마른 사람은 살이 찌고, 살이 찐 사람은 살이 빠진다'는 말이 있다. 나는 마른 사람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살이 쪘다.

입대를 하고 나서 처음엔(훈련소 때는) 살이 찔 틈이 없었지만, 자대 배치를 받고 나니 살이 갑자기 찌기 시작했다. 행정병이라는 보직상 움직일 일이 많이 없었고, 군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많이 풀다보니 금세 살이 올랐다.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일~이등병은 운동 금지라는 암묵적인 룰이 있어서 운동을 할수도 없었다.
 



어렴풋하게 살찌고 있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대체로 외면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인식을 하게 되는 사건이 있었다. 입대하고 나서 9~10개월쯤 지났을 때였다. 가장 친했던 후임이 어느날 내 뒷모습을 보더니 내가 아닌 줄 알았다는 말을 했다.(살이 너무 쪄서) 큰 충격을 받았다. 매일 보는 사람이 살이 쪘다고 하면 그건 정말로 찐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내무반에 가서 체중계를 빌려서 몸무게를 재보니 80kg정도가 나왔다. 내 인생에서 가장 무거운 순간이었다. 이대로 계속 살면 정말 뚱보가 될 것만 같았다. 정말 살을 빼야겠다는 강한 결심을 하게 됐다.
 



다행히 그때쯤은 선임들이 많이 전역하고, 후임도 많이 들어왔을 때였다. 서열로 치면 중간보다 조금 위였고, 그럭 저럭 눈치보면서 운동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매일 연병장을 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0분 정도로 시작했다. 숨이 차고 몸이 무거워 많이 뛸 수 없었다. 하지만 최대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하려고 노력했다. 먹는 것도 최대한 줄여보려고 했다. 
 



처음의 10분이 15분이되었고, 15분이 20분이 되었다. 달리기를 마치고는 부대 내의 헬스장에서 무거운 것들도 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묵묵히 한 달, 두 달 반복하다보니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각종 작업들도 도맡아서 했다. 상병이 되고 나서는 부대 내의 예초기를 돌렸는데, 체력 소모가 정말 심했다. 하지만 그렇게 활동을 많이 하니 확실히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몸무게는 몇 달만에 다시 70kg정도로 내려왔다. 결국 전역할 때는 65~6정도까지 빠졌던 것 같다.

얼마나 열심히 했냐면, 연병장에서 내가 뛰었던 길에는 풀(잡초)이 나지 않았다. 매일 그곳을 밟다보니 풀이 날 틈이 없었던 거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스스로가 무척이나 대견하게 느껴졌다.
   

가장 마른 인간이던 시절(2011)


전역을 하고 나서도 운동을 계속 했다. 한 번 몸에 운동이라는 습관이 붙으니,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달리기, 수영, 헬스 등등 다양한 종류의 운동을 하고 배웠다. 그 덕분에 체중의 미묘한 변화는 계속 있지만(전역 후에는 몇 년간 67~8 정도로 유지했는데, 헬스를 하면서 몸이 불고 나서는 71~2를 유지 중이다.) 어쨌건 대체로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살고 있다. 

무엇보다 살을 뺀 것은 최고의 성공 경험이 되는 것 같다. 살을 빼는 과정은 길고도 험난한데, 그 힘든 과정만큼 한 번 성공을 맛본 사람은 굉장한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최근에 찍은 사진(1~2주 전)


아마 앞으로도 나는 운동을 계속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열심히 할 생각이다. 

잊을 수 없는 성공 경험과, 충격적이었던 군대 후임의 말 등등 덕분에 어지간하면 계속 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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