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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의 기분 Oct 29. 2016

수영이야기(1)

속에서의 자유


수영을 배우고, 수영에(나름) 익숙해지게 되면서 바다수영의 로망이 생겼다. 그 로망을 이루고자 작년 여름에, 제주도의 곽지 해수욕장에서 (처음으로) 바다수영을 시도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너무 무서워 수영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수영장이 아닌 곳(호수)에서 수영을 해봤던 기억에 바다 수영에 도전했는데, 파도가 세고 물이 탁해 보이는 게 없으니 겁나서 제대로 수영을 할 수 없었다. 

처음 수영을 배운 건 대학교 1학년 여름 방학이었다. 어떤 동기였는지 잘 기억은 안나는데, 친구 A와 함께 여름 방학을 맞아 함께 고향에 있던(공주대 수영장) 수영장에 다녔다. 나는 딱 1달을 다니고 큰 흥미를 못 느껴 그만두었고(성실하게 출석은 함), 친구는 1달을 더 했다. 호흡법부터 시작해 자유형을 좀 배우고 배영을 배우기 시작할때쯤 관뒀는데, 그 뒤의 내 수영 실력은 자유형 10미터(수영장 레인의 반정도)가 최대였다.
  

작년 제주도에서


제대로 배웠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또 안 배웠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1달의 수영 강습을 받고 나서는 한동안(5~6년) 다시 수영을 배울 기회는 없었다. 물에 들어갈 일은 종종 있었는데, 배웠다곤 하나 사실상 '수영을 못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수영을 하진 않았다. 

그래서인지 아쉬움이 남아 때때로 다시 수영을 배워볼 생각을 했지만, 여유가 생기지 않아(살던 곳마다 수영장이 집에서 멀었다) 배우지 않았었다. 그러다 대학을 졸업하고 시간적 여유가 생겨 수영을 다시 배워보기로 했다.

  



재미있게도 5~6년 전에 수영을 배웠던 공주대 수영장에 다시 다니게 되었다. 아침 9시 수업(기초반)으로 다시 수영을 시작했다. 수영복을 사고 수경과 수영모를 샀다. 이번엔 제대로 배워서 수영을 할 수 있는 몸이 되고 싶었다. 

원래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거나 배우는 데에는 늘 자신이 없었다. 내 스스로가 운동 신경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에 1달 수영을 배울때 그 컴플렉스를 많이 극복할 수 있었다. 

함께 다닌 A는 여러모로 운동 신경이 좋은 친구였는데, 그 친구보다 내가 수영을 더 빨리 배웠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몰랐던 나의 운동 신경을 발견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나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영 강습에 참여했고, A는 일주일에 2~3일은 빠졌다. 처음에는 A가 더 빨리 배웠지만 갈수록 내가 더 잘했다. 수영이나 마라톤 같은 운동은 운동 신경보다 꾸준한 노력과 연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수영을 배울 때 가장 좋았던 것은 수영 강사였다. 수영 강사 형은 나보다 1살이 많았는데, 알고 보니 고등학교 1년 선배였다. 운동도 잘하고(몸이 정말 좋았음) 머리도 좋아 운동 이론에도 빠삭했다. 무엇보다 그는 강습을 하는 데 열정과 재능이 있었다. 강습 시간 외에도 남아서 더 봐주기도 했고, 주말에 나와서 따로 운동을 봐주기도 했다. 나도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하루에 2시간씩 수영을 했다. 덕분에 수영 실력이 쑥쑥 늘었다.

3~4달 정도 다니니 금세 접영까지 배우게 됐다. 처음엔 자유영 1번 왕복(50미터)도 벅찼는데, 꾸준히 반복하니 3~4바퀴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물이 익숙해지니 물에서 떠 있는 것도 가능해졌다. 발이 닿지 않는 물에 들어가는 두려움이 없어졌다. 
  



수영을 (제대로) 배우고 나서 가장 좋았던 것은,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물 속에서의 자유였다. 땅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부력이 있는 물 속에서의 행동은 너무도 자유로웠다. 이러한 감정은 이제야 느끼게 되다니. 수영을 배우지 않았던 지난 날들이 후회스러웠다.

덕분에 유럽 여행을 하던 중에 들렀던 이탈리아와 스위스에서 호수 수영을 하며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들었다. 앞으로의 또 하나의 로망이 있다면, 호텔의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는 것이다. 아마 멀지 않은 시기에 이 꿈은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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