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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의 기분 Oct 30. 2016

수영이야기(2)

좋지 않았던 추억



수영을 6개월 정도 배우며 여러 일들을 겪었지만, 그 중 가장 기억나는 일들이 몇 가지가 있다.

초급반에서 시작해 중급반으로 반을 옮기며 3개월 가량 수영을 배웠다. 꾸준히 열심히 하니 실력이 꽤 늘었고, 덕분에 접영까지 배울 수 있었다.(접영은 한창 배우다 그만둬서 아직도 잘 하진 못한다.) 
  
그러고 나서 사정상 2~3달 정도를 쉬고 다시 수영을 다니게 되었다. 예전에 다닐 때는 오전 9시에 수업을 들었는데, 그 시간대에는 배우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그렇다보니 강사도 반도 많았고, 격차별로 4~5개로 나누어 수업이 진행되었다. 초급반, 중급반, 상급반, 마스터반, 연수반 등 자신의 실력에 맞는 반에 들어가 수영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수영을 다니게 되면서 오후 4시로 수업 시간을 옮겼는데, 그 시간대에는 배우는 사람이 없어서 오직 초급반과 상급반 둘로 나뉘었다. 나는 어쨌건 수영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는 아니었기 때문에 상급반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 상급반은 수영을 배운지 최소 4~5년 이상은 되는 사람들이 다니는 반이었다. 
 


  
내가 다니던 수영장은 텃세가 아주 심했다. 당시에 수영장이 생긴 게 6~7년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수영장이 처음 생기고 나서 다니던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처음부터 다니던 사람들끼리 모임을 하며 새로 들어온 사람들을 따돌리는(?) 분위기가 있었다.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 행동인데, 지금 생각해도 몇몇 행동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예를 들면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있을 때 '자신이 늘 쓰는 샤워기'라며 자리 옮기기를 강요하거나, 탈수기나 드라이어를 새치기해서 사용하는 등의 행동이었다. 

이런 불만들을 시설 관리자나 직원에게 말해도, 오래 다닌 사람들과 친했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초급반 같은 경우야 사람이 계속 바뀌는 그런 분위기는 적었지만, 상급반으로 갈수록 텃세를 부리는 분위기는 더 심해졌다. 특히 실력이 올라서 반이 오르는 사람들을 대놓고 무시하는 일이 빈번했다. 그래서 새로 수영을 배우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실력이 되고 나면 오히려 수영을 그만두는 일이 많았다.

나도 오후반의 상급반에 간 첫날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 4~5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그들은 처음 온 나를 가장 앞에서 수영하게 했다. 나도 내 실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잘 못하니 맨 뒤에서 하겠다고 했지만, 그들은 막무가내로 나는 제일 앞서가게 했다. 그리고 몸풀기 자유형을 출발했는데, 내 뒤에 있던 아저씨 하나가 내 발바닥을 계속 손으로 쳤다. 
  


  
수영을 하는 사람들은 앞사람의 발바닥을 치는 게 얼마나 무례한 행위인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 행동은 '내가 너보다 빠르니 방해하지 말고 빨리 가라' 정도의 의미다. 나도 내가 느린 것을 알고 있고, 그래서 뒤에 서겠다고 했는데, 억지로 앞으로 보내놓고는 느리다고 발을 치는 행위를 하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텃세였다.

첫 바퀴는 마치고 내가 늦으니 먼저 가라고 다시 권했지만, 뒤의 아저씨는 막무가내로 무조건 출발하라고 했다. 그래서 그 날은 수영을 하는 내내 발바닥을 맞으며 했다. 그 행동은 아직도 생각날 정도로 기분이 나빴다. 정이 뚝 떨어져 당장 수영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였다.
  
그 다음 날에도 제일 앞에 서라고 했다. 그래서 잘 못하니 뒤에 서겠다고 몇 번 말하고 출발하지 않으니 결국 뒤에 설 수 있었다. 속된 말로 '신고식' 같은 행위에 불과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됐다. 
   


  
한쪽 팔이 없는 아저씨도 생각난다. 

그 아저씨는 한쪽 팔이 없었지만, 수영을 잘 했다. 그가 양쪽 팔이 있는 사람만큼 수영을 할 수 있게 되기 위해 노력했을 시절들을 생각하면 코끝이 찡해졌다. 수영 강사분도 한쪽 팔이 없는 분을 가르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나름의 이론과 실전으로 열심히가르쳐 주었다.

하지만 그 아저씨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텃세 부리는 것을 보고 있으니 한숨만 나왔다. 힘들게 수영을 배우고 하는 게 텃세부리는 거라니... 여러 사정상 3개월 정도를 더 다니고 수영을 그만뒀는데, 저런 것들을 생각하면 수영을 그만 두는 게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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