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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의 기분 Nov 21. 2016

첫 자취방

처음으로 혼자 나와서 살게 된 것이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니까, 자취 생활을 시작한지도 벌써 8년 가까이 되어 간다.


자취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상당히 설렜었다. 처음 혼자서 살게 된 것도 기대했었는데, 군대 전역과 맞물리면서 자취라는 것은 나에게는 어떠한 자유로의 탈출구로만 보였다. 자취를 하게 된 방은 내가 군대에 있는 동안 누나가 알아봐주고 계약을 해준 곳이었다. 낡았지만 넓었고, 싼 곳이었다. 13박 14일의 말년 휴가를 나와서 이사를 했다. 


자취방에서 혼자 처음 지낸 날을 기억한다. 설레는 마음에 볼일도 없었지만 방에서 나와 혼자 밤거리를 걸어다녔다. 




전역을 하고 나서 일주일 후에 복학을 했다. 다른 사람들의 걱정과는 달리 혼자 사는 것은 너무 좋았다. 집안일을 해야 하는 것은 조금 귀찮고 힘들긴 했지만 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남자 혼자 살면 지저분하고, 밥도 잘 해먹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많다. 하지만 이건 내 경험상 남자 여자의 문제가 아니라 철저히 개인의 성격의 문제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그래도 깨끗하게 사는 편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첫 자취방에서는 그렇게 3년 가까이를 살고 나왔다.(정확히 2년 10개월) 매년 계약이 갱신될 때마다 이번엔 옮겨야지를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지만, 그렇게 저렴한 집이 잘 나오지 않아서 번번히 이사를 가는 것은 생각으로만 남겨야 했다. 


어쨌건 그렇게 3년 정도를 살고 나오는 건 좋았는데, 이사를 할 때 많은 것을 느꼈다. 우선은 자취방은 결코 '내 집'이 될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게 가장 컸다. 자취를 하며 모았던 각종 '쓸모없던 것들'을 처리하는 데 가장 애를 먹었다. 쓸모없는 것의 대부분은 집을 꾸미는 데 쓰는 것들이었다. 그 뒤로 자취방을 구하고 나와 살면서 내가 한 일은 쓸데없는 것을 사지 않는 것이었다. 




이 글을 쓰면서 지금 살고 있는 자취방에 무엇이 있는지 이리 저리 둘러보았다. 쓸데없는 것을 사지 말자고 생각하며 살고 있지만, 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쓸모없는 것들이 쌓이게 되는 것을 멈출 수는 없다. 결국은 또 이사를 가거나 크게 정리를 할 일이 있어야 또 한짐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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