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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긴 호흡으로 생각이 머물러
금요일 밤엔.
서로의 밥을 챙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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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적
Nov 1. 2024
당신이 눈꺼풀 위에 올려둔 아침은 잘 받았어요.
나는 잠시 눈꺼풀을 들어 올리려다 상상을 해요. 눈꺼풀은 당신이 손으로 접은 리본처럼 가만히 끝을 잡아당겨져요. 처음 묶어둔 밤처럼 반대 방향으로 풀려가며 묶어두었던 자리만 남게 되죠.
컴퓨터를 켜서 당신이 알려준 음악을 틀어 놓아요. 바닥부터 음악이 차오르도록.
아주 작은 소리로 말이죠.
새벽을 입기엔 아직 바람이 너무 쌀쌀해요. 당신이 이 산책을 본다면 아침 일찍 엄마 심부름으로 두부를 사러 가는 아이 걸음걸이 같다고, 돌아오며 비닐봉지 속을 왜 자꾸 들여다보는지 물을지도 모르겠네요.
아이는 비닐봉지를 내밀며 잠시 서 있어요. 칭찬받을 일은 아니지만,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말이죠.
아침 산책을 하고 들어오면 음악 소리는 벽지가 축축하도록 차올라 있어요.
지난밤 모란이란 이름을 가진 고양이가 햇반을 담아두었던 곳이 텅 비자 그곳에 납작 엎드려서 불러도 나오지 않고 있어요.
고양이가 들어갈 만한 공간을 보자 마트에 가서 사 온 햇반을 다시 채워두고 아침이 되면 나 뒹구는 포장지를 파고들어요.
너도 나를 걷어 먹이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금요일 밤이 뉘엿뉘엿 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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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모란' 이라는 이름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어요. 훔치고 싶은 문장을 파는 가게를 운영 중입니다. 프로필은 당신과 나 사이엔 너무 긴 설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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