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을 다녀옵니다. 개화 시기가 앞당겨져 이미 다 사라져 버린 벚꽃이나 목련의 축제는 이미 끝나고 올해는 개나리를 한반도 보지 못한 것은 그저 먼 곳까지 나가지 못한 활동 반경 때문이라고 여기며 늘 담배를 피우던 곳에서 마지막 담배를 피우고 들어옵니다.
집안을 등지고 있던 정적이 균열을 일으킵니다. 나의 집은 나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내가 들어서자 누군가를 기다리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오늘 아침 5시 30분경부터였으니 온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던 것이 분명합니다. 점심을 먹고 침대 위를 기어 올라가 잠이 들었습니다. 눈을 떴다기보다 눈꺼풀이 하도 오랫동안 상온에 그대로 덮여있어서 녹아내린 것처럼 시간이 지나자 천장이 보였습니다.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는 상태까지 자버렸습니다. 마치 더 이상 주유를 할 수 없을 만큼 채워진 자동차처럼 말이죠. 이제 시동을 켜면 바늘이 경고등을 켜고 가장 끝에 다다라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자고 나도 또 밤이면 잠을 잘 수 있다는 것도 마냥 신기합니다. 깨어나 주위를 맴돌며 손바닥 아래로 머리를 들이미는 모란을 어루만집니다. 밖으로 나가 잠깐 산책을 하고 저녁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루하게 게으른 나는 저녁을 차려서 먹고 한편이라도 써야겠다며 책상에 앉자 아침에 마무리하지 못 한 글이 드러났습니다.
얼마나 잔 걸까요? 자고 일어났더니 밤하늘이 흐립니다.
물속에 잠수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릴 적 우리 집은 수영장에서 멀지 않았어요.
실외수영장이어서 아카시아 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멀리서 락스 냄새가 파도치듯 주위를 뒤덮고 파란색 수영복을 입고 대충 가슴에 물을 끼얹고 물속에 뛰어들어 끊임없이 물속에 고여있었어요. 그땐 물안경을 끼지도 않았어요 물이 눈동자에 닿아 붉은 모래가 되기를 바랐던 것 같았어요
잠수하고 눈을 가만히 뜨면 수면은 햇살이 울렁이는 유리 조각을 스며듭니다. 물속은 고요했어요. 사람들의 소리는 볼륨을 최대로 줄인 라디오 같았어요. 물 밖으로 나오면 그 소란은 말도 할 수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