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식회(詩食會)에 초대합니다.

눈물 푸르던 밤 권혁웅

by 적적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권혁웅


지금 애인의 울음은 변비 비슷해서 두 시간째

끊겼다 이어졌다 한다

몸 안을 지나가는 긴 울음통이 토막 나 있다

신의주찹쌀순대 2층, 순대국을 앞에 두고

애인의 눈물은 간을 맞추고 있다

그는 눌린 머리 고기처럼 얼굴을 눌러

눈물을 짜낸다

새우젓이 짜부라든 그의 눈을 흉내 낸다

나는 당면처럼 미끄럽게 지나간

시간의 다발을 생각하고

마음이 선지처럼 붉어진다 더 잘게 썰린

옛날 일이다

연애의 길고 구부정한 구절양장을 지나는 동안

우리는 빨래판에 치댄 표정이 되었지

융털 촘촘한 세월이었다고 하기엔

뭔가가 빠져있다

지금 마늘과 깍두기만 먹고 견딘다 해도

동굴 같은 내장 같은

애인의 목구멍을 다시 채워줄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버릇처럼 애인의 얼굴을 만지려다 만다

휴지를 든 손이 변비 앞에서 멈칫하고 만다


출처>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창비.2013


시식평.

겨울이 몸살 기운으로 몸 안을 뒤척이며 근육통을 일으키고 있었다. 멀리서 온 친구와 우동집으로 향했다. 그녀의 가방과 스카프가 의자에 놓여있고 화장실을 간다고 나간 자리로 그녀를 대신해 놓여있던 시집을 펼쳐 들었다.

나의 폐에선 고양이가 갸르릉 거리며 살고 있었다. 간혹 쇳소리를 내며 숨을 쉬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였으므로 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우동 두 그릇이 차례로 나오고 그녀가 내게 유부를 숟가락에 건져내 내 그릇에 넘겨주었고 나는 그녀에게 쑥갓을 건네주었다. 후춧가루를 두 번씩 넣어주었고 고춧가루는 한번.


숟가락으로 투명하고 맑은 국물을 떠 마시고 굵은 면발을 천천히 씹으며 계속 국물 위에 떠 있는 나를, 고개를 숙일 때마다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넘기던 그녀를 보며 같이 웃었던 기억처럼 우동 국물은 깊고 뜨겁고 시원하였다.


얇아서 입안에서 녹아내릴 것 같은 단무지를 셀프바에 가서 한 번 더 가져다 먹은 것 같다.

그녀가 읽어보라고 건넨 책을 나는 극구 사양했다. 그리고 아마도 그녀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더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기를 나 혼자 바랐는지도 모른다.


사진출처> pinterest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