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새벽이 오지 않아.
월요일 아침입니다. 새벽 4시에 눈이 뜨였습니다. 신생아처럼 배가 고파 눈을 뜬 것도 아니면서 기저귀가 축축해 깬 것도 아니면서 눈이 떠졌습니다.
한번 깨면 잠을 못 자는 편이죠라고 그렇게 말했던 때가 있었죠.
그땐 그랬죠…. 아마도 그렇게 눈을 뜬 날이면 가만히 침대에 쿠션 하나를 올려 더 푹신하게 기대고 글을 쓰거나 오래된 흑백 영화를 한 편 보았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잠을 포기하고 커피도 한잔하면서 말이죠. 근래엔 새벽에 눈을 뜬 일이 없었으니 그런 낭만적인 새벽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양을 셉니다. 첫 번째 양이 먹을 풀도 없이 불러냈다며 머리카락을 뜯어먹으려 합니다. 두 번째 양을 불러내려다 잠깐 멈칫합니다. 왼쪽 이마 근처의 머리숱이 사라질 때쯤 푸른 들판을 상상합니다. 두 번째 양을 부르기 전에 들판을 가로지르는 작은 시내를 상상합니다. 두 번째 양이 첫 번째 양을 데리고 들판 위에서 풀을 뜯는 동안 양들을 세고 있습니다.
먼 곳부터 가까운 곳까지 수없이 많은 양을 세다가 한 번 더 세어졌던 양이 숫자를 다시 세야 한다고 자꾸만 소매 끝을 뜯어먹습니다. 오랜만에 불러낸 양들은 자라난 털이 너무 더럽다고 깎아달라고 모여듭니다. 양을 세는 일을 멈추고 양털을 깎습니다.
잠들기 전에 손목이 부러질 듯이 아픕니다. 잠들기 전에 관절염이 오면 어떡하나 걱정이 듭니다. 깎아놓은 양털이 침대 위로 수북이 쌓입니다. 잠시 유튜브를 켜고 10분 안에 잠들 수 있는 영상을 30분 이상 시청합니다. 알고리즘을 타고 다시 한 시간 그리고 다시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전기 양털 깎이기를 검색한 뒤 털 깎는 기계를 잡고 양털을 깎습니다.
잠깐 이게 무슨 짓인가 생각하다 양털이 붉게 변합니다. 지혈되지 않는다며 양이 웁니다. 양털을 깎으려고 기다리던 양들이 제 주위로 둥그렇게 모입니다.
메 에에 메에~
눈치 빠른 양들이 사라졌습니다. 푸른 하늘 위로 은빛 비행기가 날며 플래카드를 펼칩니다. 셀 때마다 양들이 나타나던 시대는 지냈습니다.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양들을 찾아다닙니다.
만삼천오백 스물셋…. 무릎이 아파져 옵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침대 위로 쌓인 붉은 양털을 쓸어 모아 커다란 포대에 담습니다.
1월의 반 이상을 보내버렸습니다.
모든 날은 격의 없이 잘 보냈습니다. 나는 시간을 보내는 일을 멈추지 않습니다. 아니 멈춰 있는 내 곁으로 풍경이 지나가듯이 하루가 잘 떠나고 있습니다.
모니터를 보며 하품하고 있습니다.
하루 못 잔다고 죽진 않을 테니까.
돌아갈 곳은 오늘뿐이었습니다.
하품이 나는데 배가 고픕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겨울날.
낮잠을 자고 나니 하루가 다 지나갔습니다.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