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장면이 더 많은 것을 기억하게 할 때
https://www.youtube.com/watch?v=VBps1IvCyj0
시끄럽고 번쩍거리는 세계 속에서 ‘조용함’은 선택받기 어려운 미덕이다.
이 영화는, 소리 없이 그 조용함을 밀어붙인다.
그 조용함은 아무도 모르게 한 사람을 무너뜨리고, 또다시 세운다.
어떤 이는 그것을 무의미하다고 느낄 것이고, 어떤 이는 그 안에서 무언가를 되찾는다.
어떤 관계, 어떤 감정, 혹은 아주 오래전의 한 문장.
비가 그친 토요일 저녁.
모두가 젖고 있는지도 모른다.
말하지 않는 감정들, 이름 붙이지 못한 채 잃어버린 것들.
그 모든 것이 이 7분 30초 안에서 조금씩 움직인다.
작고, 미세하고, 정확하게.
그래서 이 영화는 찾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보다는 잃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이야기에 가깝다.
기억이 아니라, 감정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
그리고 그것을 붙잡을 수 없어도, 그 순간만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
영화는 끝나지만,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이야기는 관객의 안에서, 또는 어느 토요일의 저녁 속에서
아주 천천히, 잊힌 얼굴을 떠오르게 한다.
그 얼굴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떠오른다는 사실만으로, 영화는 제 역할을 다했다.
물방울이 아직도 창문을 타고 흐르고 있다.
단지 한편의 영화였을 뿐인데, 누군가의 존재가 떠오른다.
그리고 그 감정 하나로, 오늘 저녁은 무언가를 잃지 않고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