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룡소에 닿기까지의 길.
모든 문장은 마른땅을 뚫고 솟는 물과 같다.
그 시작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그 여정은 방향이 아닌 다짐으로 이어진다.
보이지 않는 지층 아래, 수천 겹으로 포개진 말들이 있다.
그 사이사이에 스며든 건 침묵이다.
긴 시간 눌리고 응축된 언어의 파편들.
그들은 더 이상 말을 꿈 꾸지 않지만, 어느 순간, 마침내 한 점에서 터져 나온다.
그 한 점은 사라지지 않는 떨림이고, 다만 존재하는 숨결이다.
문장의 발원은 언제나 보지 못한 곳에 있다.
빛보다 더 느리게, 그러나 더욱 깊이 도달하는 움직임.
산기슭의 숲 그늘, 그 조용한 자리에서 문장은 태어난다.
소리 없는 울림, 존재하되 드러나지 않는 자리.
문장은, 처음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다.
강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솟아나는 것이다.
검룡소에서 물은 그렇게 시작된다.
검은 용이 뒤틀린 몸으로 꿈틀거린다는 이름처럼,
그곳의 물은 방향이 없다.
흘러오지 않고, 흘러가지도 않는다.
다만, 아래에서 위로, 조용한 기척처럼 올라온다.
그 물은 흐름이 아니라 진동이고, 말이 아니라 감각이며,
의미가 아니라 미세한 울림이다.
말해지지 않았기에 더욱 정확한 진실이 있다.
말의 경계를 넘은 자리에서만 가능한 투명함.
검룡소의 물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너무 맑아서 보이지 않고, 너무 투명해서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 투명함은 결코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다.
모든 문장이 다 말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문장은 언어의 바깥에서 자신을 지운다.
존재하지만 발화되지 않는 침묵의 문장.
형태 없는 떨림, 이름 없는 진동.
우리가 그것을 문장이라 부르기 전,
그것은 다만 하나의 맥박이었을 뿐이다.
검룡소의 침묵은 무언가를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 침묵은 문장을 잉태한다.
조용하고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문장을 부른다.
말은 그곳에서 길을 찾고,
길을 찾은 말은 물이 된다.
그러나 모든 문장이 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문장들은 발원지에서 멈춘다.
흘러가지 못한 채 땅속으로 다시 스며드는 문장들.
너무 투명하여 손에 잡히지 않고,
너무 고요하여 기록되지 않는 문장들.
이해되지 않지만 존재하는 문장들.
그 문장들은 부재의 방식으로 존재를 증명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어떤 말보다 더 또렷하게 울리는 문장들.
문장이 한 편 쓰이기까지 쌓인 시간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검룡소에 닿기 전의 길은 길이 아니라,
다만 방향이다.
이정표 없는 경사, 부서진 발자국.
완만한 언덕은 없고, 가파른 경사만이 이어진다.
자주 미끄러지고, 자주 멈춘다.
쓰였으나 버려진 문장들이 퇴적되어
다음 문장을 위한 흙이 된다.
말이 되지 못한 단어들이 문장의 뿌리가 된다.
검룡소에는 기이한 침묵이 감돈다.
그 침묵은 물소리보다 깊고, 말보다 두텁다.
문장이 태어나는 장소는 언제나 언어가 없는 곳이다.
거기엔 말보다 먼저 존재하는 감각이 있다.
그 감각은 이름이 없기에 더욱 선명하다.
그 이름 없음이야말로 말보다 분명한 진실이다.
문장은 붙잡을 수 없다.
닿으려 하면 사라지고, 설명하려 하면 흐려진다.
좋은 문장은 집요함이 아니라, 기다림으로 온다.
의도가 아닌 여백에서, 생각이 아닌 결에서 솟는다.
문장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도달되는 것이다.
말은 문장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누군가는 강만 본다.
갈대밭과 범람, 수위와 퇴적, 습지와 평야.
그러나 그 강의 시작을 본 사람은 적다.
검룡소는 눈에 띄지 않는다.
침묵 속에 숨고, 고요 속에 웅크린다.
검룡소를 아는 자는 안다.
물이 처음 솟아나는 그 어지러운 정적을.
문장이 처음 시작되는 찰나의 떨림을.
그 떨림이 얼마나 오랜 기다림의 결과인지.
문장은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러나 검룡소에 닿은 문장은 다르다.
말해지지 않아도 말해지는 힘.
눈치 보지 않고도 존재하는 리듬.
말을 꾸미지 않아도 울리는 울림.
그것은 존재 자체로 의미가 된다.
검룡소는 반복되지 않는다.
발원은 단 한 번이다.
그 처음의 물방울처럼,
어떤 문장은 단 한 줄로 충분하다.
덧붙이지 않아도, 해석하지 않아도
그 문장 속에는 삶이, 감각이, 기억이 담긴다.
그 문장을 쓰기 위해
누군가는 일상을 버리고,
손으로 만지는 방식을 지우고,
발로 익힌 길을 잊는다.
되풀이된 문장을 수천 번 되뇌며
다시 쓰지 않을 문장을 위해 걷는다.
검룡소에 닿기 전에는 어떤 말도 믿을 수 없다.
그러나 닿은 뒤에는.
단 하나의 문장만이 모든 것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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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발밑은 물비늘로 미끄럽습니다.
사진출처> cosm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