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뼈를 지나간다

뼈와 마음 사이, 그 미세한 틈

by 적적




사람들은 가장 먼저 눈을 어디에 두는가. 시선은 이마에서부터 미끄러져 내려와 눈동자에 멈추거나, 손끝의 떨림을 쫓다가 목덜미의 곡선을 따라 사라진다. 그러나 더 오래 머무는 지점은 드물다.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 뼈와 뼈 사이, 그 사소한 경계에 주목하는 시선은 거의 없다. 쇄골은 마음보다 먼저 반응하는 기관이다. 감정이 닿기 전, 벌써 움츠러드는 그 미세한 움푹 들어간 굴곡. 그곳은 말보다 빠르고, 눈보다 정확하며, 기억보다 명확하게 진심을 누설한다.



쇄골은 폐와 심장 사이의 경계처럼 존재한다. 들숨의 파장에 따라 들뜨기도 하고, 날숨의 여백에 따라 가라앉기도 하며, 말보다 먼저 타인의 감정을 알아차린다. 그녀의 쇄골에는 그런 예민한 감각이 서려 있었다. 그것은 말보다 앞선 문장이었고, 기억보다 오래된 진술이었다. 누군가의 마음이 움직일 때, 그곳은 미세하게 떨렸다. 어깨를 감싸는 니트 사이로 스며든 여름 저녁의 잔열, 거기서 바람이 흘러나올 때 쇄골은 대기를 일그러뜨리는 창처럼 기능했다. 감정은 거기서 터졌다. 고요한 고막처럼.


그녀는 자주 어깨를 내렸다. 그것은 경계의 신호였고, 신뢰의 표시였으며, 동시에 긴장을 풀지 못하는 타인의 어깨를 대신 내려주는 행위이기도 했다. 그녀의 쇄골은 단순한 해부학적 구조가 아니었다. 그것은 어떤 방, 문이 반쯤 열린 여름의 방처럼 불완전하게 틈을 남기고 있었고, 그 틈으로 지나간 감정은 모두 감지되었다. 기쁨, 분노, 냉소, 체념, 애착, 모든 감정은 그 미세한 곡선 위를 미끄러지듯 스쳤다.



누군가는 얼굴을 감정의 지도라 했지만, 그녀에게선 쇄골이 모든 감정의 원고지였다. 땀이 맺히는 시간보다 빠르게 진동하고, 목소리가 입에서 나오기도 전, 이미 감정은 그 얇은 뼈마디에 머물렀다. 거짓은 그곳을 통과하지 못했다. 연기는 가능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쇄골은 정직했고, 그 정직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타인의 말보다 많은 것을 전달했다. 어떤 날은 비명보다도 명료하게, 어떤 날은 침묵보다도 확실하게.


쇄골은 방어가 불가능한 구조다. 바람을 맞으면 그대로 드러나고, 차가운 물이 닿으면 가장 먼저 움찔한다. 그러나 그곳에 손이 닿는 순간, 모든 감각은 멈춘다. 손끝이 닿기도 전, 감정은 이미 움직이고, 의미는 이미 발생한다. 그래서 누구도 그곳을 쉽게 만지지 않는다. 친밀감은 그곳을 향한 시선에서 출발하며, 애착은 그곳에 이르렀을 때 완성된다. 그녀는 종종 쇄골을 드러내지 않았다. 단추를 하나 더 잠그거나, 스카프를 느슨하게 묶었으며, 그것은 외부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동시에 감정의 자율권을 지키기 위한 고요한 장치였다.



밤이 깊을수록 쇄골은 민감해졌다. 감정이 가라앉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드러나는 시간이었다. 조명 아래서 윤곽이 더 뚜렷해지고, 그림자가 그곳에 머무를 때, 기억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말로 하지 못한 문장들, 끝내 쓰지 못한 편지들, 꺼내지 못한 사과들이 그곳에 모여 살았다. 쇄골은 수신되지 못한 감정의 우체함이었다. 더 이상 전송되지 않을 진심이 발신인도 없이 그곳에 남겨져 있었다.



때로는 눈이 아니라, 손이 아니라, 언어가 아니라, 감정의 근거지가 되는 구조적 장소가 필요하다. 쇄골은 바로 그런 장소였다. 누군가는 마음이 있다고 믿는 바로 그 자리, 가슴과 어깨 사이의 빈 공간. 사랑은 그곳에 살고, 상처는 그곳에 스며들며, 회복은 그곳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그녀의 쇄골은 하나의 마음처럼 보였다. 가끔은 더 정직했고, 때로는 더 조심스러웠으며, 항상 더 먼저 반응했다.



어느 계절엔가, 그녀는 웃지 않았다. 그러나 쇄골은 여전히 떨렸다. 억눌린 감정은 그곳에서만 살아남았다. 그녀는 입을 다물었고, 눈을 감았으며, 어깨를 약간 들어 올렸다. 단 하나의 부위만이 그 모든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뼈와 뼈 사이의 틈. 그 얇고도 여린 음영. 그것이 전부였다. 그것으로 모든 문장이 쓰였고, 모든 기억이 환기되었으며, 모든 감정이 끝났다.



쇄골은 뼈다. 그러나 마음보다 먼저 부서지는 곳이기도 하다. 눈물보다 빨리, 고백보다 먼저, 상처는 그곳을 스친다. 그녀가 떠났을 때,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다. 다만, 마지막 인사도 없이 창밖을 본 그녀의 어깨 아래, 그 미세한 굴곡이 오래도록 떨리고 있었다. 마치 아주 약한 신호, 듣는 이 없이 울리는 송신처럼.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진심은 목소리가 아니라, 마음도 아니고, 단지 뼈의 구조에서 출발한다고. 가장 얇은 뼈에서, 가장 약한 마디에서, 가장 먼저 반응하는 감정이야말로 진실이라고. 그녀의 쇄골은 그런 진실이었다. 누구에게도 닿지 못한,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던,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진심.



쇄골은 비밀을 담지 못한다. 그곳은 언젠가 드러나고, 언젠가 기억되며, 언젠가 지워진다. 그러나 지워지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마치 마음이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것처럼. 그녀의 마음의 쇄골은, 그렇게 지금도 어딘가에서 떨리고 있을 것이다. 말없이, 이름 없이, 그러나 확실하게. 마치 낡은 진심처럼.



쇄골은 다시 닫히지 않는 문이었다. 한 번 떨린 감정은 되돌아가지 않았고, 한번 흔들린 진심은 이전의 구조로 되돌릴 수 없었다. 그것은 복원 불가능한 균열이자, 침묵의 안쪽에서 끊임없이 자라나는 말의 뿌리였다. 아무도 입 밖에 내지 못한 문장이 쇄골에 누적되었고, 어느 날 그 문장들은 하나의 무게로 굳었다. 말은 휘발되지만, 뼈에 새겨진 감정은 굳는다. 시간이 지나도 그것은 가라앉지 않았고, 오히려 더 단단하게, 더 무겁게 자리를 차지했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말도 눈물도 아닌, 그 작은 구조물 하나였다.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윤곽선, 그러나 모든 감정이 지나간 증거.



사랑은 말을 기다리지 않았고, 이별은 손끝을 붙잡지 않았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늘 그곳이었다. 어깨를 조금 기울일 때, 쇄골이 먼저 울렸다. 말하지 않아도 이해된다는 환상은 오히려 그 미세한 진동에서 비롯되었고,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 감정의 시작과 끝은 거기에서만 분명했다. 말보다 정직한 오해, 침묵보다 분명한 진심. 그녀의 쇄골은 늘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으나, 아무도 끝내 확인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감정이 사라지는 순간을 고백의 종료로 여겼지만, 쇄골은 달랐다. 감정이 사라진 후에도, 거기엔 여전히 떨림이 남았고, 그 떨림은 누군가가 들을지도 모를 어떤 ‘후의 시간’을 기다렸다.


가장 작고, 가장 얇은 구조가 모든 기억을 끌어안고 있었다. 마치 이 세계의 진실이 가장 미세한 결손에서만 발생한다는 듯.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쇄골은 그 침묵을 고요하게 복제했다. 그곳은 끝나지 않은 감정의 사본이었고, 전달되지 못한 문장의 보관소였으며, 지나간 사랑이 아직 그 몸 어딘가에서 생존하고 있다는, 다소 불편한 증거였다.



쇄골은 고백이 아니라, 증언이었다. 감정이 언어가 되기 전의 상태, 이미 지나간 진심이 남긴 진동. 그리고 그 진동은 누구에게도 닿지 않은 채, 지금도 어떤 빛 아래에서 천천히 흔들리고 있을 것이다. 마치 오래된 진실이, 아무도 읽지 못한 채 한 사람의 뼈 안에서 천천히 무너지고 있는 것처럼. 그것은 마지막 문장이 되지 못한 채 계속 쓰이는 이야기였다. 쓰이지 않은 채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남겨짐으로 인해 가장 오래 지속되는 문장.


목소리가 닿지 못한 사랑은.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5화기념 없이 자라며, 설명 없이 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