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모든 기억은 그 안에 저장되었다.
종이 위를 긁는 연필심의 소리가 물처럼 퍼졌다. 담백한 흑연의 선이 공간을 나누고 무언가를 지시하는 동안, 반대편 창문 너머에서 햇빛은 유리컵의 옆면을 따라 미끄러졌다. 빛은 오래된 습관처럼, 곧잘 유리의 곡면을 타고 내려가 그녀의 손등을 물들였다. 장골은 그 아래 어렴풋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골반의 가장 넓은 면, 사람의 안쪽을 휘감으며 조용히 경계를 만들어내는 뼈. 그 경계의 아래로는 어떤 말도 더는 내려가지 못했다.
책상 위에는 반쯤 비운 노트와 바늘 끝처럼 정렬된 펜들이 늘어서 있었다. 음소거된 입술처럼 움직이지 않는 사물들 사이에서, 잉크의 점도마저도 조용했다. 그녀의 옆모습이 잠깐, 거울에 비쳤다. 어깨에서 골반으로 떨어지는 각도가 문장보다 정확했다. 굽히지 않는 장골의 경계처럼, 말하지 않음으로써 전해지는 감정들이 있었다. 말해지지 않은 채로 오래 지속되는 감정은, 발화된 언어보다 깊고 고요했다. 들리지 않는 문장은 뼈에 저장되었다.
장골은 옆에서 보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지만, 정면에서는 숨을 곳 없는 단면처럼 뚜렷하다. 그것은 숨을 쉬지 않는 침묵의 구조다. 경계 바깥은 손 닿지 않는 바다처럼 차가웠고, 안쪽은 처음부터 허용되지 않은 침입이었다. 아무도 그 장골을 만지지 못했다. 그러므로 그 장골은 아름다웠다. 소유될 수 없는 것만이 오랜 감정을 품는다.
도면을 펼친 종이 위에 기하학적 선들이 그려졌다. 의자에 앉은 그녀의 허리는 말없이 곧았다. 뼈와 뼈 사이의 각도를 읽는 데 익숙한 손이, 시선을 멈추지 않고 이동했다. 그녀의 장골은 결코 정면을 향하지 않았다. 그 뼈는 옆을 향한 곡선을 그린 채, 내부를 숨기고 있었다. 수치심이 아니라, 무관심이 아니라, 다만 무언가를 보호하는 방식이었다. 무엇도 파고들 수 없는 무채색의 각. 마음이 뼈의 형태를 모방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녀의 장골과 같은 모습일 것이다.
오래된 병원 진단서의 한 귀퉁이에 희미한 연필 필기가 있었다. 장골의 밀도가 평균보다 높다고 쓰여 있었다. 밀도. 파악되지 않는 감정이 무겁게 축적되는 순간들. 말을 삼킬 때마다 생기는 내부의 골절. 웃음으로 감싸진 둔부의 외피 아래, 결코 드러나지 않는 뼈의 중심이 존재했다. 그곳은 검사를 거부했고, 투시되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은 자주 아팠지만, 결코 부서지지 않았다. 마음이 아니라, 뼈였다. 언어를 담지 못하는 마음 대신, 장골이 감정을 저장했다. 손상되지 않는 기억의 껍질로서의 뼈.
방의 커튼이 살짝 흔들렸다. 바람은 사물의 결을 뒤집지 않았고,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다. 단지 지나갔다. 바람처럼 스치는 사건들만이 허락되었고, 그 이상의 흔적은 남지 않았다. 의도된 망각. 그녀의 방에서는 모든 것이 적절한 거리에서 멈췄다. 신체적 접촉보다 멀고, 언어보다 가까운 거리. 그 미세한 틈에서 기억이 서식했다. 마주 앉은 사람의 손이 테이블을 스치듯, 그러나 닿지 않는 채, 그녀의 뼈에도 비슷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인체 해부학 도감의 한 페이지를 펼치면, 장골은 늘 정확하게 묘사된다. 하지만 그녀의 장골은 그렇게 해석되지 않았다. 정확한 단어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 외측과 내측 사이에 가라앉은 기분의 층위. 슬픔과 냉소 사이의 각도. 그것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실패했고, 모든 언어는 거기에서 부서졌다. 언어가 닿지 않는 골. 감정 이전의 감정. 기억 이전의 기억.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부재의 모양.
책상 아래, 발끝이 잠깐 떨렸다. 추위는 없었지만 미세한 진동이 장골을 타고 척추를 따라 올라갔다. 감각은 의도를 갖지 않았고, 뼈는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모든 감각은 뼈의 표면에서 반사되었고, 안쪽으로 흡수되었다. 감각은 의미로 번역되지 않았고, 따라서 해석될 수 없었다. 해석이 없다는 것은 곧 보호였다. 그녀는 말하지 않았지만, 완전한 침묵도 아니었다. 침묵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비정형의 흐름이 있었다. 그것은 장골의 곡선을 따라 공간을 회전했고, 시간의 진행과 무관하게 반복되었다.
밤이 되자, 방 안의 물건들은 제자리를 지키는 데 집중했다. 의자는 의자의 자세를, 책은 책의 모서리를. 그녀의 몸도 마찬가지였다. 침대에 앉은 자세에서 흔들리지 않는 뼈의 직선을 유지했다. 움직이지 않는 것만이 정확했다. 움직임은 곧 왜곡이었고, 왜곡은 곧 침입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의 장골은 항시 정적인 문장이었다. 구부러지지 않고 꺾이지 않으며, 어떤 감정도 과잉으로 표현되지 않는 구조. 그래서 오히려, 더 명료했다. 인간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그곳에 저장되었기 때문이다.
조용한 방에 다시 연필심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손이 무언가를 옮기고 있었고, 문장은 남지 않았지만, 감각은 선명했다. 연필 끝이 종이를 지나갈 때, 잊힌 감정들이 잠깐씩 되살아났다. 선 하나에 담긴 분노, 곡선 하나에 스며든 무관심, 점 하나에 응축된 허무. 모든 감정은 육체의 가장 단단한 부분으로 모였다. 뼈는 기억하고, 뼈는 잊지 않는다. 장골은 그녀 마음의 가장 깊은 형태로 남아, 말해지지 않은 채로 존재했다.
하얀 종이 위에 다시 선이 그어졌다. 직선도 곡선도 아닌 선. 그것은 감정의 경계, 말해지지 않은 고통의 지도였다. 골반에서 시작되어 몸을 타고 흐르는 어떤 문장의 궤적. 그녀는 그 선을 따라 움직였다. 말없이,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언어의 바깥에서, 감각의 안쪽으로.
장골은 여전히 고요했고. 말보다 오래 지속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정적이 아니었다.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포착되는 진동, 부재 속에서 느껴지는 기척, 끝끝내 발화되지 않는 문장의 껍질 같은 것이었다. 뼈는 침묵의 구조물이지만, 고요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밀도를 갖는다. 감정은 결코 언어로 도달할 수 없는 속도와 방향으로 저장되고, 뼈는 그 감정을 형상화하는 유일한 장소였다. 그러므로 말보다 오래 지속된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방식에 가까웠다. 말은 외부로 퍼지지만, 뼈는 안으로 응고된다.
그녀의 장골은 몸의 가장 넓은 지면이자, 침묵이 가장 길게 눕는 평면이었다. 거기에는 정리되지 않은 회상, 무언가가 되지 못한 채 멈춰버린 욕망, 감정의 형체를 갖지 못한 파편들이 무언의 배열로 놓여 있었다. 그것들은 언뜻 보면 무표정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파도보다 복잡한 흐름을 숨기고 있었다. 언어가 발화되기 직전의 압력, 몸이 굽히지 않기 위해 만들어내는 미세한 떨림, 손끝보다 오래된 기억의 압축. 그 모든 것이 그녀의 장골 안에 조용히, 그러나 완강하게 머물렀다.
때로 장골은 거짓말을 한다.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무관심을 흉내 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무해함을 가장한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감각의 결절점들이 숨겨져 있다. 누구도 손대지 못한 구획, 어떠한 의도도 침입하지 못한 선. 그곳은 아프지 않지만, 아픔보다 더 깊은 감정을 품는다. 기억되지 않은 고통, 혹은 고통이 되지 못한 채 저장된 감정의 형상. 그런 것들이 뼈의 곡면을 따라 흘렀고, 그녀는 단 한 번도 그것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았다.
빛이 꺼지고 방이 어둠의 밀도로 채워질 때, 장골은 더욱 뚜렷해진다. 피부는 사라지고, 표정은 지워지고, 감정은 모양을 잃는다. 그러나 뼈는 남는다. 모든 것이 사라진 뒤에도 남아 있는 구조. 말보다 늦게 도착하지만, 말보다 오래 남아 있는 존재. 그것이 그녀의 장골이었다. 누구도 만지지 못하고, 누구도 묻지 않은 채로. 다만 시간의 단면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누워 있는 어떤 침묵의 형태. 말의 마지막이 도달하지 못한 곳, 의미의 시작이 도달하지 않은 곳.
그곳에서 그녀는 단 한 번도 부서진 적 없었고, 단 한 번도 온전히 느슨해진 적도 없었다.
그래서, 장골은 계속해서 그녀 마음의 모양을 지키고 있었다. 그 무엇보다 고요하게.
그 무엇보다 명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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