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아침 일이었습니다. 사내가 현관문을 천천히 열었습니다. 현관문을 힘차가 열었던 적이 없었지만, 그날따라 남의 집에 묵었던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현관문 끝으로 무언가 닿아서 밀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개를 먼저 문밖으로 내밀자 작은 화분이 놓여있었죠.
작은 화분은 검은흙으로 채워져 있었는데 화분 안쪽으로 사내의.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사내는 화분을 들어 이름을 확인하고 산책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화분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화분을 사거나 들이거나 한 기억을 떠올렸으나 그런 기억은 도무지 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흙 위로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사내가 정수기의 물을 받아 흙이 젖도록 물을 주자 화분 밑으로 소량의 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사내가 기르던 고양이가 흐르는 물에 놀라 도망갔다가 다시 다가와 앞발로 흙을 뒤적이는 것을 보고 햇살이 제일 잘 드는 곳에 화분을 놓아두었습니다.
이제 화분의 운명은 햇살도 물도 바람도 아니라 고양이 호기심으로 결정되었죠.
고양이는 의외로 흙을 파 놓거나 화분을 밀어내지 않고 그 곁에 누워 있거나 화분을 조심스럽게 만지곤 하였습니다.
사내는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나 제일 먼저 화분 곁으로 가 텅 빈 흙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연둣빛 떡잎 하나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흙을 밀어오려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그런 연둣빛을 본 것은 지난봄을 끝으로 한 번도 없었던 지라 한없이 연둣빛에 취해있었습니다. 그날은 사내가 한없이 잠에 취해 있었으며 그해엔 여름이 오랫동안 계속되었던 것으로 기억에 남을지도 모릅니다.
저녁이 되자 작은 떡잎 속으로 꽃대 같은 것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사내가 바라볼 때마다 자라고 있는 것처럼 볼 때마다 다르게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간혹 집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작은 컵에 물을 따라 화분에 조심스럽게 물을 따라주었습니다. 간혹 줄기가 자라는 모습을 사내에게 들키곤 하였습니다.
사내는 창가에 두었던 화분을 밤이면 침대로 가지고 올라가 머리맡에 두었습니다. 사내가 기르는 고양이도 화분 곁을 지날 땐 조심스러워졌습니다.
그러고 어제 아침 가지 끝으로 꽃망울 하나가 돋아나기 시작했습니다. 화분을 창가로 가져다 놓았습니다. 어떤 꽃이 피어오를지 집 밖을 나설 수 없던 사내가 꽃을 기다렸습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꽃은 반나절을 피어나지 못한 채 시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녁이 되자 꽃은 이미 시들어 버렸습니다. 사내가 아쉬움으로 꽃의 이름을 빠르게 검색해 보았지만 그런 꽃은 검색되지 않았습니다. 밤이 되자 시든 꽃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꽃이 피었을 때 검색해 보았다면 식물을 이름을 알 수 있었을 거라 생각을 하며 흙을 화분에서 덜어내 쓰레기봉투에 담아 화분을 들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무심히 화분 바닥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