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소리의 온도.
억눌린 감각이 만드는 가장 깊은 울림
https://www.youtube.com/watch?v=0ZzyL4VkMqs&list=PLBtrhMASbjBkb0OhnAcTwRUv2upRuBWJC&index=8
감탄사는 빛의 파편 같다. 찰나의 번쩍임으로 생을 할퀴고 지나가는 미세한 전율. 어느 방, 희미한 겨울 조명 아래에서 한 몸이 다른 몸의 숨결을 스치는 순간에도 감탄사는 형체를 갖지 않은 채 공기 속을 얇게 떠다닌다. 혀끝에서 잠시 떨린 뒤 곧장 사라지는 잔열. 손목 위로 흘러드는 체온처럼 감각을 적셔놓고 금세 빠져나가는 미세한 따뜻함. 실체 없는 것들이 더 오래 남는다. 남지 않는 것들의 궤적이 오히려 길게 이어진다.
감탄사는 귀를 스친 뒤 귓불 뒤 어둑한 틈에 남는다. 거기서 아주 오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어떤 후광이 깃든다. 땀과 향이 섞인 공기에서 조금씩 익어가는 작은 떨림. 사람의 마음은 시든 꽃잎보다 더 쉽게 흐트러지지만, 감탄사는 스침의 각도와 그 순간의 숨결의 질감까지 기억한다.
몸이 몸을 스칠 때 키 작은 떨림이 솟는다. 피부의 미세한 기울기, 손가락 사이에 닿는 체온, 허리 곡선을 따라 번지는 눅진한 촉감. 이런 감각에 감탄사는 스스로의 형태를 찾아내며 한 번, 낮게 진동하듯 울린다. 말은 거의 없지만 감탄사는 그 빈틈에서 제 역할을 다한다.
감탄사의 본질은 파동이다.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겹겹의 원을 만들며 번진다. 돌멩이의 크기는 상관없다. 물표면을 깨뜨리는 순간의 소리 없는 충격이 전부다. 그 충격이 감정의 바닥에 닿는 방식을 결정한다.
한 몸이 다른 몸의 어딘가를 눌렀을 때 생기는 항문 근처의 미세한 수축, 턱선 아래로 떨어지는 체온의 먼지 같은 흔들림. 이런 순간일수록 감탄사는 억눌린 울음을 닮는다. 너무 크게 터뜨려버리면 무언가 깨질 것 같아 삼켜야 하는 소리. 하지만 삼킨 만큼 더 진해진다.
호수의 파문은 가장자리보다 중심이 더 깊다. 감탄사도 그렇다. 겉으로 드러난 탄성보다, 말이 되기 전에 목구멍에서 진동하는 음이 더 농도 높다. 발목에 걸쳤던 손이 조금 위로 올라갈 때 만들어지는 긴장, 허리와 배 사이에서 들리는 바스락 거림, 두꺼운 겨울 공기를 뚫고 나온 한숨. 이런 감정은 말로 번역되지 않는다. 번역되지 않는 감정이 감탄사로만 흐른다.
감탄사는 검은 호수의 물결이 새벽까지 가라앉지 않는 이유와 닮았다. 파동은 느리게, 하지만 꾸준하게 이어진다. 가슴 아래쪽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온 감각이 아직 표현되지 못한 채, 물속 어딘가에서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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