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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적적 Oct 18. 2024

금요일에...

내가 아니더라도.

금요일 밤입니다. 물론 금요일 아침보다 조금 지루하지만, 또는 누군가에겐 다가올 주말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겠지만, 금요일 밤을 너무나 기다렸습니다.

     

예전에 저는 소리에 취약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시계 초침 소리도 신경에 거슬려 잠이 들지 못하곤 하였죠. 그땐 초침 소리에 신경이 쓰여 시계를 삼킨 사람처럼 몸 안에서 초침 소리가 나곤 하였죠.     


소리가 상관없다는 걸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친구들과 설악산에 다녀온 뒤 거지꼴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현관 앞에 가방을 내던지고 그대로 TV를 켜자 지금은 사라진 방송조정 시간이 나오고 애국가가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잠깐 눈을 붙였습니다.

      

길이 보전하세~에 눈을 떴습니다. 몸이 가볍습니다. 잠시 뒤 어머니와 여동생 아버지가 들어오셨습니다.      


제사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넌 몸은 괜찮니?     


몸 이곳저곳 뻐근해요. 설악산이잖아     


전해 들은 말로는 부모님이 안 계신 사이 김치전을 가져다주러 오신 어머니 친구분이 보니 매일 밤 새벽까지 깨어있다던 그 집 아들이 등산화도 신고 배낭을 메고 있더라고 현관에 기대어 희망봉 어느 설원의 조난자처럼 리모컨을 손에 쥐고 켜진 TV를 바라다보며 자고 있더라고 코를 골지 않았으면 경찰서에 신고를 했을 거라고..... 어제는 계란장수랑 생선 장수랑 와서 한바탕 동네가 시끄러웠는데 김치전을 세 번을 데워서 왔었다고…. 그날 밤에도 다음 날 아침에도 말야. 죽은 줄 알았어. 아니 어떻게 24시간을 자는 불면증 환자가 있다니…. 하긴 뭐 그 험하다는 설악산 등정을 하고 왔다니 그럴 만도 하지….

    

간혹 나는 나로 살아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내가 아는 나와 주변에서 알고 있는 나.      


그런 나 말고 아무도 몰랐던 나. 나를 당황스럽게 하는 나. 의외의 나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금요일이니까요.     


내가 아닌 나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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