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않아도 되지만,
문장이 몸을 자각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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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사는 늘 예고 없이 등장한다. 문장의 계획표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고, 문법 교과서의 가계도에서도 그 혈통은 애매하게 처리된다. 주어도 아니고 목적어도 아닌 채로, 감탄사는 늘 가장 사적인 공간에 숨어 있다.
잘 정리된 옷장 깊숙한 곳, 속옷 서랍의 맨 아래 칸, 손을 뻗지 않으면 닿지 않는 지점에서 그것은 조용히 몸을 낮추고 있다가, 문장이 방심하는 순간 불쑥 튀어나온다. 감탄사는 문장의 논리적 구조를 지탱하지 않는다. 대신 문장이 자기 몸을 자각하게 만든다. 그 자각은 대개 불편함으로 시작하지만, 곧 미묘한 긴장으로 변한다. 감탄사의 기능은 바로 그 긴장에 있다. 문장이 스스로의 몸매를 의식하는 순간, 의미는 더 이상 단단한 껍질이 아니라 피부가 된다.
감탄사는 가터벨트 같다. 겉옷은 아니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히 착용되어 있고, 그것이 없을 때 와 있을 때의 차이는 몸이 가장 먼저 알아챈다. 가터벨트는 허리와 허벅지 사이,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은 지점을 점유한다. 너무 위도 아니고, 너무 아래도 아니다.
문장의 의미와 리듬, 논리와 감각 사이에서 애매하게 걸쳐 있다. 그래서 늘 불안정하고, 그래서 더 자주 오해받는다. 그것은 쓸모없다는 평가를 받거나, 과잉이라는 혐의를 뒤집어쓴다. 그러나 없을 경우 문장의 몸매는 어딘가 허전해진다. 설명할 수 없지만 확실한 공백, 잘 다려진 셔츠 아래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느슨함이 남는다.
문장에 감탄사가 들어오는 순간, 공기의 밀도가 바뀐다. 낮은 목소리로 업무를 처리하는 사무원이라면, 감탄사는 퇴근 무렵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친 낯선 사람의 향기다. 아침과는 다른 냄새, 서류와 커피 대신 피부와 하루의 피로가 섞인 냄새. 어디선가 맡아본 적은 있지만, 정확히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그 향기는 문장의 속도를 늦춘다.
무의식적으로 한 박자 쉬게 되고, 호흡은 조금 흐트러진다. 그 순간 문장은 더 이상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다. 감탄사는 의미보다 먼저 감각을 호출한다. 사고보다 앞서 몸이 반응하고, 이해보다 앞서 감정이 스친다.
가터벨트의 실용성은 늘 의심받는다. 스타킹을 고정한다는 명분은 있지만, 그 역할만 놓고 보면 훨씬 편리한 대안은 많다. 그래서 가터벨트는 과잉의 장식으로 분류된다. 없어도 된다. 그러나 없을 경우 설명되지 않는 결핍이 남는다. 감탄사 역시 마찬가지다.
문법적으로는 생략 가능하고, 논리적으로는 불필요하다. 그래서 문장을 다듬을수록 가장 먼저 제거된다. 하지만 감탄사가 제거된 문장은 마치 완벽하게 다린 셔츠를 입고도 자신의 알몸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인다. 지나치게 정돈된 문장, 지나치게 올바른 문장은 종종 무례하다. 그것은 독자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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