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송진, 그리고 설명을 거부하는 문장
https://www.youtube.com/watch?v=t3zchYXosIA&list=RDEMkjHYJjL1a3xspEyVkhHAsg&start_radio=1
송진 냄새는 대개 문장보다 먼저 온다. 코가 가장 먼저 반응하고, 그다음에야 언어가 뒤늦게 몸을 일으킨다. 문장은 항상 감각의 뒤를 따른다. 숲에서 막 잘린 나무의 단면이 햇빛을 받을 때, 공기는 맑아지기보다 서서히 무거워진다. 투명해 보이지만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습기라기보다는 점성에 가깝다.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지만,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폐의 안쪽 벽에 미세한 저항이 생긴다. 공기가 미끄러지지 않고, 어딘가에 걸리는 느낌. 손바닥으로 나무를 짚으면 끈적임이 남고, 그 감촉은 금세 사라지지 않는다. 손을 떼어도 감각은 계속 손바닥에 머문다. 문장도 그런 식으로 남는다. 읽히는 순간보다, 페이지를 넘긴 뒤에 더 오래 체류하는 것. 의미는 늘 나중에 따라붙고, 감각은 먼저 피부에 달라붙는다.
송진은 흐르다 멈춘 시간처럼 보인다. 나무가 상처를 입은 정확한 순간에 흘러나왔으나, 더 이상 흘러야 할 이유를 잃은 물질. 움직임의 결과이되, 더 이상 움직이지 않기로 선택한 상태. 굳어버린 표면 안에는 흘렀던 방향과 속도, 멈추기 직전의 망설임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표면은 단단하지만, 그 안쪽에는 아직 액체였던 기억이 갇혀 있다.
한때는 입 안에서 발음되었고, 그 이전에는 머릿속에서 아직 형태를 갖지 못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문장은 멈춰 있다. 종이 위에, 화면 속에. 이 멈춤은 무기력이나 단념이 아니라 태도에 가깝다. 독자를 설득하지 않고, 따라오라고 손짓하지 않는다. 다만 그 자리에, 자기 상태로 남아 있다. 마르지 않았는지, 너무 빨리 굳지는 않았는지, 스스로의 점도를 점검하는 듯한 자세로.
송진 냄새가 나는 문장은 대개 짧은 동작에서 시작된다. 나무를 베는 소리, 칼날이 섬유를 밀어내며 내는 둔한 마찰음, 톱밥이 바닥에 쌓이는 속도. 그 모든 것은 크지 않고, 빠르지도 않다.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지나쳐버릴 만큼 낮은 음역대에서 일어난다. 거대한 사건이나 비극적인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반복되는 손의 움직임이 있다.
손이 들어가고, 멈추고, 다시 빠져나온다. 그 사이에서 아주 작은 저항이 생기고, 그 저항이 열을 만들고, 열이 냄새를 만든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의미를 크게 휘두르지 않고, 단어와 단어 사이를 천천히 긁는다. 긁힌 자리에는 설명이 남지 않는다. 남는 것은 마모, 닳아버린 표면, 그리고 쉽게 회복되지 않는 흔적이다. 한 번 닳은 자리는 다시 매끈해지지 않는다.
설명은 언제나 지나치다. 설명이 많아질수록 문장은 깨끗해지고, 표면은 균일해진다. 그러나 동시에 미끄러워진다. 손이 닿아도 잡히지 않는 문장은 금방 흘러간다. 반면 송진 냄새가 나는 문장은 약간 불쾌하다. 달콤한 냄새 속에 씁쓸한 잔향이 섞여 있고, 익숙하지만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독자는 그 문장을 읽고 나서 손을 씻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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