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난 문장에 자개를 붙이는 상상을 하곤 해
자개를 붙이는 장면은 언제나 밤에 시작된다. 형광등 아래서 하는 일은 아니다. 빛이 너무 정확하면 자개는 평평해지고, 평평해진 자개는 죽은 장식처럼 보인다. 밤, 책상 위에 놓인 문장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가구처럼 모서리가 날카롭고 표면이 거칠다.
자개 상자를 열면 작은 조각들이 숨을 참고 있는 것처럼 미세하게 반짝인다. 흰색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많은 색이 섞여 있고, 무지개라고 부르기엔 지나치게 얌전한 색들. 손톱만 한 조각을 집어 드는 순간, 그것은 이미 하나의 풍경이 된다. 바다에서 떨어져 나온 뼈, 혹은 오래된 시간의 각질 같은 것. 풀을 바르는 붓끝이 문장의 행간을 훑고 지나갈 때, 종이는 잠시 피부가 된다. 자개를 눌러 붙이면 아주 작은 소리가 난다. 소리라기보다는 기억이 접히는 소리. 문장 위에 자개가 붙는 순간, 그 문장은 더 이상 읽히기만 하는 대상이 아니라 만져지는 물건이 된다.
문장에 자개를 붙인다는 생각은, 말하자면 의미를 강화하기 위한 장식이 아니다. 자개는 본래 빛을 반사하지만 동시에 빛을 숨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문장도 그렇다. 한 번 읽었을 때는 단정한 사실처럼 보이다가, 다시 읽으면 전혀 다른 기분을 남긴다.
자개를 붙인 문장은 독자에게 한 가지 해석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해석이 미끄러질 수 있는 표면을 제공한다. 의미가 고정되지 않고, 읽는 사람의 위치와 시간에 따라 다른 색으로 반짝인다. 그래서 자개는 설명이 아니라 여백에 가깝다. 여백이 많을수록 문장은 더 오래 살아남는다.
힘을 조금만 잘못 주면 조각이 깨진다. 깨진 자개는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지만, 이상하게도 그 파편은 더 아름답다. 원래의 형태를 잃고 나서야 더 많은 빛을 흩뿌린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문장은 쉽게 이해되지만 오래 남지는 않는다. 어딘가 금이 간 문장, 조금 어긋난 리듬을 가진 문장은 읽는 사람의 안쪽에 걸린다. 자개를 붙이며 생긴 미세한 틈처럼, 그 어긋남은 독자의 기억 속으로 공기를 들인다. 그 공기 덕분에 문장은 숨을 쉰다.
상자 안에는 크기가 비슷해 보이는 조각들이 가득하지만, 실제로는 같은 조각이 하나도 없다. 이 사실은 문장을 대하는 태도를 바꾼다. 비슷한 문장, 익숙한 표현이라고 해서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문장은 문을 여는 자개가 되고, 어떤 문장은 빛을 꺾는 자개가 된다. 같은 단어라도 붙는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효과를 낸다. 그래서 문장을 쓸 때마다 배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중심에 둘 것인가, 가장자리에 둘 것인가. 눈에 띄게 할 것인가, 일부러 숨길 것인가. 자개를 붙이는 일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들은 결국 문장의 성격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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