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싶었는데.
대답을 아직 기다리고 있는데...
공이 내게 올 때까지 물살을 빠르게 가르고 또 한없이 팔을 내저으며 물에 떠 있어야 하는 일은 꽤 산다는 것과 닮아있지 않아?
사람을 떠올리는 일이 그의 생김새나 얼굴의 점이나 혹은 말투, 억양, 그리고 그 사람의 외향적 특이점들일 경우도 있겠지만 한마디의 말로 기억되는 사람도 있죠.
문득 그 친구의 말이 떠올랐어요. 그리곤 그의 기억들이 폭포수 아래 내가 놓이고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기억들이 쏟아져 내려 숨을 쉴 수 조차 없었죠.
길을 걷다 가만히 그 물길을 피해 가느라 길을 돌아가야 했어요.
수구가 뭐야? 그가 한다는 운동은 물에서 축구를 한다고? 워터폴로 그럼 물속에서 말이 달려? 그런 운동이 있어?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하는 운동을 설명하려고 애썼지만 끝에 가선 바람 빠진 풍선처럼 심드렁해지기 일쑤였죠.
물에서 쓰는 근육은 커지면 안 돼 최소한의 근육만 필요하거든. 그의 어깨는 길었죠. 넓다는 표현만으론 부족하죠. 어깨는 길고 가슴 근육은 섬세하고 자잘한 복근과 찰흙으로 붙여 만든 인체 모형처럼 모든 근육이 서로의 길을 침범하지 않은 채 발달했죠.
186의 키에 진한 커피색 피부.
그리고 늘 충혈된 눈동자. 대학교도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했죠.
우리 동네에 자랑 같았죠. 그는 누나들의 사랑을 독차지했고 그때마다 부끄럽게 웃으며 짧은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겼죠.
그리고 그가 동네에서 사라졌어요. 나중에 한 번 만난 그는 조금 달라져 있었죠.
다시 그와 만나 들은 얘긴 대충 이랬어요. 아는 선배가 일하는 곳인데 어머니가 위독하다 네가 잠시 와 자리만 채워다오 술도 마시고 노래도 하고 예쁜 여자애들이랑 놀면 돼 며칠만 신세 좀 지자.
다른 세상.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세상, 넘쳐나는 술과 담배 연기 그리고 지명되지 못한 동료를 뒤로하고 빌려 입은 리바이스 청바지와 면티 한 장만으로 룸을 누볐다고. 첫날 팁으로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리바이스 청바지를 열 벌 사고도 돈이 남았는데 집까지 오는 택시비를 주더라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영원한 날은 계속될 거라 믿었다고. 학교도 자퇴해 버릴 거라고
우린 밤새 술을 마셨고 이유도 모른 채 밤새 한숨을 쉬었어요
그의 할머니가 사는 집으로 그가 왔었죠. 2000년대 초반의 BMW는 지금과는 달랐어요. 그의 차는 낯설었고 누구도 차에 선뜻 오르려 하지 않았죠. 그는 여전히 남자다웠지만, 눈은 여전히 충혈되었어요.
친구들과 술을 마셨고 모두 돌아가 둘만 남았을 때
이제 공을 쫓지 않나 봐 물에 떠 있으려고 물살을 내젓지도 않아도 되고.
그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며 웃고 일어났어요.
다시 올 땐 그 대답을 가지고 올게
난 그때의 네가 더 멋있었다 지금 네 차보다 더
몇 년 뒤 그는 강남의 호텔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죠. 우리는 그의 죽음을 애도했고 그의 비루한 원룸에선 수많은 시계가 쏟아져 나오는 걸 보았어요
모델하우스에서 사는 것 같아 세상은... 다 내 것인데 어느 하나 내 것이 없어
스물여섯의 너는 수면 아래서, 불면 위에서 충혈된 눈동자로 기억되었어요.
너무 일찍 세상을, 인생을 알아버린 친구는 모든 것을 가져 보았을 그를 눈앞에 나타나면 부러웠고 눈에 보이지 않으면 늘 아슬아슬했어요. 그가 잠을 자고 싶다고 더욱더 빨갛게 핏발 선 눈동자로 웃으며 내 앞에 서 있다. 아침 산책길에.... 얼마 있으면 너의 기일인데...
입술을 달싹이며 묻는다.
너는 그 공을 몰고 어디로 가고 있..었..던..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