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 안의 음식을 꺼내먹습니다. 유통기한을 냉동상태로 버티며 생명 연장을 꿈꾸던 음식물들을 꺼내 먹습니다. 오래전 도축된 돼지의 살점도 밭에서 햇살의 사랑을 듬뿍 받던 붉은 고추도 한 번도 햇볕 구경을 못 해본 마늘도 그리고 중불로 그 결을 우려낸 붉은 국물도 잔뜩 힘을 준 어깨 근육처럼 단단하게 굳어져 있습니다.
그렇게 꿈꾸던 음식물을 젖은 물에 녹여 기다리면 금방 부드러운 살점을 드러내며 냄비 안에선 굳어있던 모습보다 더 빨리 끓어오르기 시작합니다.
냉동실의 세계엔 기억나지 않는 음식이 간혹 존재합니다. 아니 기억나지 않더라고 상할 수 없는 마음이 아직 살아서 눈꺼풀을 가만히 어루만지면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는 음식이 있습니다.
아마도 올 초에 먹다 남겼을 아니 호들갑스럽게 달 얘기를 떠들어대다 그날은 정작 까맣게 잊어버린 나의 기억력이 냉동실 안에 유골함처럼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입안으로 생초콜릿 한 조각이 녹아내립니다. 그렇게 단단한 것을 ‘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입 안에 넣고 잠시 입을 다물자 입안에서 생생해지며 초콜릿이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 당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