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여러분
아직 월급은 더 있어야 나오는데 이미 10월은 다 써버린 상태입니다.
햇살이 눈 부십니다. 아직도 가을은 그대로 있는 것 같은데.
겨울은 소매치기처럼 올 것 같아요
어깨에 메고 있는 가방은 옆면이 찢어져 있는데 누군가 가방이 찢어졌다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사라진 지갑을 확인하게 될 것 같은 당황스러운 계절입니다.
버스에서 내려 낯익은 거리를 올려다보며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끼게 될 계절이 올 것입니다.
저는 제대로 젖지 않아 바닥이 눌어붙은 가래처럼, 뒤집을 타이밍을 놓쳐 바닥이 타버린 김치전처럼, 식은 물을 붓고 제대로 젖지 않아 바닥에 가라앉은 것처럼 바닥을 긁어내며 바삭거리는 끝부분을 좀처럼 풀리지 않는 크림 덩어리 같은 아침을 보내고 있습니다.
서늘한 가을….
이라고 하기엔 낮 기온이 못내 걸리는 아침입니다.
바람막이 재킷을 입고 다시 아침을 걸어갑니다. 제가 속해있는 가을은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걷습니다. 그럴 리도 그래서도 안 될 일일 테니 건널목에 서서 이제 광고를 보았으니 본편인 오늘이 시작되기를 건널목에 몸을 기대고 기다리기로 하였습니다.
혹시 명령조로 얘기한 적 있나요?
가령 식당에 들어서서 밑반찬을 다 먹고 바닥이 드러나는 반찬을 반말로 감사하다는 끝말도 하지 않은 채 명령조로 요구하거나 하는 그런 일들 말이죠.
오늘 처음 안 건데 핸드폰에게 존댓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요’ 자를 소중히 붙여가며 말이죠.
가령 이런 식이죠
몇 시예요? 오늘 날씨 알려줄래요? OOO에게 전화를 걸어주세요
어머니께선 음식점에서 너무 고마워하는 저에게 음식을 얻어먹고 있는 줄 알겠다며 화를 내곤 하십니다.
몸에 밴 습관은 쉽게 고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핸드폰은 통화를 하거나 검색을 하지만 카톡은 거의 하지 않고 아니 누구도 연락하는 일이 별반 없습니다. 간혹 수많은 단톡방에 있는 친구들을 보면 대단하구나 저렇게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대화를 하다니…. 라며 머릿속에 아주 근사한 개인용 컴퓨터가 있는 것처럼 부러워하곤 하거든요. SNS를 하지도 않습니다. 복잡하고 빠르게 전환되는 풍경들엔 어지럼증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저는 지독한 길치여서 가끔 모르는 길에 멈추어 선 듯한 기분을 느끼곤 하거든요. 멈춰 설 거라고 믿고 대책 없이 기다리던 버스가 그냥 가버려도 손 한 번 흔들지도 못합니다. 그런 기분은 만끽할 수 있는 건 아닐 테니까요
이제 익히 알고 있는 겨울이 올 것입니다.
모두 지치지 않도록 물을 마십시다. 어디선가 사막에서 죽는 사람의 대부분은 탈수로 죽는 일이 잦은데, 그들은 대부분 물병에 아직 물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사막의 기후는 습도가 낮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서 땀이 흐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목마름을 제대로 느낄 수 없을 때 갑자기 탈수 증세로 쓰러질 수 있다고 합니다.
10월을 견디느라 고생했습니다
살아남아 11월을 맞이합시다.
갑자기 이렇게 추워지면 어떡하냐는 말을 연신 해대며 살아남읍시다.
그대의 글이 모래바람에 깎여 반짝일 때까지.
*묻지도 않고 부른 것에 이의 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세요!!
원하는 대로 불러드리겠습니다.